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테이너 물류 상하차 작업은 대표적인 기피(3D) 업종으로 꼽힌다. 고온·저온을 오가는 환경에서 하루 수천 개의 박스를 반복적으로 옮기는 고강도 노동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전 세계 물류 기업들은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점점 늘어나는 인건비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인공지능(AI)과 로보틱스(로봇공학) 기술이 급속히 발전하면서, AI로봇 솔루션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혁신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물류 시장에서 자동화 혁명을 이뤄낼 유망 기업으로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소재 한인 창업 스타트업인 '콘토로 로보틱스(이하 콘토로)'를 들 수 있다. 콘토로는 2022년 2월 윤영목( 사진) 대표가 설립한 AI 기반 물류 하역 로봇 솔루션 개발 기업이다. 윤 대표는 뇌졸중 재활 등에 활용되는 의료 로봇을 개발업체 '하모닉바이오닉스' 창업에 이어, AI로봇으로 다시 한 번 도전장을 던진 것이다.
AI로봇 제어 기술로 고된 상하차 노동 문제 해소
콘토로는 사람을 대신해 컨테이너에서 박스 등 물품을 꺼내 컨베이어 벨트로 옮기는 작업을 자동화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콘토로의 경쟁 업체로는 현대차(005380)그룹의 '보스턴다이내믹스', 미국의 '피클로봇' 등이 거론된다. 최근 콘토로는 물류 자동화 기술의 우수성을 높게 평가받아 아마존과 쿠팡, 두산(000150)을 비롯해 SV인베스트먼트(289080), IMM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1200만 달러(176억 원) 규모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윤 대표가 AI로봇 기술을 통해 물류 하역 자동화에 나선 것은 해당 시장의 규모가 크고 해결해야 할 과제가 명확해서다. 글로벌 물류산업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물류센터 내 하역 작업 분야는 여전히 인간 노동에 의존하는 비중이 크다. 특히 컨테이너 하역은 반복적이고 육체적 부담이 큰 업무로, 근골격계 질환 등 건강 문제를 호소하는 노동자들이 늘고 있는 실정이다. 윤 대표는 “특히 미국 시장의 경우, 인건비 부담을 떠나서도 이 분야는 대표적인 기피 업무여서 인력 확보 자체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며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을 고려하더라도 물류 하역의 자동화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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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응형 AI로 물류센터 현장 상황 학습해 효율 향상
콘토로의 닥덕은 사물을 식별하는 '센서'와 박스를 집는 '그리퍼', 박스를 이동시키는 '산업용 로봇팔' 등으로 구분된다. 콘토로는 AI 로보틱스 기업으로서 로봇 제조보다는 AI 기술을 활용한 로봇 제어 솔루션 개발 기술이 핵심 역량이다. 특히 적응형 AI 기술을 활용해 콘토로의 AI 로봇은 여러 물류 컨테이너 환경에 맞게 학습해 시간이 지날수록 정확도를 높여나가도록 하고 있다. AI로봇이 각 물류센터의 환경과 물품 종류 등 현장 상황에 적응하며 작업 효율을 스스로 향상시킬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다. 또 콘토로는 박스를 집는 그리퍼 제조에 대해서도 차별화된 기술력을 갖고 있다.
윤 대표는 "AI 학습과 이를 활용한 원격 로봇 제어, 박스를 손쉽게 집을 수 있는 그리퍼 제조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며 "고객들이 우리의 AI 로봇을 도입하고 첫 주에는 96~97%의 정확도를 보이고, 한 달 정도 지나면 물류 하역 정확도가 99.5% 수준으로 올라가 사람의 개입 비중이 0.5% 정도에 불과할 정도가 된다"고 설명했다.
또 콘토로는 로봇 원격 제어 기술은 NASA의 기술도 일부 적용됐다. 윤 대표는 텍사스대 연구실 시절 NASA로부터 원격 제어 기술을 제공받아 연구를 진행한 바 있다. 이는 NASA가 달이나 화성으로 로봇을 보내고, 이를 원격으로 제어하는 기술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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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이저러스 물류센터 상용화···쿠팡·두산과도 협력 협력 타진
또 콘토로는 이번 투자자로 참여한 쿠팡, 두산그룹과의 협력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2027년에는 파트너사들과 협력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에도 콘토로의 AI로봇이 공급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윤 대표는 "최근 상용화 사례를 통해 기술적 역량에 대해선 어느 정도 증명했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는 최근 확보한 투자금을 활용해 더욱 적극적으로 고객사를 확보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를 위해 생산 시설을 확대하고 품질 수준도 대대적으로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 대표는 앞으로 보완해야 할 점으로는 정확도와 속도를 꼽았다. 아직 AI로봇의 물류 하역 작업 정확도의 최대치가 99.5%에 불과해 완전 자동화라고 보긴 어렵다. 또 속도도 아직은 사람이 작업하는 것보다는 느리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윤 대표는 “속도 부분은 앞으로 18개월 안에는 사람이 작업하는 것보다 빠르게 할 수 있도록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AI 기반 물류 하역 정확도를 99.9%로 향상시키고, 5년 안에 이 시장에서 승자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류석 기자 ryupr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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