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궁한 직장인에게 보험은 애물단지다. 매월 만만찮은 비용이 들어가는데, 그렇다고 함부로 없앨 수도 없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하나뿐이다. 꾸준히 들여다보면서 조금씩 수정해 나가는 수밖에 없다. 그렇게 스스로 보험을 설계해 나가다 보면 상당한 돈을 아낄 수 있다. 더스쿠프와 한국경제교육원㈜이 부부에게 보험 설계 노하우를 전수했다.
직장인들은 노후를 얼마나 잘 대비하고 있을까. 통계청의 2023년 3월 설문조사에 따르면, 은퇴하지 않은 가구의 39.1%가 '잘돼 있지 않다'고 답했다. '전혀 돼 있지 않았다'도 14.7%로 높은 수준이었다. '보통이다'가 38.2%였고, '잘돼 있다'는 6.9%에 그쳤다. 그만큼 직장인들이 자신의 노후 대비 수준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번 상담의 주인공인 오창수(가명·49)씨와 박혜수(가명·44)씨도 그렇다. 부부는 지난 몇년간 저축을 전혀 하지 못했다. 두 자녀(21·18)를 키우느라 아내 박씨가 일찌감치 회사를 그만두면서 남편의 소득만으로 생활해 온 탓이다. 첫째가 대학에 입학하고, 둘째도 곧 고등학교를 졸업할 예정이어서 아내의 집안일이 줄어들긴 했지만, 문제는 지금부터였다.
아내가 다시 취업하려고 해도 받아주는 곳이 거의 없었다. 이 때문에 소득은 제자리걸음을 했고, 가계부엔 적자만 쌓였다. 이대로 가다간 노후에 자녀들에게 손만 벌리겠다고 생각한 부부는 지금부터라도 노후 준비를 제대로 하기로 결심했고, 필자와의 재무 상담을 통해 답을 찾아보기로 했다.
부부는 한달에 53만원씩 적자를 봤다. 지난 1·2편에서 지출을 조금씩 덜어내 총 지출을 493만원에서 414만원까지 79만원을 줄인 상태다. 그 덕분에 53만원 적자도 26만원 흑자로 돌아섰다. 그래도 부부의 노후나 둘째의 대학 등록금 등 미래를 준비하기엔 여전히 여유자금이 부족했다.
그러니 지출을 계속 줄여야 한다. 먼저 보험료를 살펴봤다. 네 식구의 보험료는 총 61만원. 남편 오씨는 "보험 내역을 들여다보지 않은 지 꽤 오래됐다"면서 "보험 판매원과 친한 사이여서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부부는 '지인이 알아서 잘 설계해줬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지인이 설계해준 보험도 꼼꼼히 살펴야 한다.[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
하지만 상담을 진행하다 보면 가장 많이 '뒤통수'를 맞는 것이 보험이다. 부부의 상황과 어울리지 않은 보험이 껴 있는가 하면, 보장을 과하게 설정한 경우도 적지 않다. 보장이 전혀 되지 않는 적립금만 잔뜩 옵션에 추가해놓은 사례도 있다. 꼭 필요한 것 같아서 보험에 가입했더라도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시간이 지나서 쓸모가 없어지거나 가격이 부담스러워지는 경우도 있어서다.
그러니 주기적으로 가입한 보험 목록을 분류해서 정리해보는 습관을 들이면 좋다. 순서는 다음과 같다. 먼저 종신보험과 정기보험의 실효성을 체크한다. 그다음, 건강보험에 속하는 실손보험과 암·치매보험 등의 보장 내역과 갱신 여부를 따져본다. 보장이 허술하면 보완하고, 소득과 비교해서 갱신비용이 너무 비싸다 싶으면 상품을 바꾸는 걸 고려해봐야 한다.
이런 순서로 부부의 보험에서 별 필요 없는 몇몇 특약을 삭제했다. 두 자녀의 보험 중 중복 보장돼 있는 것은 해지했다. 대신 부부의 나이를 고려해 간병비 보험을 추가했다. 이런 과정을 거치니 부부의 보험료는 61만원에서 43만원으로 18만원이 줄었다.
지난 시간에 한차례 줄였던(115만→85만원) 부부의 식비·생활비는 한차례 더 손봤다. 부부는 농부인 양가 부모님으로부터 농작물을 주기적으로 받는데, 이 덕분에 다른 상담자들보다 식비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게 가능했다. 부부는 더 아껴도 되겠다고 판단해 기존 85만원에서 75만원으로 10만원을 더 줄였다.
마지막으로 비정기지출(월평균 54만원)을 약간 손봤다. 부부는 미용실 방문 횟수와 옷 구매 횟수를 줄이기로 약속했다. 이에 따라 미용비·의류비를 200만원에서 120만원으로 80만원 절감했고, 자연스럽게 비정기지출이 54만원에서 47만원으로 7만원 줄어들었다.
[일러스트 | 게티이미지뱅크] |
이제 모든 지출 줄이기가 끝났다. 부부는 보험료 18만원(61만→43만원), 식비·생활비 10만원(85만→75만원), 비정기지출 7만원 등 35만원을 절감했다. 따라서 부부의 여유자금은 26만원에서 61만원으로 늘었다.
허리띠를 잔뜩 졸라맸는데도 결과가 조금 아쉽다. 필자의 경험상 90만~100만원 정도는 모여야 부부의 미래를 설계하는 게 수월한데 60% 수준에 그쳤다. 부부가 최선을 다했지만 소득이 부족한 외벌이의 한계를 극복하진 못했다.
더구나 부부가 평소에 저축을 전혀 하지 않았다는 점을 생각하면 액수가 부족해 보인다. 과연 부부는 성공적으로 재무 솔루션을 끝마칠 수 있을까. 마지막 편에서 자세히 다루겠다.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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