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플랫폼 발란 정산금 지연
최소 130억 추정, 셀러들 멘붕
일각선 법정관리 검토 의혹도
명품소비 꺾여 실적 안좋은데
‘20만원 쿠폰’ 등 출혈 마케팅
최소 130억 추정, 셀러들 멘붕
일각선 법정관리 검토 의혹도
명품소비 꺾여 실적 안좋은데
‘20만원 쿠폰’ 등 출혈 마케팅
온라인 명품 거래 플랫폼 ‘발란’이 수익성 악화로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판매대금을 제때 정산하지 못하고 있다. 작년 티몬·위메프(티메프)의 대규모 판매대금 미정산 사태를 지켜본 발란 입점사들은 크게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27일 발란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발란은 지난 24일 일부 입점사에 정산금을 입금하지 못했다. 발란은 입점사별로 일주일, 15일, 한 달 등 3주기로 판매대금을 정산하는데 당일 정산 주기가 돌아온 입점사에 대금을 제때 주지 못한 것이다.
입점사들은 이달 24일 기준 발란의 미정산 금액을 약 130억원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매일 수억 원씩 불어나고 있을 것으로 관측한다. 발란의 월평균 거래액은 300억원 안팎이며, 전체 입점사 수는 1300여 개다.
입점사들은 수백만 원부터 많게는 수십억원대에 이르는 정산금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입점사 관계자는 “지연된 정산금이 5억원은 되고, 주변에 15억원까지 못 받고 있다는 업체도 있다”며 “20명 정도가 모여 변호사에게 자문을 받아 최형록 발란 대표에 대한 형사 고소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럭스보이’ 등 일부 입점사는 발란에서 상품을 내렸고, 또 다른 입점사들은 추가 거래를 막기 위해 상품을 품절 처리했다.
이와 관련해 발란은 당시 해당 입점사에 “자체 재무 점검 중 정산금이 과다 지급되는 등의 오류가 발견돼 정산금을 재산정하고 있다”고 개별 공지했다. 그러나 발란의 해당 공지가 오히려 입점사들의 불안을 자극했다. 지난해 티몬·위메프 사태에 이어 올해 홈플러스까지 유통 업체들의 대금 지연 문제가 잇따라 터지며 위기감이 고조된 탓이다.
이에 하루 뒤인 지난 25일에는 입점사 관계자 20여 명이 발란 사무실을 찾아 거세게 항의했다. 이어 26일에는 한 입점사 관계자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발란 사무실 내 컴퓨터에서 기업회생 관련 파일을 발견했다”고 주장하며 모니터 화면을 찍은 사진을 공개해 기업회생절차 돌입 논란까지 불거졌다. 이에 대해 발란은 “기업회생절차 신청은 하지 않았다. 28일까지 확정된 정산액과 지급 일정을 공지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질적으로 기업회생절차 신청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은 사라지지 않은 상태다.
발란 블랙프라이데이 행사 이미지 |
한때 기업가치가 3000억원까지 치솟았던 발란이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내몰린 이유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명품 수요가 완전히 꺾인 탓”이라고 진단한다. 특히 온라인 명품 플랫폼의 주 사용층인 2030세대가 명품에 쓰는 돈을 줄이면서 직격탄을 맞은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앞서 발란을 비롯한 국내 온라인 명품 플랫폼들은 오프라인 매장 대비 뛰어난 가격 경쟁력과 저수익 구조를 내세워 코로나19 시기에 빠르게 성장했다. 그러나 엔데믹 이후 해외여행 및 해외직구에 대한 제약이 사라지고 고물가와 경기 침체가 겹치면서 온라인으로 명품을 구매하고자 하는 수요가 뚝 떨어졌다.
더불어 고객 유치 경쟁이 매우 치열해지면서 할인 행사와 할인 쿠폰 발급을 늘려 수익성이 크게 나빠졌다. 통상 명품 플랫폼의 평균 수익률은 10% 안팎으로 알려져 있지만 할인 행사를 진행하거나 할인 쿠폰 발급 시에는 한 자릿수로 떨어진다. 또 발란이 경쟁력 제고를 위해 직매입 매출 비중을 늘리는 과정에서 입점사들의 거래액이 줄어 현금 흐름이 악화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발란은 2023년 매출액이 392억원으로 전년 대비 56% 급감했고, 99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2015년 설립 이래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했으며, 자본총계 역시 -77억3000만원으로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지난해 실적은 아직 공시되지 않았다.
이에 발란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지난 2월 실리콘투에서 15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이 과정에서 발란은 기업가치를 10분의 1로 깎았는데, 업계는 발란이 그만큼 절박한 상황이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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