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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외교안보 핵심 인사들이 메신저 앱 ‘시그널’에서 미군의 예멘 후티 반군 공습 계획을 논의했다는 논란이 ‘시그널 게이트’로 확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계자들을 적극 옹호하면서도 “(기밀 유출이 없었다고) 확신은 못 하겠다”라며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채팅방 논란’에 관한 질문을 받고선 “모두 마녀사냥”이라고 반박하면서 “(공습이) 믿을 수 없을 만큼 성공적이었기 때문에 아무 피해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또 민주당으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에 대해서도 “그는 훌륭한 일을 하고 있었다”고 말하는 등 관련자들을 두둔했다.
이번 논란은 행정부와 백악관의 고위급 인사들이 공습 계획을 논의한 시그널 채팅방에 실수로 시사잡지 디애틀랜틱의 제프리 골드버그 편집장을 초대하면서 벌어졌다. 골드버그 편집장이 ‘전쟁 기밀 유출’ 논란을 제기하자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 당시 채팅방에 있었던 인사들은 해당 채팅방에서 ‘기밀’은 논의되지 않았다며 해명에 나섰다.
민주당 소속 하원의원들은 이번 사건에 대한 조사 결의안을 발의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하원 외교위원장 출신 그레고리 믹스 하원의원의 주도로 이날 발의된 결의안은 트럼프 행정부에 시그널 채팅방 관련 상당량의 문서와 메시지, 회의 및 통화 기록을 제출하도록 요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공화당이 연방 하원의 다수를 차지하기 때문에 민주당이 이끄는 조사 결의안이 하원을 통과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정치매체 더힐 등에 따르면 상원 군사위원장인 로저 위커 의원 등 일부 공화당 상원의원들도 각 상임위원회에 이번 사태의 경위를 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대중적 여론도 부정적인 반응으로 기울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유고브가 실시해 25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미국인 53%는 이번 ‘시그널 사건’의 심각성을 묻는 말에 “매우 심각하다”라고 답했다. 이는 2016년 대선을 앞두고 2015년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이메일 스캔들’ 당시 유고브가 수차례 실시했던 여론조사에서 “매우 심각한 문제”라는 응답이 30%대에 머물렀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수치다. 이에 대해 미 워싱턴포스트(WP)는 과거의 유사한 보안 관련 논란들과 비교했을 때 이번 시그널 스캔들은 일반 유권자들에게 훨씬 직관적인 데다, 대선을 앞두고 이뤄진 정치적 폭로가 아니라는 점 등을 배경으로 분석했다.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캐럴라인 리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대통령의 견해는 어제나 오늘이나 변함이 없다”며 “그는 국가 안보팀을 신뢰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애틀랜틱이 공개한 메시지 전문에 “전쟁 계획이 논의되지 않았고, 기밀 정보가 전송되지 않았다”는 기존 입장도 되풀이했다.
리빗 대변인은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와 법률자문실, 그리고 정부효율부(DOGE) 등이 문제의 채팅방에 골드버그 편집장이 초대된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그는 “(DOGE를 이끄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그의 기술 전문가를 투입하겠다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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