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울 1·2호기 너머로 아침 해가 떠오르고 있다. 한수원 제공 |
영남지역 대형산불이 계속 확산되자 원자력발전소가 있는 울진군에서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화재로 전력 공급이 장시간 끊길 경우 원자로 냉각에 문제가 생겨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27일 경북 울진군에 따르면 현재 영덕 쪽에 있는 산불은 북면에 있는 한울 원자력발전소까지 직선거리로 약 65㎞ 떨어져 있다. 아직 산불 영향권과는 거리가 있지만 의성 산불이 강한 바람을 타고 빠르게 확산한 만큼 예의주시하고 있다.
울진군 관계자는 “영양군과 영덕군 방향으로 예찰활동을 강화하고 있다”면서 “아직은 가능성이 낮다고 보지만 바람이 세게 불면 원전 인근까지 올 수도 있어서 우선 환자분부터 안전한 곳으로 대피 시켜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수원 관계자는 “현재 관심 단계로 자체 소방대와 관계기관 협조 체제를 가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울원전은 2022년 3월 울진군 북면 야산에서 시작된 초대형 산불로 원전이 포위되는 위기를 겪은 경험이 있다. 이후 한수원은 원전 부지 주변과 외곽 산악 지대에 스크핑클러 116개소를 설치하고, 기존 화학소방차 2대 외에 대형소방물탱크차와 다목적특수소방차 각 1대씩 2대를 추가했다.
울진군은 세계 최대의 원전 밀집 지역이다. 기존 원전 8기(설비용량 8700㎿)에 추가로 설비용량이 각 1400㎿인 신한울 3·4호기가 건설 중이다.
산불 발생 시 가장 위험한 상황은 원전에 공급되는 전원이 차단돼 냉각설비 작동이 멈추는 경우이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전력 차단으로 냉각설비가 멈춰 폭발한 사례다. 의성 산불로 영남권 16개 송전선로가 정지됐다가 전날까지 4개 송전선로가 재가동된 상태이다. 한국전력은 전날부터 자체 대응 단계를 경계로 상향하고, 1276명이 비상 근무 중에 있다.
한전 관계자는 “현재 송전선로를 우회해 원전에는 정상적으로 전력 공급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수원 관계자는 “송전선로가 탈락할 경우 자동으로 출력이 급감발하거나 정지까지 할 수 있다. 외부 전원 공급이 끊겨도 자체 비상 발전원을 활용해 충분히 안전계통을 작동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비상 발전 가동 역시 시간제한이 있는 만큼 안심해선 안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대표는 “유류저장 탱크에 저장된 기름은 5일 정도 분량이고, 유류탱크에 불이 붙을 수도 있다”면서 “원전으로 번지는 불을 막기 위해 소방자원을 동원하다 다른 곳에서 산불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대형산불과 태풍의 위험성이 커지고, 기후변화로 냉각수인 해수 온도 상승, 해파리 떼로 인한 취수구 막힘 등 원전 안전을 위협하는 요인이 과거와 달라지고 있다”면서 “지금까지 큰 사고가 없었다고 안심해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 매일 라이브 경향티비, 재밌고 효과빠른 시사 소화제!
▶ 주3일 10분 뉴스 완전 정복! 내 메일함에 점선면 구독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