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 기록자 |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부디, 마지막에는 조용히 노화를 받아들여 '무위로 돌아가기'를 바랍니다."
일본의 정신과 전문의이자 노인 인지증 연구자인 사이토 마사히코가 최근 출간한 '알츠하이머 기록자'(글항아리)는 저자의 어머니가 남긴 일기를 바탕으로 쓴 치매 환자 관찰일지다.
저자의 어머니는 83세에 치매를 진단받았지만, 그 조짐은 16년 전인 67세부터 일기 속에 조금씩 스며들어 있었다. 저자는 첫 조짐 이후 어머니가 87세로 돌아가실 때까지 20년을 네 단계로 나눠 어머니의 또 다른 삶을 추적한다.
하지만 저자는 "이 허물어짐은 무너짐이 아니라, 삶의 또 다른 모양"이라고 말한다. 그는 어머니의 일기를 해석하려 들지 않고, '머뭇거리며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곱씹어' 살펴본다.
책은 일기라는 '사적 기록'을 중심에 놓고, 이를 둘러싼 가족들의 여러 대응을 교차해 보여준다. 저자뿐만 아니라 차남, 딸, 며느리 등 가족 구성원들이 함께 어머니의 병세를 관찰하고 기록을 남기며, 치매가 단지 환자 혼자만의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저자는 무엇보다도 치매에 관한 편견과 '치매는 본인이 자각하지 못한다'는 통념을 부수는 데 집중한다. 그의 어머니는 일기에서 물건을 잃어 당황하는 자신을 나무라기도 하고, 말실수에 자책하면서도 "내일은 괜찮아지겠지"라는 기대를 품는다. 저자는 그 생생한 감정을 독자에게 전하며 치매를 단순히 '기억 상실'로만 규정지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책이 치매라는 병의 실체를 분석하기 위한 실용서라기보다는 한 사람의 삶이 마무리되는 과정을 기록한 '서사'라고 강조한다. 치매 환자들은 사라지는 기억 속에서도 염원과 후회 등 다양한 감정과 함께 인간다움을 마지막까지 간직한다는 사실도 일깨운다.
조지혜 옮김. 328쪽.
h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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