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에 뼈대만 남은 육묘장 |
(안동=연합뉴스) 천경환 기자 = 27일 화마가 온 마을을 삼켜 쑥대밭이 된 안동 임하면.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주민들은 슬퍼할 겨를조차 없었다.
임씨는 빨갛게 충혈된 눈을 연신 비비며 "소들이 기적처럼 살아남았는데 우선 먹이는 줘야지 않겠느냐"며 "우리 육묘장은 산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괜찮을 거라 생각했는데 불씨가 여기까지 올 줄은 몰랐다"고 말끝을 흐렸다.
잿더미 돼버린 농기계 |
지난 25일 오후 4시께 강풍을 타고 날아든 축구공만 한 불덩이는 임씨의 육묘장을 뭉개버렸다.
모를 키우던 시설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지게차 등 농기계들은 녹아내려 주저앉았다.
수천만 원을 들여 미리 사둔 볍씨 100포대와 못자리용 상토 2천포도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이 타버렸다. 불이 꺼지고 이틀이 지났지만, 타다 만 잔해에서는 연기가 피어올랐다.
임씨는 "4월에 모종을 키우고 5월에 논밭에 심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시기인데 모든 게 타버려서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르겠다"며 "태어나서 이런 불은 처음 겪어 당장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속도 까맣게 타들어 간다"고 하소연했다.
새카맣게 타버린 사과밭 |
이번 산불은 임씨 육묘장에서 6㎞가량 떨어진 오대리의 한 사과밭도 집어삼켰다.
슬픈 마음을 추스르지도 못한 채 불에 탄 나뭇가지들을 분주히 정리하던 강명화(59) 씨는 취재진을 보자 울음을 터뜨렸다.
2층짜리 집과 30평 규모 냉동창고, 수천만원대의 농기계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었다.
창고와 맞닿은 1천평 규모 사과밭은 군데군데 새까맣게 그을렸고, 사과나무 3분의 2 정도는 죽었다.
꽃이 피어야 할 시기지만 불길에 휩싸여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일부 꽃눈은 바짝 말라 건드리기만 해도 가루처럼 부서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사과나무에 수분을 공급해야 할 중요한 시기에 관로가 불에 녹아 버리는 바람에 강씨 아들은 옆에서 직접 물을 길어 나르고 있었다.
강씨는 "대피하지 않고 물을 계속 뿌렸다며 집이라도 남아 있었을 텐데 어떡하냐"며 "죽은 나무를 걷어내고 다시 심어도 수확까지 최소 5년은 지나야 하는데 앞날이 캄캄하다"고 자책하며 가슴을 쳤다.
안동시는 피해 지역이 너무 광범위해 아직 정확한 피해 규모조차 집계하지 못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오늘부터 본격적인 피해 조사를 시작했다"며 "아직 불이 잡히지 않아서 어느 정도 진화가 이뤄져야 구체적인 피해 상황을 파악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새카맣게 타버린 사과밭 |
kw@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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