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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우, 美와 흑해 무력 사용 중단 합의했지만…러시아 "제재 해제해야 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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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각각 미국과 대화를 통해 흑해에서의 무력 사용을 중단하기로 합의했다. 다만 러시아가 자국에 부과된 제재를 해제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고 있어 이에 대한 실행 여부에 따라 합의 이행의 양상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25일(이하 현지시간) 백악관은 지난 23일부터 이날까지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미국과 러시아, 미국과 우크라이나 대표단이 회담을 진행했다면서 각각 별도의 결과를 발표했다. 백악관은 러시아와 회담 결과 발표에서 "미국과 러시아는 흑해에서 안전한 항해를 보장하고, 무력을 사용하지 않고, 군사적 목적으로 상업용 선박을 사용하는 것을 방지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백악관은 "미국은 러시아가 농업 및 비료 수출을 위한 세계 시장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 해상 보험 비용을 낮추고, 이러한 거래를 위한 항구 및 결제 시스템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러시아 측이 요구한 조건을 미국이 일정 부분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러시아 대통령실인 크렘린궁 역시 미국과 합의 내용을 발표했는데, 금융 및 무역과 관련한 제재가 해제돼야 위 합의가 발효될 수 있다고 밝혔다.

크렘린궁은 "러시아 농업 은행을 포함해 수산물과 관련 제품, 비료 등을 거래하기 위한 국제 무역에 관여하는 금융기관에 부과된 제재 해제, 스위프트(SWIFT, 국제은행간통신협회.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결제 시스템)에 다시 연결, 관련 계좌 개설" 등의 조건이 충족돼야 일부 휴전 합의를 발효할 것이라고 밝혔다.

크렘린궁은 "무역 금융 운영에 부과된 제한"을 해제하고 "수산물과 관련 제품 및 비료를 생산·수출하는 회사에 부과된 제재"를 해제하며 "보험회사가 식품 화물과 비료를 취급하는 것을 금지하는 제한"을 해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어 크렘린궁은 "식품 및 비료 무역에 관여하는 선박이 항만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제한과 이러한 선박에 대해 러시아 국기 게양을 금지하는 제재"를 해제해야 하며 "식품 및 비료 생산에 사용되는 농기계 및 기타 상품의 러시아 연방 공급 제한"도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미 백악관은 결과 발표에서 러시아, 우크라이나와 에너지 시설에 대한 공격을 금지하기 위한 조치를 구체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1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30일 동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상대의 에너지와 기반 시설을 공격하지 않는다는 일시적 휴전에 합의했다.

당시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무인기 공격이 이어지고 있다며 러시아 측이 휴전을 이행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반발했는데, 이날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유사한 주장을 하면서 18일이 아닌 25일부터 30일 간 휴전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크렘린궁이 또다시 거짓말을 하고 있다. 흑해에서의 일시 휴전이 제재 문제와 연관돼 있고 에너지 시설에 대한 휴전이 시작된 날짜가 3월 18일이라는 주장"이라며 "러시아는 항상 거짓말을 한다"라고 말했다고 우크라이나 매체 <키이우 인디펜던트>가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과 회담에 대표단으로 참석했던 루스템 우메로우 국방부 장관이 미국에 부분 휴전 협정 발효 일자를 물어봤다면서 "(미국) 의견으로는 두 가지 공식 성명(결과 발표)이 나온 뒤 해상(흑해) 및 에너지 휴전이 발효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알고 있다)"라며 "의심할 여지없이 이는 대통령이 군대에 내린 명령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러시아가 제재 해제를 일시적 휴전 발효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는 데 대해 "우리는 그것이 문서에 포함되길 원하지 않았다. 이는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약화시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러시아가 주장하는 제재 해제 조건에 대해 우크라이나가 반발하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우리는 지금 이 모든 상황에 대해 고려하고 있다. 5~6가지 조건이 있는데, 이 모든 조건을 검토하고 있다"라고 말했다고 미국 방송 CNN이 전했다.

CNN은 "백악관은 러시아와의 협의 결과에서 러시아가 내건 조건에 대해 명시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서로 다른 보상을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러시아에 대한) 제재 완화의 세부 사항과 일정은 불분명하다"라고 분석했다.

프레시안

▲ 왼쪽부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AFP=연합뉴스



에너지 기반시설 휴전과 관련해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 측에 보호받아야 할 에너지 시설 목록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측도 미국에 정유소와 석유 및 가스 파이프라인, 저장 시설, 발전소, 변전소 등의 목록을 건넸는데,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러시아 국영방송 채널1과 인터뷰에서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가스 공급 파이프라인인 노르트스트림에 대해 미국과 협의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파이프라인은 지난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그해 9월 폭파됐는데, 2023년 3월 미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미국 관리들이 받은 새 정보 보고를 인용,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집단이 폭파 공격을 수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한 바 있다.

라브로프 장관은 "유럽에 정상적인 에너지 공급을 회복하는 것이 러시아와 미국의 이익에만 부합할까?"라며 "미국이 유럽에 영향력을 행사하여 러시아 가스를 거부하지 않도록 한다면 흥미로울 것"이라고 말해 노르트스트림을 통한 러시아의 가스 공급 재개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유럽과 유럽 기업의 연료 비용은 미국 기업보다 몇 배나 더 높다.로버트 하베크(독일 부총리),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EU 집행위원장), 보리스 피스토리우스(독일 국방부 장관)와 같은 사람들은 모두 노르트스트림 파이프라인 회복을 결코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자살적 행위"라고 꼬집었다.

이어 라브로프 장관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그는 "젤렌스키는 약해 보이고 싶어 하지 않는다"며 "하지만 그 나라(우크라이나) 사람들 사이에서 그의 이미지가 예전만큼 긍정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과 회담에서 광물 협정과 관련해 미국이 새로운 거래에 서명할 것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그는 "기본 협정 이후 완전한 협정으로 발전되고 있다. 이제 미국은 우리에게 그들의 비전을 제안했다"고 말했는데 자세한 내용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

그는 이 새로운 협정에 우크라이나의 핵발전소에 대한 조항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키이우 인디펜던트>는 양국 간 초기 협정은 우크라이나가 국유 자원을 채굴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래 수익 50%를 기여하는 기금 설립을 골자로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우크라이나는 구체적인 안보 보장이 없다는 이유로 이 협상을 거부한 바 있다.

[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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