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를 통해 유전자 변형 돼지 간을 뇌사 상태 인간에게 성공적으로 이식한 사례가 공개됐다. 사진은 유전자 변형 돼지 참고용으로,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음. /사진=머니투데이DB, 수암생명공학연구원 제공 |
뇌사 상태의 인간에게 유전자 변형 돼지 간이 성공적으로 이식된 첫 사례가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공개됐다.
네이처는 27일(한국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유전자 변형 돼지와 인간 사이에서의 간 이종 이식'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을 공유했다.
간 이식 결과, 유전자 변형 돼지 간은 사람의 몸에서 10일간 거부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잘 기능했다. 안정적 혈류를 유지하며 담즙을 생성했고, 염증 축적의 징후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연구를 주도한 외과의사 왕 린 박사는 "심장은 혈액을 펌프질하고 신장은 소변을 생성한다"며 "이와 달리 간은 많은 기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런 간을 다루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라고 했다.
간은 혈액을 걸러 독소와 노폐물을 제거한다. 또 영양소 처리와 알코올, 약물 등 유해물질을 해독하는 역할도 맡는다. 소화를 돕는 담즙과 혈액 응고를 돕는 단백질을 생성할 뿐 아니라 혈당 조절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번 실험은 뇌사자 가족의 요청에 따라 열흘만 진행된 후 중단됐다. 연구진은 돼지 간을 이식해 뇌사자 상태를 살펴봤고, 열흘 뒤 뇌사자 몸에서 돼지 간을 제거했다.
다만 실험 대상인 뇌사 상태 남성이 자기 간을 잃은 상황은 아니었다. 이에 연구진은 "실험 기간 이식된 돼지 간뿐 아니라 환자의 원래 간도 몸 안에 있었기 때문에, 돼지 간을 이용한 방법이 간 관련 환자를 실제로 도울 수 있을지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학계에선 이번 연구를 획기적인 사례로 평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돼지 간이 인간의 간을 부분적으로라도 대체할 수 있으면 '가교 요법'으로 활용할 가치가 있다고 봤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 피터 프렌드 이식학 교수는 "간 이식 후 정상적인 혈액 응고 매개변수가 유지되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라며 "다만 관련 기능들이 이식된 돼지 간으로부터 나온 것인지에 대한 증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미국 메릴랜드 대학교 무하마드 모히우딘 교수는 "다른 사람의 간을 이식하기 전 (돼지 간 이식을) 가교용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또는 (손상된) 간이 재생될 때까지 부분적인 지지대로 사용하는 방법도 고려해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채태병 기자 ctb@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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