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정태윤기자] "본 사람들은 다 좋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이혜영)
킬러 소재의 액션 영화? 이미 많다. 그래서, 다른 종류의 완벽함을 보여주고자 했다. 주인공부터 특별하다. 60대 여성 킬러. 강렬한 액션 끝에 나이 듦의 외로움을 그렸다.
이미 해외 유수 영화제의 주목을 받고 있다. 제75회 베를린 국제 영화제와 제43회 브뤼셀 판타스틱 영화제에 초청됐다.
영화 '파과' 측이 27일 서울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제작보고회를 열었다. 이혜영, 김성철, 민규동 감독이 참석했다.
'파과'는 액션 드라마다. 바퀴벌레 같은 인간들을 처리하는 조직에서 활동한 레전드 킬러 '조각'과 평생 그를 쫓은 미스터리한 킬러 '투우'의 강렬한 대결을 그렸다.
민규동 감독은 "유례없는 60대 킬러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여기에 미스터리한 추적자와 대결한다. 둘이 강렬하게 부딪히며 인생을 뒤흔든다"고 소개했다.
'파과'(破果)는 흠집 난 과실을 의미한다. 구병모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다. 민 감독은 "액션 영화를 넘어서 존재와 소멸, 상실과 회고 등 여러 가지를 영화적으로 녹여내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혜영이 60대 킬러 조각으로 분한다. 조각은 40여 년간 감정 없이 바퀴벌레 같은 인간들을 방역해 왔다.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지만, 점차 한물간 취급을 받는다.
이혜영은 60대의 나이에 첫 액션에 도전했다. 그는 "처음 책을 읽고, 감독님께 '몸이 옛날 같지 않아 무섭다'고 말씀드렸다. 그런데 계획이 다 있으시더라. 시키는 대로만 했다"고 털어놨다.
'파과'의 액션 키워드는 리얼리티. 액션배우처럼 하는 액션이 아닌, 현장감을 살려야 했다. 부상도 많이 당했다. 그러나 더 힘든 건, 감정 연기였다.
이혜영은 "이번 작품을 하면서 스스로 감정 연기를 훌륭하게 소화했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감독님이 늘 '지금 감정 표현이 너무 길다'고 지적하면 '저는 그렇게 연기한 적 없다'고 받아쳤다"고 떠올렸다.
이어 "그래도 감독님은 '영화는 원래 그런 것'이라고 말씀하시더라. 매일매일 부족함을 느끼며 연기했다"면서도 "결과물을 보고 '이게 조각이구나' 느꼈다. 고집부린 게 죄송했다"고 말했다.
김성철이 미스터리한 킬러 투우를 맡았다. 투우는 조각을 찾기 위해 킬러가 된 인물이다. 20여 년간 조각을 쫓은 끝에 드디어 대면한다. 목숨을 건 최후의 대결을 맞이한다.
민 감독은 "투우는 60대 조각과의 대결이 비등비등해 보여야 했다. 지나친 남성성을 가진 배우는 안 되겠더라. 김성철은 소년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어서 적합했다"고 캐스팅 이유를 밝혔다.
김성철은 투우를 과시욕 넘치고 패기 있게 표현했다. "투우의 에너지가 화면을 뚫고 나왔으면 했다. 눈빛을 엄청나게 쏘며 연기했다"며 "정제되지 않은 날 것 그대로를 표현하려 했다"고 전했다.
투우의 액션 역시 쉽지 않았다. 조각이 짧고 간결한 효율적인 액션을 한다면, 투우는 과시하고 상대를 멸시하는 마음을 담은 액션으로 차이를 뒀다.
김성철은 "투우의 등장신에 그 모든 걸 담았다. 감독님께서 롱테이크로 가자고 하시더라. 리허설만 2시간 했다. 5번 하면 끝날 줄 알았는데, 테이크를 17번이나 갔다"고 털어놨다.
민 감독은 "저희 영화는 몸으로 싸우는데, 마음으로도 싸운다. 결과를 봤을 때, 승자와 패자가 아닌 인간의 삶을 보게 된다. 액션의 장르적 쾌감과 함께 감성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외 영화제들이 먼저 주목했다. '파과'는 제75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됐다. 파과가 초청된 '베를리날레 스페셜' 섹션은 특별한 연출적 시도나 강렬한 메시지를 담은 영화들이 초청된다.
이혜영은 "시사하는 장소가 콘서트홀이었다. 3,000명을 수용할 수 있을 정도로 어마어마하게 컸다. 객석이 꽉 차더라. 다들 집중해서 봐주셨다"고 말했다.
민 감독은 "여러 가지 평을 해주셨다. 잔혹하지만 서정적이다, 노화와 인생을 담은 영화다 등. 한국적 뉘앙스를 이해하기 어려웠을 텐데, 영화의 큰 맥락을 읽어주셔서 감사했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김성철은 "'테이큰'에 리암 리슨이 있다면, '파과'에는 이혜영이 있다"며 "그거 하나로 영화를 선택하시는 데 걸림돌은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혜영은 "액션이라는 장르와 생각할 것을 던져주는 영화다. 두 가지가 묘한 조화를 이룬다. 본 사람들은 다 좋다고 말했다. 한국 관객들은 어떻게 봐주실지 떨린다"고 덧붙였다.
한편 '파과'는 오는 5월 1일 극장에서 개봉한다.
<사진제공=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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