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학교 김상우 교수 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척추이분증의 원인을 유전적으로 규명해냈다. 사진은 척수수막류 관련 유전자 비활성화를 통한 신경관 결손 검증 실험의 모습. (사진=과기정통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신생아 3000명 중 1명에서 나타날 정도로 발생률이 높은 선천성 질환 '척추이분증'의 발생 원인을 국내 연구진이 최초로 규명해냈다. 직접적인 질병 발생 원인인 유전자 돌연변이 특성을 인간에게서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7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연세대학교 김상우 교수 연구팀은 세계 최초로 척추이분증의 원인을 유전적으로 규명해냈다.
척추이분증은 임신 중 태아의 신경관이 완전히 닫히지 않아 생기는 선천적인 질환이다. 선천성 신경관 결손 장애의 종류 중 하나로, 증상이 심한 경우 태어날 때부터 척수 수막류가 나타나게 된다. 수막류는 뇌와 척수를 둘러싸고 있는 막이 만들어지지 않아 신경 조직이 나와 있는 증상이다. 척수 수막류와 함께 보행장애·감각 이상 등 심각한 증상까지 동반될 수 있다.
이 질환은 신생아 3000명 중 1명에 달하는 높은 발생률을 보인다. 이에 연구자들은 척추이분증을 가진 환자들이 가지고 있는 특정한 유전자 돌연변이가 발병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추측해왔다.
하지만 보통의 유전 질환과는 달리 척추이분증은 핵심 유전자를 찾는 일이 오랫동안 난제로 남아 있었다. 동물 실험에서 몇몇 유전자가 밝혀지기도 했지만, 인간에게는 발견되지 않았었다.
게다가 환경적인 요인까지 영향을 미치는 복합 질환의 특성상 일반적인 접근 방법으로는 해결이 어려워 임신부의 엽산 섭취 이외에는 특별한 예방법이 사실상 없는 상황이었다.
김상우 교수팀은 부모로부터 유전되지 않고 자식에게서만 새롭게 나타나는 '드노보(De novo)' 돌연변이에 초점을 뒀다.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 연구진과 협업해 전 세계 851명의 척추이분증 환자와 가족 2451명을 대상으로 유전자 분석을 시작했다.
미국 연구팀이 대규모 환자를 모집하고, 이들에게 우리나라 연구팀이 보유한 숙련된 DNA 분석 기법을 적용하는 식으로 협업이 이뤄졌다.
척수수막류 환자 851명으로부터 도출한 질병 관련 유전자 및 생물학적 기능 네트워크의 모습. 김상우 교수 연구팀은 특히 질병 발병에 연보라색 바탕의 'GTPase 관련 액틴 세포골격’과 ‘미세소관 기반 과정'이 큰 역할을 미칠 것이라고 발표했다. (사진=과기정통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분석 결과 척추이분증의 원인은 하나의 유전자가 아닌 수백 개의 유전자들이 서로 밀접하게 영향을 준다는 사실까지 발견했다.
한미 연구진의 협업을 통해 드노보 돌연변이가 정확하게 검출됐다. 환자의 약 22.3%에서 유전자 손상 가능성이 높은 돌연변이가 발견됐고, 이 중 28%는 신경관 결손 발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평가됐다.
이후 연구팀은 이들 유전자가 어떤 생물학적 기능을 하는 지에 주목하고 연구를 이어나갔다. 환자들에게서 확인된 187개의 질병관련 유전자를 대상으로 네트워크 확장 기법과 클러스터링 기법 등을 적용해 질병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유전자들까지 알아내게 된 것.
이처럼 연구를 지속한 결과 연구팀은 척추이분증 발생에 직접적인 원인이 되는 유전자 돌연변이 특성을 인간에게서 처음으로 확인했다.
이러한 유전자는 주로 세포의 구조유지, 신경세포 신호전달, 염색질 변형과 관련된 기능을 하는 유전자들이었다. 연구팀은 동물모델 실험을 통해 검출한 유전자 돌연변이가 신경관 결손 과정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는 데에도 성공했다.
기존 연구와 달리 이번 연구는 대규모 환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해 수백개의 유전자가 관련이 있는 척추이분증의 발병 기작과 관련된 유전자 및 생물학적 기작까지 알아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해 과기정통부는 연구팀이 2019년부터 중견연구를 수행하면서 지속적으로 다뤘던 돌연변이 검출에 대한 축적된 연구 역량을 '척추이분증 원인 규명'이라는 확장된 연구 주제에 적용하면서 비롯된 것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번 연구를 통해 신경관 결손 질환에서 부모에게는 없지만 자식에게만 존재하는 드노보 돌연변이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입증할 수 있게 됐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가 신경계 선천성 기형의 원인 규명 뿐만 아니라 향후 질병 예측 모델 개발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척추이분증과 같은 신경관 결손 외에도 다양한 복합질환의 유전적 발생기전을 밝히는 데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다.
연구를 이끈 김상우 교수는 "이번 연구성과는 향후 진단 기술 개발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이라며 "신경관 결손 질환에 대한 예방법 개발뿐 아니라, 자폐증과 같이 유전적 돌연변이와 환경적 요인이 함께 작용하는 복합질환 연구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hsyh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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