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이 25일 경기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8차전 요르단과의 경기에서 선수들의 플레이를 지켜보고 있다. 수원=연합뉴스 |
3월 A매치 홈 2연전을 모두 무승부에 그친 홍명보호의 부진에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더라도 지금 같은 경기력으론 토너먼트 입성이 힘들다는 평가를 받는 가운데 선수 선발부터 되돌아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지난 25일 경기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요르단과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8차전에서 전반 5분 만에 터진 이재성(마인츠)의 선제골을 지키지 못하고 1-1로 비겼다.
한국(FIFA랭킹 23위)은 이로써 A매치 3경기 연속 무승부로 부진했다. 지난해 11월 팔레스타인(101위)과 1-1로 비긴 이후 지난 20일 오만(80위)에 이어 요르단(64위) 등 3차례나 승부를 내지 못했다. 한국은 현재 4승 4무(승점 16)로 조 1위를 지키고 있지만 위태롭기만 하다. 전날 이라크가 팔레스타인에 역전패(1-2)해 승점 획득에 실패하면서 3위(승점 12)에 그쳤으나, 요르단이 2위(승점 13)에 올라 맹추격할 기세다.
박용우(왼쪽)가 25일 경기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8차전 요르단과 경기에서 드리블을 하고 있다. 수원=연합뉴스 |
홍명보호의 부진에는 선수 선발 및 기용의 실패가 주요 원인이라는 평가가 따른다. 우선 이번 대표팀은 28명이나 선발했지만 선수들의 줄부상으로 활용도가 떨어졌다. 해외파 19명의 소집은 처음부터 삐걱거렸다. 소속팀에서도 부상으로 장기간 결장한 황인범(페예노르트)을 불러들여 우려를 샀고, 김민재(바이에른 뮌헨)가 아킬레스건 염증 부상으로 이탈해 대체 선수(김주성)를 발탁했다. 특히 홍 감독은 "김민재는 작년부터 부상 신호가 있었고 이를 인지하고 있었다"면서도 기어이 대표팀에 발탁한 건 아이러니하다. 오만전 명단에서 아예 빠졌던 황인범은 요르단전서 80분을 뛰었지만 결국 다리를 절뚝이며 나왔다. 두 선수의 공백에 대한 대비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방증이자, '플랜 B'가 없다는 걸 드러낸 셈이다.
갈수록 보수적인 선수 선발도 문제다. 지난해 7월 부임한 홍 감독은 9월부터 A매치를 치르면서 박용우(알 아인) 정승현(알 와슬) 이명재(버밍엄시티) 원두재(코르파칸) 등 울산 감독 시절 제자들을 수시로 뽑고 있다. 특히 여러 차례 실점의 빌미를 제공한 박용우의 경우 홍 감독 부임 이후 8번의 A매치 중 7차례 선발 출전했다. 이번 3월 A매치 명단도 16명의 공격수 중 국내파는 홍 감독의 울산 시절 제자인 주민규(대전하나시티즌), 이동경(김천 상무)만 이름을 올렸다. 이는 홍 감독이 자신의 전술에 익숙한 선수들을 기용한다는 것인데, 결국 세밀한 전술 변화 없이 대표팀이 운영되고 있는 현실을 보여준다.
해외파에 의존적인 선수 기용도 지적됐다. K리그 한 관계자는 "잔디 문제로 상암월드컵경기장 대신 고양종합운동장,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A매치를 치렀다. 이러한 잔디에 유리한 K리그 선수들을 발굴해 선발했어야 했다"며 "홍 감독이 K리그 출신 감독이 맞는지 의심스럽다"고 꼬집었다. 국내 경기장에 최적화된 K리그 공격수를 기용했다면 승리가 절실했던 오만전, 요르단전에서의 용병술이 통했을 거란 얘기다. 실제로 홍 감독은 2연전 모두 후반에 오현규(헹크) 양현준(셀틱) 오세훈(마치다 젤비아) 등을 '교체 카드'로 활용했으나 하나도 통하질 않았다. 지난해부터 손흥민(토트넘)이 '잔디 문제'를 언급하며 홈경기의 아쉬움을 토로했지만 홍 감독의 선수 명단엔 반영되지 않았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