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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4번 살려준 이재명, 시장·도지사 거쳐 대통령 향해 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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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심 무죄, 사법리스크 부담 덜어
조선일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서울고법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법원 청사를 나서고 있다. 이 대표는 “진실과 정의에 기반해서 제대로 된 판결을 해주신 재판부에 감사드린다”고 했다./사진공동취재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향후 대선 출마에 장애물이 될 ‘사법 리스크’를 상당 부분 해소하게 됐다. 이 대표는 현재 총 5개 사건 재판을 받고 있다. 이 가운데 조기 대선이 현실화할 경우 대선 전에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있는 사건은 선거법 위반 사건이 유일하다. 이 대표가 이날 ‘벌금 100만원 이상’의 피선거권 박탈형을 선고받았다면, 민주당 안팎에서 대선 출마 자격을 놓고 거센 논란에 휘말릴 수 있었다. 그러나 무죄 선고를 받으면서 대선 출마의 부적절성을 부각할 명분이 부족해지고, 야권의 유력 대선 주자로서 동력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대법원이 설령 항소심 판결을 유죄 취지로 파기하더라도 고등법원에서 다시 재판을 거쳐 대법원이 최종 확정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상 조기 대선 전에 결론이 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 대표는 이날 판결 뒤 법원 앞에 모여 있는 지지자들을 향해 양팔을 들어 인사한 뒤 입장을 밝혔다. 그는 “사필귀정”이라며 “진실에 기반해 제대로 된 판단을 해주신 재판부에 감사하다”고 했다. 그는 “한편으로 이 당연한 일들을 이끌어내는 데 많은 에너지가 사용되고 국가 인력이 소진된 것이 참으로 황당하다”며 “검찰과 이 정권이 이재명을 잡기 위해 증거와 사건을 조작하는 데 쓴 역량을 산불 예방이나 국민의 삶을 개선하는 데 썼다면 얼마나 좋은 세상이 됐겠느냐”고 했다. 이 대표는 “이제 검찰도 자신들의 행위를 되돌아보고 더 이상 공력을 낭비하지 않길 바란다”고도 했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 대표를 옭아맸던 거짓의 올가미가 마침내 끊어졌다”며 “검찰의 정치 보복 수사에 경종을 울린 법원에 감사드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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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성규


이 대표는 이날 판결을 포함해 형사 기소됐다가 법원에 의해 네 번이나 정치적으로 기사회생했다. 이 대표는 2018년 경기지사 후보자 토론회에서 ‘성남시장 시절 친형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그런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했다가 허위 발언으로 기소돼 2심에서 벌금 300만원(피선거권 박탈형)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대법원이 “토론 중 의도적으로 왜곡한 게 아니면 허위 사실 공표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무죄 취지 파기 환송 판결을 내리면서 도지사직을 유지하고 지난 대선에도 출마할 수 있었다. 2023년엔 민주당 일부 의원도 동의해 국회에서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가결됐으나, 서울중앙지법은 “정당의 현직 대표로서 공적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라 증거인멸 염려가 없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지난해 11월 위증 교사 사건 1심에선 정치권의 예상을 깨고 무죄 선고를 받았다.

이 대표가 이날 다시 한번 법원에서 정치적으로 생환한 만큼 당내 리더십을 재정비하는 동시에 중도층 외연 확장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헌재의 윤석열 대통령 파면 선고를 이끌어내기 위한 여론전에 당력을 집중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이와 함께 ‘국정 리더십 부재’로 인한 경제와 민생 악화를 지적하며 수권(受權) 역량을 보여주는 데 주력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이날 산불 피해 현장을 점검한다며 법원에서 바로 경북 안동으로 향했다. 이 대표는 저녁에 안동 이재민 대피 시설을 찾아 산불 피해자들을 위로하고 관련 대책 회의를 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이 대표 선거법 위반 사건 2심 무죄 선고가 되레 야권에 독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중도 보수층의 반감이 큰 이 대표가 야권 유력 주자로 확실시되면서 오히려 정치 불신과 혐오가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김영수 영남대 교수는 “이 대표의 허위 사실 공표 혐의에 대해 2심에서 1심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하면서 정치 사회적 갈등은 더 격화할 수 있다”며 “만약 이런 상황에서 헌법재판소에서 윤 대통령 탄핵 선고가 인용된다면 보수 진영이 폭발할 수 있다”고 했다. 여권 관계자는 “‘이재명 대 윤석열’ 구도가 확고해지면서 민주당 지지율이 더욱 떨어질 수 있다”며 “조기 대선이 치러진다고 해도 승복하지 않는 사태가 올 수 있다”고 했다.

[주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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