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 대진운까지 받쳐줬다. 월드컵 진출팀을 가리는 아시아 지역 3차예선에서 껄끄러운 상대를 모두 피했다. 11회 연속 월드컵 진출 금자탑 쌓기가 무난해 보였다.
하지만 팬들의 기대는 곧 실망으로 바뀌었다.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예선부터 지휘봉을 잡은 홍 감독이 뛰어난 선수들을 데리고도 형편없는 경기력으로 졸전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홍 감독 정식 부임 이후 축구대표팀은 4승4무를 기록했다. FIFA 랭킹이 한국(23위)보다 한참 낮은 이라크( 56위)와 요르단(64위), 오만(80위), 팔레스타인(101위), 쿠웨이트(134위)를 상대한 결과다.
특히 3차 예선 들어 홈에서 무기력한 경기 운영으로 1승 3무에 그치며 팬들의 실망감을 더욱 키웠다.
자말 셀라미 요르단 감독이 “아시아 최강팀 한국을 상대로 좋은 결과를 얻어내 우리에게도 월드컵에 나갈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고 만족할 정도였다. 11회 연속 월드컵 진출을 조기 확정하겠다는 대표팀 계획에도 차질이 생겼다. 반면 라이벌 일본과 이란은 보란듯이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다.
홍 감독은 25일 경기 뒤 기자회견에서 “홈에서 결과를 못 내고(승리하지 못하고) 있는데, 그 이유를 뭐라고 정확하게 파악하지는 못하겠다”며 “우리가 집중할 수 없는 것들이 있는 것 같기도 한데… 정확히 무엇 때문인지 나도 잘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3경기 연속 무승부에 그친 부분은 모든 게 내 책임이다. 팬 여러분께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6월에는 부상 선수들이 복귀하는 만큼, 월드컵 본선에 진출할 수 있을 거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한국은 26일 현재 4승4무(승점 16)로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B조 선두를 달리고 있다. 오만, 요르단과의 경기에서 잇달아 무승부를 기록하며 조기에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하지 못했지만 운이 따라줬다. 이라크가 이날 팔레스타인에 충격적인 1-2 역전패를 당하면서 6월5일 예정된 이라크와의 원정 9차전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는 부담을 덜게 됐다. 이라크가 3승3무2패(승점 12)로 조 3위에 머물면서, 한국은 남은 이라크, 쿠웨이트전에서 승점 1만 따내도 조 2위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이번 북중미 월드컵에서 아시아축구연맹(AFC) 가맹국에 할당된 월드컵 본선 티켓은 8.5장이다. 3차 예선 각 조 1~2위가 본선에 직행하고, 조 3~4위는 4차 예선을 통해 다시 도전하는 구조다. 한국이 이라크전에서 무승부만 해도 11회 연속(통산 12회) 월드컵 본선에 나가게 된다.
정필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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