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탄핵 국면을 거치며 보수 진영은 지지층 결집 및 탄핵 찬성 성향이 강한 중도층 이탈 방지 목적으로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 공격에 골몰해왔다. ‘그다음’이 없었던 것이 이 대표 2심 무죄 판결 후 당혹해하는 국민의힘 모습에서 드러나고 있다는 비판이다. 플랜B 마련에 소홀했던 국민의힘은 사실상 판결에 불복하며 반(反)이재명 정서에 호소하고 있지만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왼쪽) 원내대표가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
일단 당 지도부는 계속해서 이 대표를 향한 공세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27일 35분가량 진행된 공개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이 대표의 이름만 23번 언급됐고, 발언자 6명 중 김용태 비대위원을 제외한 모두가 이 대표 얘기를 꺼냈다.
당장 전략을 바꾸기보다 국민적 반감을 부각하고, 남은 이 대표 사법리스크의 불씨를 살려 유리한 국면으로 끌어오겠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한 지도부 인사는 통화에서 “판결문에서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논리가 제공되지 않았다”면서 “국민들이 판단하실 거다. 판사의 판단보다 국민의 판단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지도부 인사도 “이 대표는 앞으로 계속 떨어질 일만 남았다”면서 “앞으로 재판도 많이 남았고, 사법리스크도 계속 존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CBS 라디오에서 “이 대표 무죄가 결코 이 대표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한 국면이 아닐 것이란 주장도 있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
윤 대통령의 복귀를 ‘동아줄’로 여기는 분위기도 읽힌다. 박정훈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지금 대한민국이 대선을 치른다면 정권을 지킬 확률은 1600만분의 1보다도 낮다”며 ‘탄핵 불가론’을 주장했다. 박 의원은 “현시점에서는 면죄부를 받은 이재명을 이길 수 없다. 시간도 벌어야 한다”며 “그사이 대법 판결도 받아보고, 위증교사와 같은 다른 재판 결과도 받아볼 수 있다. 이재명으로부터 대한민국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조정훈 전략기획부총장은 MBC 라디오에서 ‘국민의힘이 대선 전략을 새로 짜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라는 주장에 “저희 대선 전략 안 짠다”며 “(탄핵 기각·각하가 나올)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홍준표 대구시장. 뉴스1 |
홍준표 대구시장은 페이스북에 “발상을 전환하면 새로운 길이 보인다”면서 “판사에 기대 대선 하지 말고 국민을 믿고 차기 대선에 임하는 게 올바른 정치인의 자세”라고 썼다. 개혁신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이준석 의원도 “정책과 철학으로 실력을 키우는 새로운 보수 정치만이 이 시대가 요구하는 진정한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유지혜·이지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