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NBC뉴스와 전화 인터뷰에 나서 사건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2개월 사이에 발생한 유일한 흠집”이라며 “심각한 일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 핵심 외교안보라인 인사 18명이 모여 있는 ‘시그널’의 채팅방에 시사주간지 애틀랜틱의 제프리 골드버그 편집장을 초대해 예멘 공습 계획이 사전 누출된 단초를 만든 마이클 왈츠 국가안보보좌관에 대해서는 “마이클은 교훈을 얻었다. 그는 좋은 사람”이라며 일각에서 제기되는 사퇴론을 일축했다. 골드버그 편집장을 초대하는 실수를 저지른 사람이 왈츠 보좌관이 아닌 그의 사무실의 직원이라며 책임을 제3자에서 떠넘기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UPI연합뉴스 |
하루 전 유출 사건이 처음 공론화됐을 때만 해도 트럼프 대통령이 왈츠 보좌관에게 강한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져 사퇴 전망이 힘을 받았지만 결국 측근을 지키기로 선택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각국 주재 대사 지명자들을 만난 자리에서도 왈츠 보좌관에게 발언 기회를 주며 그에 대한 굳건한 지지와 신뢰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파문 진화 시도에도 비판 여론은 외교안보라인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일반 채팅방에서 국가 안보 핵심 사항을 논의한 이번 사태는 관료를 지낸 경험이 없는 인사가 다수를 차지하는 트럼프 외교안보라인의 임시방편적 성향이 가지는 함정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관료와 직업공무원 등 이른바 ‘딥 스테이트’를 배제하고 신뢰하는 측근들로만 안보팀을 짠 결과 절차에 따른 논의가 아닌 일반 채팅방에서의 ‘비공식 대화’로 중요 논의가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이 매체는 트럼프 외교안보라인의 이런 성향이 정부 내 소통의 혼란을 만들어내 모순된 정책 메시지로 이어지기도 한다면서 이로 인해 2기 행정부 임기 초기 중동, 유럽 등에서 빠른 성과를 내고자 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바람을 성과로 이어가는 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J D 밴스 미국 부통령. AFP연합뉴스 |
설상가상으로 파문은 외교적 마찰로까지 이어지는 분위기다. 채팅방에서 트럼프 외교안보라인이 나눈 유럽 동맹국에 대한 모욕적인 발언까지 고스란히 공개됐기 때문이다. 해당 대화에서 J D 밴스 부통령은 후티 반군이 위협 중인 수에즈운하가 유럽의 주요 무역루트라는 것을 거론하며 “나는 유럽을 또 구제하는 것이 싫다”고 발언했고,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유럽의 무임승차에 대한 부통령의 혐오에 공감한다. 참 한심하다”고 답했다.
유럽에서는 충격적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영국 가디언은 이 대화가 트럼프 행정부의 유럽 혐오가 얼마나 깊은지 드러낸다고 지적했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럽 동맹국들을 ‘업신여긴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짚었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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