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세종시 국토연구원 본관에서 ‘임대차 제도개선 토론회’가 열리기 앞서 기념촬영을 진행 중이다. 홍승희 기자 |
[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임차인에 대한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를 담은 ‘임대차 2법’ 제도 개편을 두고 네 가지 안이 제시됐다. 정부는 임대차2법 시행 5년을 맞아 그간의 입법 효과를 면밀히 분석하고, 계약별·지역별로 임대차2법을 자율적으로 적용하는 안부터 상한요율을 상향하는 안까지 제도 개선을 다양하게 검토할 예정이다.
국토부, 임대차2법 정책효과+개편안 공론화 나선다
26일 국토연구원은 세종시 국토연구원 본관에서 ‘임대차 제도개선 토론회’를 열고 임대차2법에 대한 개편 방안을 논의했다. 지난 2020년 7월 31일 도입된 임대차2법은 계약갱신요구권과 전월세 상한제를 포함하고 있다. 임차인의 4년 거주권과 계약 갱신 시 차임·보증금의 인상률을 5% 이내로 보장하는 게 주요 골자다.
토론에 참석한 박정혁 국토부 주택임대차 기획팀장은 “제도개선에 앞서서 임대차도입 효과를 다시 들여다보도록 하겠다”며 “계약갱신청구권 사용수도 최근 데이터를 통해 다시 한 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편 임대료 5% 상한제를 신규계약에도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지만 정부는 아직 공식 입장을 정한 바가 없다”며 “국토연구원이 제시한 대안에 더해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최대한 많은 의견을 청취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거주기간 현황[출처 : 박진백 국토연구원 박사] |
이날 주제발표를 맡은 박진백 국토연구원 박사는 임대차 2법의 유연성을 제고하는 개편안에 대해 총 네 가지 방향을 제시했다. ▷제도 도입 전으로 복귀(폐지) ▷지역지정제 또는 지자체 위임 운영 ▷임대차 계약시 자율 적용 ▷상한요율 수정·보완 등이다.
먼저 2020년 임대차2법이 도입되기 전으로 복귀하는 안에 대해서는 계약 갱신에 따른 임대-임차인간 갈등이 감소하고 신규 임차인의 진입을 제약하는 효과를 감소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정책 변화로 인한 국민 피로도가 증가하고 계약 임차인의 신규임대 노출 빈도가 증가한다는 단점이 분석됐다.
임차인의 주거안정 유도가 필요한 지역에 한해서만 임대차2법을 차별적으로 적용하는 안에 대해선 지자체별 행정비용이 증가한다는 단점이 거론됐다. 매 계약별로 자율 적용하는 안 역시 갈등을 일정 해소할 수 있지만 임대인의 강한 협상력이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은 단점으로 언급됐다.
현제 5%인 상한요율을 상향하는 방향에 대해선 신규 임대료와 갱신 임대료 간 발생하는 이중가격 문제를 일정 부분 해결할 수는 있으나 상한요율에 대한 사회적 합의 도출이 어렵고, 전세가가 상승하는 등 새로운 상한요율에 대한 ‘문턱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백 박사는 이외에도 제도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분쟁조정을 내실화하고, 임대차계약의 전자문서화를 활성화하며 임대인의 권리를 보다 명확화하는 대안도 제시했다. 특히 계약갱신요구권 사용 후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하는 임차인을 제한해 임대차 시장 내 갈등요인을 해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 “임대차2법, 전월세 가격 상승 효과 불러” vs “주택가격 변동성 때문”
한편 각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계약갱신청구권의 효과에 대한 엇갈린 의견이 제시됐다. 백 박사의 경우 이 법이 임차인들의 거주기간을 일정부분 늘리는 데는 기여했지만, 단기적으로 전월세 가격을 급등시켰다는 점을 지적했다. 단 가격상승은 당시 금리 인하 등 거시적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고 부연했다.
백 박사는 “임차인의 거주기간이 2020년 3.2년이었지만 2023년 3.4년으로 소폭 증가했다”며 “임차인이 신규계약이나 갱신계약을 선택할 수 있게 됐고 경기 상황에 따라 수요가 신규냐 갱신이냐가 집중되기 때문에 (당시 효과가) 반복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반면 이승협 중앙대 교수는 전월세 가격의 급상승은 계약갱신청구권 때문이 아니라 당시 주택가격의 변동성 자체가 현저하게 높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 4년치 전월세가격이 선반영 된 건 ‘보험’으로서의 가치를 가졌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 교수는 “전월세가격 상승은 변동성에 대한 보험을 제공하는 것이지 추가로 선반영돼서 당장 금융비용 부담을 강제하는 건 아니기 때문에 주거 안정성 측면에서 계약갱신청구권이 선택가능한 정책이라고 본다”고 해석했다.
송경호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박사의 경우 특히 전월세 5% 상한제가 임대가격의 변동성을 확대시키는 부작용을 낳았다고 분석했다. 또 장기간 예측의 부정확성이 증가해 적정가격에 계약한 비율이 낮아졌으며, 임대인-임채인간 분쟁도 증가했다고 봤다.
그는 “전월세상한제를 보다 유연하게 적용해야 한다”며 “시장임대료가 50% 상승한 경우 상한을 25%를 두고 30% 상승한 경우 15% 오르는 식으로 시장상황을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게 어떻겠느냐”고 제시했다.
[연합] |
2020년 임대차2법 도입 당시, 모든 민간 주택 계약에 법을 ‘소급적용’ 시킨 정책결정이 혼란을 키웠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문윤상 한국개발연구원(KDI) 박사와 오지윤 명지대 교수는 “임대차2법이 소급적용돼서 한시 한날 규제가 들어간 것 자체가 대단히 큰 부작용을 예고한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외 토론자들 사이에선 임대인의 수익권을 보장해줘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김영두 충남대 교수는 “임대인과 임차인의 관계에서 중요한 건 임차인의 주거권을 보호해주고 임대인한테는 수익권을 보장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단기임대차를 허용해 임대이니에게 자산관리의 기회를 충분히 부여하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