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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하정우가 다시 한번 자신의 색깔로 가득 채운 영화 '로비'를 들고 관객을 찾아온다.
'로비'는 그의 연출 데뷔작 '롤러코스터'(2013)와 '허삼관'(2015) 이후 세 번째 작품이자 10년 만의 감독 복귀작이다.
제목처럼 '로비'가 이야기의 모든 것일 것 같지만, 실상 영화는 모든 등장인물들이 각자의 욕망과 목표를 향해 질주하는 과정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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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욱은 국책사업을 따기 위해 고위 공무원인 최실장(김의성 분)에게 접대를 한다. 최실장은 음흉한 마음을 품고 골프선수 진세빈 프로(강해림 분)에게 끊임없이 추잡한 추파를 던진다. 이들 옆에 있는 박기자(이동휘 분)는 콩고물 하나라도 더 얻기 위해 뱀처럼 움직인다.
같은 시간, 창욱의 라이벌인 광우(박병은 분)는 또 다른 의사결정권자인 조장관(강말금 분)에게 접대를 한다. 조장관은 광우에게 더러운 돈을 약속받고, 로비 골프를 위해 섭외된 배우 마태수(최시원 분)에게 흑심을 보인다. 하지만 마태수가 눈길을 주는 것은 이미 결혼한 전 연인 다미(차주영 분) 뿐이다.
또 다른 공간에서는 다미의 남편이자 골프장 대표(박해수 분)만의 은밀한 계획이 진행 중이다. 그린벨트 해제를 노리는 그는 조장관의 약점을 잡기 위해 자신의 아내인 다미와 함께 불법적인 일을 하는 스님 출신 신부 가르시니(현봉식 분)를 뒤에서 움직인다.
이처럼 다양한 인간 군상이 자신만의 욕망과 야심, 목적과 의도를 갖고 움직이는 과정 중에 예상치 못한 사건들이 생기고 서로의 행동이 부딪히며 웃을 수도 없고, 울 수도 없는 다양한 일들이 끊임없이 발생한다.
하정우 감독은 이를 자신만의 특유의 독특한 유머와 색깔로 그려낸다. 인물들이 곤란한 상황에 부닥친 가운데 예상을 비트는 위트로 신선한 웃음을 유발하는 그의 장기는 이번에도 유감없이 발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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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저마다의 독특한 개성과 이야기를 가진 다채로운 인간 군상을 입체적으로 조명하며 영화를 한층 더 풍성하게 꾸미는데 성공한다. 수많은 등장인물이 나오지만, 하 감독은 적절한 균형감으로 모두에게 적절한 시선을 주는 덕분에, 지루할 틈 없이 빠른 속도감을 느끼며 영화를 감상할 수 있다.
영화는 적절한 완급조절 속에서도 106분이라는 러닝타임 내내 조금의 공백도 느끼지 않도록 하겠다고 다짐한 듯 꽉 찬 연출을 보여준다.
하지만 선택과 집중보다도 광범위한 융단 폭격처럼 느껴지는 이러한 연출이 누군가에게는 다소간 정신없게 다가올 수도 있다. 동시다발적으로 이야기가 진행되고 여러 인간 군상이 나오기 때문에 일부 관객은 작품이 전체적으로 산만하다는 인상을 받을 수도 있다.
또한 영화 곳곳에서 모습을 보일 듯 말 듯 배치해 놓은 여러 상징적인 장치들과 은은하게 깔려있는 주제와 메시지 역시 다소 아쉽게 느껴진다.
감독 하정우가 조금 더 야심을 갖고 확고하게 작가주의적으로 자신만의 스타일을 고수하기보다는 일정 부분 현실과 타협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때문에 '롤러코스터'의 스타일을 기다렸던 감독 하정우의 마니아들은 아쉽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영화 '로비'. 감독 하정우. 배우 하정우, 김의성, 강해림, 이동휘, 박병은, 강말금, 최시원, 차주영, 박해수, 곽선영, 현봉식, 성동일 등 출연.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06분. 2025년 4월 2일 극장 개봉.
YTN star 김성현 (jamkim@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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