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렬 한국은행 부총재보가 2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안정 상황(2025년 3월)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은 제공. |
이 부총재보는 이날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 기자설명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서울시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토허제) 해제 이후 집값이 오른 데 대해선 "토허제 해제 이후 가격이 상승하기는 했지만 꼭 그 때문이라고만 하기는 어렵다"며 "연초 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이 재개되고, 금융여건 완화 등 여러 요건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부총재보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과 지방의 집값 양극화에 대해서는 "지방 부동산 부진이 지속될 경우 관련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업장이나 건설사, 고위험 가구 등의 부실이 확대될 수 있다"며 "대내외 충격 발생 시 취약 부문 부실이 늘어나면, 금융기관의 건전성도 저하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9일 서울시가 토허제를 재지정했는데 이에 대한 가계부채 등 영향은 어떻게 보고 있나
▲시장에서는 확대 재지정 이후에 주택 거래량이 주춤하고 안정되는 모습을 보인다고 말하지만 아직까지 정확한 데이터를 얻기에는 시기상조다. 토허제 해제 이후에 집값이 상승하긴 했지만, 그것 역시 연초 은행들의 주담대가 재개되고 금융여건 완화 등 여러 요건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확대 지정 이후 영향은 좀 더 데이터가 입수돼야 분석가능할 것 같다.
-토허제 해제하고 재지정하는 사이 흐름은 어땠나. 3~4월 가계부채가 2월 대비 어느 정도 증가할 것이라고 보는가
▲주택거래와 가계부채는 시차가 있다. 주택 거래 자체도 한 달 이내 신고하도록 돼 있어서 시차가 존재한다. 가계부채는 그보다도 한 두 달 뒤다. 주택거래량 증가가 가계부채 증가에 미치는 영향은 3~4월 돼야 정확하게 알 수 있을 것 같다.
-보고서에 강남 집값 상승세의 주변 확산이 우려된다는 내용과 주택가격 하락이 고위험가구 증가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상반된 내용이 담겼는데 자세한 설명을 해달라
▲최근 수도권과 지방 부동산이 차별화되는 모습을 보인다. 서울도, 지방도 부동산 익스포저는 큰 상황이고, 지방은 부진을 이어가면서 부실 리스크가 최근에 증대되고 있다. 지방을 봤더니 전체적으로 고위험가구고, 특히 고령층에 대한 익스포저가 커서 주택가격이 하락하는 경우 충격이 더 커질 수 있으니 이들에 대한 익스포저가 큰 비은행 금융기관에 대한 건전성 관리가 중요하다는 것을 언급했다.
▲반면 서울은 최근 주택가격이 빠르게 상승했는데, 서울 일부 지역 상승보다 더 우려하는 것은 주변 지역으로 확산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주택가격과 가계부채 간 상관관계가 매우 밀접하기 때문에 가계부채의 또 다른 누증이 재현되는 것 아닌가에 대한 우려를 같이 고민하고 있다.
-가계부채 고위험가구가 늘었다는 것은 어떤 측면에서인가
▲가구수 기준으로 보면 2023년보다는 지난해 금융부채 비중이 좀 줄어드는 추세이지만 장기 평균보다는 여전히 높은 상황에 있기 때문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여기에 더해 금리 인하와 부동산 가격 움직임을 반영해 2024년말부터 올해 상황을 추산해보면, 지방의 경우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는 추세에 있었기 때문에 자산 측면에서 채무상환 부담이 좀 늘어나는 측면이 있어서 고위험가구가 계속 늘어나는 측면이 있다.
▲다만 전반적인 상황에서는 금리를 인하했기 때문에 채무를 상환하는 이자부담이 좀 줄어들고 있어, 급격한 고위험가구의 증가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지금 분위기가 지난해 여름과 비슷하다는 분석도 있다. 당시 스트레스 DSR 2단계가 연기됐고 한은은 기준금리를 내리는 고민을 했다. 지금도 비슷한 상황인 것 같은데
▲한은은 가계부채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 움직일지 지켜봐야 한다. 금융통화위원회는 금융안정뿐 아니라 성장, 물가도 같이 봐야하기 때문에 종합적으로 보고 결정을 내릴거다.
▲정부와 한은은 GDP 내에서 가계부채를 관리하겠다는 원칙에 변함이 없다. 다만 작년과 올해 달라진 건 한은 입장에서는 금리수준이 올해 더 낮아졌다. 지난해 8월 이후 기준금리를 세 차례 내렸다. 금리와 가계부채는 비선형성이 있어, 금리가 낮아질수록 가계부채는 더 증가할 수가 있다. 이 점은 한은뿐 아니라 정부도 유의하고 있다. 그래서 가계부채 관리 방안을 연초 발표할 때 거시 안정성을 강화할 수 있는 전세자금에 대한 보증비율 인하, 정책금융 관리 등을 계속 준비하고 있고 그 외 조치들에 대해서도 필요시 실시할 계획이다.
2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안정 상황(2025년 3월) 설명회. (왼쪽부터)이종한 금융기관분석부장, 임광규 금융안정기획부장, 이종렬 부총재보, 장정수 금융안정국장, 김정호 안정총괄팀장. 한은 제공 |
-금리가 낮아지는 부분이 가계부채에 미칠 영향을 한은도 걱정을 한다는 의미가 보고서에 담겨 있다. 그러면 한은의 통화정책 방향이 가계부채 관리를 좀 더 신경 쓰는 상황으로 갈 수도 있는 건가
▲통화정책은 성장, 물가 등 거시경제 상황뿐 아니라 가계부채와 환율 등 금융안정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리가 낮아진 만큼 가계부채 효과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은 분명하다. 다만 거시건전성 정책 기조가 동반될 경우에는 그 효과가 줄어든다고 나온다. 이런 점들을 감안해서 통화정책과 거시건전성 관리 기조의 정책 공조가 지금은 굉장히 중요한 시기라는 말씀을 드린다.
-자영업자 취약차주가 늘고 있는데 이에 대해 전망을 해달라
▲자영업자는 금리인하 기조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차주들의 채무상환 부담 자체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자영업자 연체율도 낮아질 여건이 마련되고 있지만, 소득여건이나 업종 회복세 등이 받쳐줘야 연체율이 기대되는 수준 또는 눈에 띄게 낮아지는 여건이 마련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밝힌 지분형 모기지에 대한 한은의 생각은
▲지난해 12월 구조개혁보고서를 통해 한국형 뉴리츠를 제안한 바 있다. 지분 통해 주택을 구입하면서 가계부채를 줄이는 근본적인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아이디어를 발표했다. 금융위에서는 이런 아이디어를 포함해 부채를 지분으로 바꾸는 방안을 상품화해서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과거 비슷한 사례가 도입된 바 있는데 당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수요자 입장에서 장기 주택공급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가 설계돼야 할 것 같다. 한은도 같이 고민하겠다.
-취약 기업 비중이 올라가고 있는데 이에 대한 전망은
▲경기가 낮은 성장세를 보이는 상황에서는 금융기관도 신용리스크에 대한 관리를 염두에 둘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취약 부분에 대한 자금 공급은 좀 더 어려워질 수 있을 것이다. 환율이 높은 수준을 지속하고 연체나 부실 관련 금융기관 손실이 늘면, 위험가중치가 높은 어떤 신용 리스크가 있는 기업에 대한 대출은 보수적으로 할 가능성이 있다. 그럼에도 기본적으로 기업대출 증가율은 3% 정도 나오고 있다.
▲취약 기업의 수가 높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특히 중소기업이 경영상 어려움이나 상환 능력 회복이 좀 더딘 측면이 있다. 향후에도 기업 신용 위험이 커지게 되면 은행의 대출 태도가 강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기업 대출은 좀 줄어들 여지는 있어 보이지만 부동산 부분에 기업 대출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생산적인 자금으로 흘러갈 수 있도록 유도하고 부동산으로는 가급적 자금이 많이 쏠리지 않도록 부분별로 융통성 있게 대출 관리를 할 필요가 있지 않나 보인다. 기업 대출에는 자영업자 대출도 포함돼 있기 때문에 자영업자 대출의 어려움에 대해서는 지원과 구조조정을 병행하면서 가야 하지 않나 이해하면 될 것 같다.
김혜민 기자 h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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