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발생 닷새째인 26일 경북 의성군 신평면 교안리의 한 민가 뒤 야산에 불이 확산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
홍석환 부산대 조경학과 교수는 지난 11일 계간 창작과비평에 기고한 글 ‘산불 키우는 산림청, 숲에서 답을 보라’를 통해 “우리나라 산불의 대형화 원인이 기후변화 때문이라는 주장은 유독 대한민국만 미워해서 기후위기라는 형벌을 주변국을 제외한 우리에게만 내린다는 격”이라고 했다.
홍 교수는 “왜 예산을 쓰면 쓸수록, 대비를 하면 할수록 화재는 더욱 커지는가에 대한 의문을 살펴봐야 한다”며 산림청이 소방청을 지휘하고 화재 이후에도 산림청 중심의 산불 예산 대책이 반복되는 점을 꼽았다.
이어 “산불의 확산은 강풍과 직결되는데 바람이 조금이라도 강하면 헬기를 운용하지 못하며, 강풍이 불지 않을 때도 헬기가 출동하는 데 최소 한 시간 이상 걸리므로 초동 대응이 어렵다”면서 “진화를 위해 가용한 헬기가 산림면적 대비 우리의 6분의 1도 안 되는 일본에서 최근 대형 산불이 거의 사라졌다는 것은 헬기가 대안이 되지 않는다는 방증”이라고 밝혔다.
산림청이 1998년부터 진행한 ‘숲가꾸기’ 사업이 오히려 대형산불을 키웠다는 주장도 전했다. 숲가꾸기 사업은 숲의 연령과 상태에 따라 가지치기, 어린나무 가꾸기, 솎아베기, 천연림가꾸기 등과 같은 작업을 하는 것을 말한다.
홍 교수는 “지금 우리 숲은 활엽수림으로 급속히 전환되고 있다. 달리 말하면 일명 ‘소나무림 고사’가 된다”며 “한국의 모든 대형 산불 발생 지역의 공통점이 소나무림 우점 지역이면서 활엽수 어린나무들을 베어낸 ‘숲가꾸기’ 사업이 진행된 숲”이라고 밝혔다.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소나무는 활엽수에 비해 1.4배 더 뜨겁게 타고 불이 지속되는 시간도 2.4배 더 긴 것으로 나타났다.
소나무가 가득한 산의 모습. 기사 내용과는 무관. (사진=게티이미지) |
그러면서 “산림청은 지금까지 숲의 변화에 대해 ‘소나무림 고사’를 강조하면서 산불에 취약한 소나무림 유지를 위해 자연의 힘으로 확산되는 활엽수림을 수십 년간 베어왔다”며 “대형 산불은 자연재해가 아니라 산림청의 잘못된 정책에 의한 인재나 다름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 솔방울에 붙은 불씨가 강풍을 만나 꺼지지 않는 산불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서재철 녹색연합 전문위원은 26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25년째 산불 현장을 조사하고 있는데, 어제 내륙에서 몸이 흔들릴 정도의 강한 바람은 처음 만났다”며“이 바람을 탄 솔방울 불티가 어제 40㎞를 3시간 만에 날아가며 안동에서 영덕으로 산불을 옮긴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안동, 의성부터 영덕까지는 대한민국의 소나무 밀도가 가장 높고 평균 50% 정도 된다”며 “특정 사면, 산지는 80~90%, 의성 같은 경우도 피해가 극심한 곳에 가보면 능선 사면에는 소나무 밀도가 90%”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참나무 숲은 산불이 발생해도 상대적으로 피해가 크지 않지만 소나무는 불을 급속도로 확신시키거나 엄청난 연기를 내뿜는 등 피해를 가중시킬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이번 산불은 지난 22일 오전 11시 24분쯤 경북 의성군 안평면에서 시작됐다. 당시 성묘객이 버린 담배꽁초로 인해 불이 붙은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순간 최대 풍속은 초속 15m로, 흩날린 불씨는 대형 산불로 번졌다. 산불이 꺼지지 않고 계속 번지는 데에는 강풍의 영향이 주요했다.
현재는 경북 안동을 넘어 청송·영양·영덕 등으로 번진 가운데 봉화 및 경주에서 일어난 산불은 큰 불길이 잡힌 상태다.
27일 중앙대난대책본부에 따르면 영남 지역 산불로 현재까지 26명이 사망, 8명이 중상, 22명이 경상을 입었다. 또 주민 3만 7000명이 대피했으며, 325개소 시설물이 피해를 입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