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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외교문서 38만쪽 비밀해제…김일성 사망 등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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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공관 "김일성 사망 원인은 남북정상회담 준비 등 스트레스" 보고
중국·일본 등은 김정일이 권력승계 전망…왕이 "건강, 특별한 문제 없다"
김정일, 김일성 사후 100일 추모행사 불참…"北주민들 아직도 비통해해"
남북정상회담 추진, 북핵 문제, 무라야마 담화 관련 비밀문서 등도 공개
뉴시스

[서울=뉴시스] 외교부는 28일 생산 후 '30년 경과한 비밀해제 외교문서' 총 2506권 38만여쪽을 일반에 공개했다. 사진은 1994년 당시 주루마니아대사가 김일성 북한 주석 사망 관련 보고를 한 비밀문서. (자료=외교부 제공)2025.03.28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준호 기자 = 김일성 북한 주석의 사망에 따른 사후 정세 및 권력승계 동향, 각국 반응 등이 기록된 1994년 외교 비사가 공개됐다.

외교부는 28일 이같은 내용이 포함된 생산 후 '30년 경과 비밀해제 외교문서' 총 2506권 38만여쪽을 일반에 공개했다.

문서에는 김일성 주석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급박한 상황이 전개되면서 각국의 정보수집과 북한 정세 전망, 대북외교 설정, 주변국 반응 등을 엿볼 수 있다.

북한 측이 김 주석의 1994년 7월 8일 새벽 2시 사망 사실을 7월 9일 정오를 기해 발표한 뒤 우리 정부는 당시 외무차관을 중심으로 비상대책반을 구성, 전 공관 비상 근무 체제에 돌입해 각종 정보 수집, 대책 및 대응 방안에 관한 많은 문서들을 생산했다.

김 주석 사망 관련 북한 내부 동향으로는 평양방송과 중앙방송이 하루 만에 사망 사실을 발표하고 김정일에 대한 충성을 계속 강조하면서 관련 내용을 지속적으로 방송한 것으로 기록됐다.

베트남, 헝가리, 불가리아, 독일 등 평양 주재 외국공관들로부터 입수한 보고서에 따르면 사망 후에도 평양 시내는 조용하고 특이 동향은 감지되지 않았지만, '북한 측은 7월11일 평양 주재 외교단 전원을 주석궁으로 초치해 조문록에 서명하도록 하고 김정일은 외교단에 감사하다는 말만 전달'한 것으로 우리 정부는 파악했다.

북한 해외공관 중에는 불가리아, 나이지리아 주재 북한대사관 등이 사망 다음날 분향소를 설치해 조문객을 받고 있는 반면 일부 공관은 사망 사실을 모르고 있는 곳도 있을 만큼 갑작스런 사망에 사전 대비를 하지 못한 사정을 가늠할 수 있다.

당시 우리 외무부(외교부 전신)는 북한에 공관을 둔 국가에 주재하는 대사관에 평양 주재 공관을 통해 입수된 북한 동정을 파악 보고할 것을 지시했고, 주루마니아 한국대사관은 '김 주석의 사망은 최근 남북정상회담 준비와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원인인 것으로 파악'된 다고 보고했다.

우리 정부는 사망 하루만인 9일 당시 청와대 대변인이 관련 사실을 발표했고, 김영삼 대통령은 전군 비상경계 태세를 지시하고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소집해 한반도 안전과 평화를 지킬 자세를 강조하고, 한국의 기존 정책에 변화가 없다는 것을 재확인했다.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유엔사무총장 등 각국 지도자들도 조의 표명이나 조전을 발송했다.

김 주석의 사망으로 북한 측이 남북정상회담 연기를 통보하자, 한미 정상은 7월15일 전화통화를 갖고 김영삼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 개최 합의는 계속 유효하다는 원칙 아래 대북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고,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한국과 계속 긴밀한 협조체제 유지를 강조했다.

김일성 사후 북한 정세 분석과 관련, 중국측은 김정일이 승계할 것으로 전망했고, 미국 측은 북한이 핵 개발을 포기할 경우라는 전제하에 후계자와 만나길 희망한 것으로 보고됐다. 일본 측은 김정일 권력승계 시 당분간 현 체제가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중국 외교부의 왕이 부장이 1994년 7월 아주국 부국장 재직 당시 언급한 내용으로, 북한 정세에 대해 '김정일의 국가주석 선출 등의 일들이 일어나지 않고 있음', 김정일 건강 문제는 '특별한 문제가 없다고 봄'이라고 당시 우리 외무부는 보고했다.

우리 외무부는 1994년 8월5일자 김일성 사후 한반도 정세에 관한 보고서에서, 북한 권력승계는 김정일체제를 굳혀가는 과정이라고 평가하고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주변국들도 실리 추구 입장에서 북한의 안정을 원하는 입장이라고 분석했다.

북한 신체제의 정책 전망으로는 '체제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김일성의 대내외 정책을 김정일이 당분간 답습'하고, '대외적으로 화해 개방에 신중한 자세를 보이면서 대내적으로 사상교육을 강화'하는 한편 '대미국 관계를 중심으로 대서방 관계개선 추진'에 나설 것으로 우리 외무부는 전망했다. 또 북한 핵 문제와 관련해선 '북한은 최소한 당분간은 대화를 통한 핵 문제 해결 정책 견지 예상'이라고 보고했다.

김일성 사후 100일 추모행사에 당·정·군 주요 간부 및 군인, 주민이 참석한 것과 달리 김정일은 불참한 사실도 확인됐다.

김정일 권력승계가 지연되는 이유와 관련, 1994년 11~12월 주중·주러 한국대사관은 '평양, 여타 도시에서 김일성 동상 앞 조문이 끊이지 않는 등 조문 열기가 지속', '유교적 전통이 강조되어 온 북한에서 공식승계를 위한 축제를 하는 것이 적합하지 않다는 지도부 판단', '북한 주민들이 아직도 비통해하고 있어 김정일의 권력승계와 관련한 경축 활동을 심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반응', '김정일 승계 발표 시기와 관계없이 3년상 얘기가 지도부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김일성 시신 매장지가 아직 결정되지 않음' 등으로 보고했다.

이밖에 남북정상회담 추진·취소, 북한 핵문제, 무라야마 일본 총리 특별담화 등과 관련한 외교부 내부 문서가 공개됐다.

정부는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기 위해 동서독 정상회담 참석자, 행사사례, 공동선언문 등 관련 자료를 수집·분석하며 실무진 접촉에 이어 고위급 협의를 준비했지만, 김일성 주석이 심근경색으로 사망한 지 사흘 뒤인 1994년 7월11일 북한의 남북최고위급회담 연기 통보로 정상회담은 결국 취소됐다.

1994년 10월 북한의 핵동결 대가로 경수로 지원을 골자로 한 미북 제네바합의가 체결된 후에도 북핵 해결 노력이 성과를 거두지 못하자, 러시아가 8자회담을 제안하면서 동북아 국제질서 재편 과정에서 발언권 강화를 시도한 사실도 문서에 담겼다. 당시 우리 정부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동북아 전체의 안보협력 증진을 목표로 다자적 접근 방법은 긍정적으로 검토 가능하다고 내부적으로 평가했다.

1994년 8월 당시 일본 무라야마 토미이치 총리가 발표한 위안부 문제 사과 등 과거사 반성을 담은 특별담화, 김영상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내용 등도 공개대상에 포함됐다.

이번에 공개된 외교문서 원문은 외교사료관 내 ‘외교문서 열람실’에서 누구나 볼 수 있다. 정부는 국민의 알권리 보장과 외교 행정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 생산된 지 30년이 지난 외교문서를 매년 공개하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pj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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