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20일 서울시청에서 실시된 검찰 압수수색에 대해 입장을 밝히기 위해 집무실을 나서고 있다. 문재원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수사 중인 검찰이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가 서울시장 보궐선거 직전인 2021년 3월 오 시장에게 여론조사 결과를 전달했다는 복수의 진술을 확보했다. 오 시장 측은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이 그해 2월 중순 무렵 명씨와 다툰 뒤 명씨와 완전히 관계를 끊었다고 주장하는데, 이와 배치되는 진술을 검찰이 확인한 것이다. 오 시장 측은 “명씨 주장이 사실이라면 반드시 물증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27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서울중앙지검 명태균 의혹 전담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은 이달 초 명씨, 미래한국연구소(미한연) 소장을 지낸 김태열씨, 부소장을 지낸 강혜경씨를 조사하면서 이 같은 진술을 확보했다. 미한연은 2020년 12월22일부터 2021년 3월18일까지 오 시장 관련 비공표 여론조사를 13회 실시했다. 이 가운데 2021년 2월19일, 3월11일과 12일 조사 등 최소 3개 여론조사 결과를 명씨가 오 시장에게 직접 전달했다는 게 진술의 핵심이다.
이들은 오 시장과 당시 나경원 후보 간 가상대결에서 나 후보가 2.4%포인트 앞선다는 2021년 2월14일 여론조사 결과를 두고 명씨와 강 전 부시장이 다퉜고, 이후 명씨가 오 시장에게 조사결과를 직접 전달하기 시작했다고 진술했다. 강 전 부시장은 지난 26일 경향신문과 통화하면서 “설 연휴(2021년 2월11일~14일) 이후 명씨와 싸운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명씨가 오 시장을 만났다는 의혹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될 수 있는 명씨의 서울행 항공권 예매내역도 확보했다. 이에 따르면 2021년 1월부터 4·7 보궐선거 당일까지 명씨는 14차례 비행기를 타고 서울에 갔고, 이 가운데 3월 이후가 7차례였다. 선거 당일엔 명씨와 김씨, 강씨가 함께 서울에 왔지만, 명씨는 다른 일정이 있어 김씨와 강씨만 오 시장과 캠프 관계자들을 만났다고 한다. 강철원 전 부시장은 “(선거 당일) 지나가다 봤을 수는 있다”면서도 “‘봤다’와 ‘만났다’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명씨가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전화로도 오 시장과 종종 소통했다는 진술들도 확보했다. 명씨와 김씨, 강씨는 오 시장이 전화로 명씨에게 ‘서울로 빨리 올라오라’고 말했고, 명씨가 오 시장에게 ‘김종인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나러 간다’고 말했다는 내용 등을 공통으로 진술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명씨로부터 오 시장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받아본 정황이 드러났다.
오 시장 측은 “검찰에 오 시장의 모든 휴대전화를 제출한 상태이니 명씨가 정말로 오 시장에게 여론조사를 전달했다면 그 내용이 포렌식으로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오 시장 측은 “명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오 시장에게 접근할 수 없어 김종인 위원장을 통해 접근했다고 밝혔고, 강씨는 카카오톡으로 파일을 오 시장에게 전달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며 “어느 모로 보나 (오 시장에게 직접 여론조사 결과를 전달했다는) 명씨 주장은 스스로 한 말과 모순된다”고 반박했다.
이홍근 기자 redroo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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