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 총사령관이 지난 4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의 크렘린궁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
미얀마 군정이 2021년 2월 쿠데타 이후 처음으로 열릴 총선 청사진을 발표했다. 군이 군정에 저항하는 시민에게 공습을 지속하는 상황에서 공정한 선거가 이뤄지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군부는 26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올해 12월 셋째 주와 넷째 주, 내년 1월 첫째 주와 둘째 주에 선거를 실시할 예정”이라며 “정부는 사기 행위가 없는 다당제 민주주의 총선을 자유롭고 공정하게 실시하기 위해 선진적인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군부는 선거를 네 단계로 나눠 실시할 것이라면서도 구체적인 투표 방식을 밝히지 않았다.
군부 지도자인 민 아웅 흘라잉 총사령관은 전날 네피도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선거가 군부 통제 지역에서 시작될 것이며, 부정선거 방지를 위해 전자 투표 기기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월 기준 군부 통제 지역은 전체 330곳 중 107곳(32%)으로 집계됐다.
민주 진영 임시정부인 국민통합정부(NUG) 등 군정 저항 세력은 이 선거를 두고 “군부가 계속 권력을 장악하기 위한 속임수”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군정 지지 세력인 미얀마 통합연대발전당(USDP)이 총선에서 이기면 흘라잉 총사령관이 공식적으로 국가 지도자 자리에 앉을 명분이 생긴다. 현재 군정에 의해 가택 연금된 아웅산 수지도 2015년 민족민주동맹(NLD)이 총선에서 이긴 이후 사실상 국가 원수인 국가고문직으로 임명됐다.
공정 선거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앞서 군부는 정당등록법을 개정하고, NLD 등 등록된 40개 정당 명단을 말소시켰다. 이에 더해 저항 세력에 공격을 지속하면서 미성년자, 여성, 의료진 등 민간인 희생자가 잇달아 나오고 있다. 흘라잉 총사령관은 군부의 민간인 학살을 다룬 국내외 기사를 “가짜뉴스”라고 일컬으며 군부의 학살 행위를 덮으려 하기도 했다.
흘라잉 총사령관은 최근 중국과 러시아, 벨라루스 등 친군부 성향의 나라들로부터 총선을 실시하라는 압박을 받고 이번 총선 계획을 발표했다. 아울러 흘라잉 총사령관은 자신의 집권 정당성을 인정받기 위해 최근 각종 국제무대에 등장했다. 이달 초 러시아와 벨라루스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알렉산더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을 각각 만났고, 다음 달 태국에서 열리는 벵골만기술경제협력체(BIMSTEC) 정상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미얀마 매체 이라와디는 흘라잉 총사령관이 1월 선거 이후 본인이 대통령직을 차지할지, 아니면 군 수장으로 남을지 사람들이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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