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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사즉생", 구광모 "골든 타임 임박"…위기감 드러낸 총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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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광모, 사장단에 '선택과 집중' 강조…"진입장벽 구축하라"
이재용 "삼성다운 저력 잃었다…기술 경쟁력 회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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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광모 LG 대표(왼쪽 세 번째)가 인도 뉴델리에 위치한 LG전자 노이다 생산공장을 찾아 에어컨 생산과정을 살펴보고 있다. (LG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3.4/뉴스1


(서울=뉴스1) 박주평 기자 = 재계 총수들이 연이어 '위기'를 강조하며 혁신을 주문하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커진 불확실성과 중국의 거센 추격, 인공지능(AI) 확산 등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회사가 사라질 수 있다는 절박함이 묻어난다.

구광모 LG(003550)그룹 회장은 27일 '골든 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서 임원들에게 생존을 위해 변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이 임원들에게 '사즉생'의 각오를 주문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구광모, 계열사 사장단에 "절박함 가지고 관성 떨쳐내자"

LG에 따르면 구 회장은 이날 오전 경기 이천시 LG인화원에서 열린 올해 첫 계열사 사장단 회의에서 "그동안의 변화를 돌아보면 경영환경 변화는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일어났지만, 우리의 사업 구조 변화는 제대로 실행되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LG의 78주년 창립기념일에 열린 이번 사장단 회의에는 LG전자(066570), LG디스플레이(034220), LG화학(051910), LG에너지솔루션(373220) 등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진 30여 명이 참석했다.

LG는 분기마다 계열사 사장단이 모여 경영 현안을 공유하는 사장단 회의를 열고 미래 전략을 논의한다. 구 회장의 메시지를 외부에 공개한 것은 그만큼 현 위기를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더욱이 구 회장은 이례적으로 "일부 사업은 양적 성장과 조직 생존 논리에 치중하며 경쟁력이 하락해 기대했던 포트폴리오 고도화의 모습을 만들어 내지 못했다"며 높은 강도로 사장단을 질책했다.

구 회장은 '사업 구조와 사업 방식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했던 고(故) 구본무 선대 회장이 2017년 신년사(창립 70주년)를 꺼내 들었다. 이미 8년 전에 나왔던 지적이 아직도 실천에 옮겨지지 않고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이어 "절박함을 가지고 과거의 관성, 전략과 실행의 불일치를 떨쳐내자"고 주문했다.

특히 "모든 사업을 다 잘할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기에 더더욱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며 지속 가능한 경쟁 우위, 진입장벽 구축에 사업의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확고한 경쟁력 우위를 확보하지 못하면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만큼, 사업을 효율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LG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LG전자 조주완 대표도 지난 25일 정기주주총회에 향후 신사업 추진 방향에 대해 "제품과 기술 노하우를 기반으로 확장 가능한지, 경쟁사 진입 장벽을 구축할 수 있는지를 생각해 선택과 집중형 신사업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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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5일(현지시간) 프랑스 리옹 소재 그루파마스타디움에서 열린 국제기능올림픽 폐회식에 참석해 국가대표 선수단을 격려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2024.9.18/뉴스1


지정학적 불확실성 고조…이재용 "사즉생 각오로 위기 대처"

이런 위기의식의 주요 배경으로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본격화하는 관세전쟁과 미-중 갈등,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및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고조되는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꼽힌다.

일례로 LG전자는 지난해 4분기 해상운임 상승으로 4000억 원 규모의 비용이 발생했고, 미국의 멕시코 관세 부과에 대응해서는 멕시코 공장 생산 물량의 이전이나 미국 현지 생산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이렇듯 대외 경영환경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제품·서비스 경쟁력 우위마저 확보하지 못하면 더 큰 위기에 빠질 수 있다.

앞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최근 전 계열사 임원을 대상으로 진행 중인 세미나에서 임원들에게 "삼성다운 저력을 잃었다"며 "사즉생의 각오로 위기에 대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회장 역시 고(故) 이병철 창업 회장, 고 이건희 선대 회장의 경영 철학을 공유하면서 변화에 재빠르게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21세기를 주도하며 영원할 것만 같았던 30대 대표 기업 중 24개가 무대에서 밀려났다"며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변화에 제때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남의 일이 아니다"라며 "삼성이 죽느냐 사느냐 하는 생존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반도체 등 주요 사업이 기술 경쟁력을 잃었다고 질책하면서 "첫째도 기술, 둘째도 기술, 셋째도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은 SK(034730)뿐 아니라 한국 산업 전체가 위기라는 인식을 드러냈다. 최 회장은 지난 26일 상의 출입기자단 기자간담회에서 "AI 종속 국가로 전락하는 것은 막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그것을 하나도 못 만들면 우리는 남이 달라는 대로 주고 그다음에 받아와서 써야 하는 형태로 전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jup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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