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직위상실형을 선고받은 박우량 전남 신안군수가 조성을 추진한 신안군 반월·박지도 '퍼플섬'. 백종현 기자 |
박홍률 전남 목포시장과 박우량 전남 신안군수가 같은날 당선무효형이 확정돼 직위를 상실했다. 전남 서부권을 대표해온 두 단체장의 낙마로 “목포·신안이 추진해온 행정통합이 물 건너갔다”는 반응이 나온다.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27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박홍률 목포시장의 아내 A씨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박우량 신안군수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면서 두 지자체장 모두 직위를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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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시장 아내, 상대 후보 당선무효 유도
박홍률 목포시장. 사진 목포시 |
박홍률 시장은 배우자의 사법리스크를 넘지 못하고 중도 낙마했다. 대법원은 이날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2심에서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박 시장의 배우자 A씨의 상고를 기각했다.
A씨는 2021년 11월쯤 시장 선거에 출마한 당시 김종식 목포시장의 당선무효를 유도하기 위해 지인들을 이용해 김 시장의 아내 B씨에게 금품을 건네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A씨 측은 B씨 지지자인 것처럼 접근한 뒤 새우 15상자와 현금 100만원을 받은 후 선관위에 고발했다.
A씨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항소심은 유죄로 판단했다. 공직선거법상 당선인의 배우자나 회계 책임자가 선거법 위반 혐의로 벌금 3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당선인도 직위를 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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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군수, “기간제근로자 채용” 지시 혐의
박우량 전남 신안군수가 지난해 7월 신안군 저녁노을미술관에서 '신안군 문화·예술·관광'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
박우량 군수는 수년에 걸친 형사사건 재판 끝에 군수직을 내려놓게 됐다. 대법원은 이날 2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박우량 신안군수의 상고를 기각했다.
박 군수는 2019년 6월부터 2020년 2월 사이 청탁받은 사람들을 기간제근로자로 채용하도록 지시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2020년 6월쯤에는 수사기관의 군수실 압수수색 과정에서 증거를 숨기거나 일부를 찢은 혐의도 받았다.
박 군수는 “섬이 많은 지역 특성상 구인이 쉽지 않은 기간제 공무원직을 제안한 것이고, 검찰이 위법수사를 벌였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앞서 박 군수는 1심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았으나 방어권 보장 등을 이유로 법정구속 되지 않았다.
이날 대법원 판결로 목포시와 신안군은 부단체장 권한대행 체제로 운영된다. 또 두 단체장의 공백을 채우기 위한 10월 하반기 재보궐선거는 치러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내년 지방선거가 6월로 예정돼 시간적으로 촉박하다는 여론이 높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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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통합, 햇빛연금, 해상풍력 등 차질 우려
27일 직위상실형을 선고받은 박우량 전남 신안군수가 조성을 추진한 신안군 반월·박지도 '퍼플섬'. 중앙포토 |
전남 서부권의 두 지자체장이 한날 직위를 상실하면서 지역사회도 술렁이고 있다. 특히 “민선 8기 들어 양 지자체가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목포·신안 행정통합’은 사실상 동력을 잃은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두 지자체의 각종 현안사업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목포시는 그동안 목포신항을 세계적인 해상풍력 배후단지로 조성하는 사업과 목포남항을 친환경 선박의 거점으로 육성하는 사업 등을 펼쳐왔다.
신안군도 ‘햇빛·바람연금’과 ‘1섬 1뮤지엄’ 등 각종 특화 사업들이 제동이 걸리게 됐다. 신안은 퍼플섬 조성을 비롯한 ‘사계절 꽃피는 섬’ 사업과 햇빛연금 등 차별화된 전략을 통해 타 지자체의 벤치마킹 대상이 돼왔다.
신안군 관계자는 “일부의 비난에도 신안군은 수년간 정부와 외부기관의 평가에서 극찬을 받아왔다”며 “박 군수가 추진했던 사업들이 향후에도 계속 추진될 수 있을지는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무안=최경호 기자 choi.kye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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