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철강·알루미늄에 이어 미국에 수입되는 외국산 자동차에 대해 다음달 2일부터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자동차가 대미 수출 품목 1위인 한국으로선 큰 타격이 예상된다. 27일 경기도 평택항 내 자동차 전용부두에 선적을 기다리는 수출용 차량이 세워져 있다. 2025.03.27.뉴시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월 2일부터 수입차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26일(현지시간) 선언하면서 대미 수출 1위 품목인 한국 자동차 산업에 ‘비상등’이 켜졌다. 미국은 한국 자동차 수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최대 시장이다. 현대자동차, 기아, 한국지엠 등 주요 업체들이 단기간에 생산 체계를 조정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타격은 불가피해 보인다.
최근 4년간 국산차의 대미 수출 의존도는 가파르게 상승했다. 2021년 37.6%였던 미국 수출 비중은 2024년 51.5%로 치솟았다. 현대차는 같은 기간 미국 수출량이 36만6012대에서 63만6535대로 74% 급증했고, 기아 역시 24만3136대에서 37만7396대로 55% 늘었다. 한국지엠은 더욱 극적이다. 2021년 15만 7863대에서 2024년 41만8782대로 165% 증가하며 전체 생산량의 84.8%를 미국에 보내고 있다.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는 관세 부과 시 올해 대미 자동차 수출액이 전년 대비 18.59%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지난해 대미 자동차 수출액이 347억 달러였던 점을 감안하면 약 9조 원의 수출 감소가 예상되는 것이다.
하지만 초기 가동 단계에 있는 HMGMA뿐만 아니라 기존 공장의 생산량을 단기간에 증대시키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다. 국내 자동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 처리하던 수출 물량을 미국 현지 생산으로 전환하려면 국내 노조와의 협상이 필요하다”며 “관세 부과로 인한 단기적인 가격 경쟁력 하락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의 미국 생산 확대는 국내 고용과 생산 감소로 이어질 우려도 있다. 미국 내 120만 대 생산 계획이 완료되면 국내 생산 물량이 약 30만 대 줄어들 전망이다. 이는 부품업체와 고용 시장까지 영향을 미치는 연쇄 효과를 낳을 수 있다.
한국지엠은 관세 부과에 대응할 뚜렷한 대책을 마련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노사 대표단은 지난 15일 GM 본사를 방문해 관세 대응책을 요구했으나, 구체적인 해법은 제시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GM 본사 측은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 집중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반응이었다”며 “대미 수출을 견인하고 있는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트레일블레이저의 흥행 등을 언급하며 글로벌 GM 공급망에서 한국지엠이 차지하는 위상이 높은 점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 차원의 협력을 강조한다. 관세 부과 대상이 자동차 부품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한국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자동차 부품에 대한 관세 부과가 한 달 유예된 건 북미 통합 공급망 의존도가 높은 미국 현지 자동차 브랜드를 의식한 측면이 있다”며 “이후 실제 부품에 대한 관세 부과가 이뤄지더라도 북미자유무역협정(USMCA)을 근거로 캐나다와 멕시코산에는 제외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도 이때 FTA를 적극 활용해 협상 카드로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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