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이 27일(현지시간) 핵공중지휘통제기(E-4B) 기내에서 승무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출처 헤그세스 장관 SNS |
취임 후 처음으로 인도태평양 지역의 순방길에 오른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이 ‘심판의 날 항공기(doomsday plane)’로 불리는 핵공중지휘통제기(E-4B) 내부를 공개했다.
‘나이트워치’란 별칭을 가진 E-4B는 핵전쟁 발발 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핵폭격기, 핵잠수함 등 미국의 모든 핵전력과 육해공 부대를 지휘한다. 미 국방장관이 해외 순방시 전용기로 이용하는 E-4B의 내부를 공개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헤그세스 장관은 27일(현지시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핵공중지휘통제기 에서의 일정을 동영상으로 공개했다. 그는 티셔츠와 모자 차림의 편한 복장으로 기내를 돌아다니며 지휘관, 승무원과 악수하거나 대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이 27일(현지시간) 핵공중지휘통제기(E-4B) 기내에서 승무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출처 헤그세스 장관 SNS |
‘하늘의 펜타곤(국방부)’ 으로도 불리는 E-4B는 핵전쟁 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핵폭격기, 핵잠수함 등 모든 핵전력에 공격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심판의 날 항공기로 불리는 이유다. 모든 육해공 부대의 실시간 지휘도 가능하다.
기체 안팎에는 핵폭발 시 발생하는 전자기펄스(EMP)에도 전자 장비를 보호할 수 있는 방어 시스템을 갖췄다. 역대 미 국방장관들은 E-4B를 타고 방한해 한국에 대한 방위공약을 재확인하는 한편 북한의 도발 위협에 경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헤그세스 장관의 순방 대상국에서 한국은 빠졌다. 당초 우리 정부는 헤그세스 장관의 방한을 미 측과 협의했으나, 끝내 순방지에서 제외된 것. 이를 두고 비상계엄 사태로 한국 국방부 장관이 공석 상태로 대행 체제가 유지되고 있는 점과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 정국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왔다.
동영상의 공개 시점이 공교롭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미군이 예멘의 친이란 후티 반군을 공습하기 전에 미국 외교안보 요인들이 공격 계획을 민간 메신저인 시그널 채팅방에서 논의했고, 그 과정에서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후티에 대한 군사작전 예정 시각과, 작전에 투입할 무기 등을 채팅방에 공개한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이를 두고 헤그세스 장관의 기밀 유출과 자질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하자 미군 내부와 순방국에 대해 국방수장의 건재함을 과시하는 메시지가 담겨있다는 것이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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