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의 주인은 세금 내는 국민들"
재난 컨트롤타워 국가 책임 강조
군 인력 투입, 임시 주거 지원 대책도
내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 참석 예정
"산불 진압이 1순위" 또 내려올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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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오전 경북 의성시 점곡체육회관에 마련된 산불 이재민 대피소를 찾아 피해 주민들을 위로하고 있다. 뉴스1 |
"창고 안에 1년 먹고살 사과가 들었는데 다 타버렸다. 이제 어떻게 사느냐." (이재민)
"나라에서 먹고, 입고, 자는 거 다 책임질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이재명 대표)
27일 산불 피해 이재민 대피소가 마련된 경북 의성군 점곡체육회관. 화마에 한순간에 삶의 터전을 잃은 어르신들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보자마자 통곡했다. " 하루 저녁에 집도 다 잃고 오갈 데가 없다"며 안절부절못하는 할머니들 손을 꼭 맞잡은 이 대표는 무릎을 꿇은 채 "나라에서 다 지원하고 책임질 테니 걱정 마시라"고 약속했다.
전날 공직선거법 항소심 무죄 선고 직후 경북 안동으로 한걸음에 내달려온 이 대표는 이날도 하루종일 경북 산불 피해 전역을 돌아다니며 이재민들을 만나 피해 대책을 마련하는 데 전력투구했다. 오전 10시 산불로 전소된 경북 의성군 '천년사찰' 고운사를 시작으로, 의성·청송·영양의 이재민 대피소를 차례로 방문했다. 화재로 마을이 통째로 사라진 의성군 점곡면 사촌1리에 이어 산불을 진화하다 헬기 추락 사고로 숨진 고 박현우 기장의 분향소도 찾아 애도를 표했다. 불에 타 흔적도 사라진 문화재를 마주한 이 대표는 충격에 빠진 듯 "역사상 최악의 재난"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李 "세금 내는 국민이 나라의 주인"
1박 2일 피해 현장을 돌며 이재민을 만날 때마다 이 대표는 재난 컨트롤타워로서의 '국가의 역할'을 강조했다. 전날 안동체육관에서 한 이재민 어르신이 지원을 부탁하며 연신 미안하다고 하자, 이 대표는 "전혀 미안할 것 없다. 우리 어머니가 평생 내신 세금이니까 당당하게 요구해도 된다"며 "이 나라의 주인이지 않으시냐. 저희가 잘 챙기겠다"고 위로했다. "왜 이제 왔느냐"고 고함을 치며 야유하는 일부 이재민들을 향해서도 "답답한 마음이 크지 않으시겠냐"고 다독였다. 한 주민이 전날 무죄 선고를 언급하며 '축하드린다'고 인사를 건네자, 이 대표는 "아이고. 그건 정치판 놀음"이라고 일축하며 "(지금은) 산불이 문제"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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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7일 경북 청송군 진보문화체육센터에 마련된 이재민 대피소를 방문해 청송 산불 피해 주민을 위로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 대표는 이날 조속한 산불 진화와 이재민 지원 대책을 중심으로 총력 대응을 강조했다. 먼저 중앙정부 차원에서 가용 가능한 군 인력을 투입하고, 재난 예비비를 3조 원가량 조속히 편성할 것을 정부에 제안했다. 갈 곳 없는 이재민들이 단기적으로 머물 '모듈러 주택' 및 텐트 등 임시 주거시설 지원, 농기구 지원 대책도 강조했다.
이 대표는 산불 진화가 마무리될 때까지 피해 현장을 지키겠다는 의지다. 당장 28일 대전에서 서해수호의날 기념식에 참석한 뒤 서울로 상경하지 않고, 산불 피해 현장으로 다시 복귀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는 "지역마다 특색이 좀 있어 필요한 사항이나 요구 내용이 다르다"며 "몇 군데 더 둘러볼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 대표는 이날 이재민들을 위로하던 중 행인에게 위협을 당하는 일도 벌어졌다. 영양군 이재민 대피소 방문을 마치고 자원봉사자들에게 인사를 건네는 이 대표를 향해 한 남성이 갑자기 겉옷을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이 대표를 경호하던 요원들이 곧바로 이 남성을 제지하면서 부상 피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공격을 받은 뒤에도 아무렇지 않은 척 자원봉사자들과 악수를 나눈 뒤 현장을 진정시켰다.
의성∙청송∙영양 박준규 기자 ssangkkal@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