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항소심 선고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
“다소 과장이 있더라도 허위로 볼 수 없어”
26일 서울고법 형사6-2부(부장판사 최은정 이예슬 정재오)는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이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원심 판결 직권 파기 사유가 있어 원심 판결을 파기한다”며 “피고인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이 없는 정도에 이르지 못하고 범죄사실 증명이 없다”고 했다.
1심 판단이 뒤집힌 배경에는 2심 재판부가 이 대표가 방송 프로그램에 나와 한 발언 중 어떤 부분이 허위 사실에 해당하는지 구체적으로 특정해달라며 검찰에 공소장 변경을 요구한 것이 결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2심은 김문기 관련 이 대표 기소 발언을 세세하게 나눠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했다. 1심은 김 전 처장 관련 발언을 △‘성남시장 시절 김문기를 몰랐다’ △‘김문기와 골프를 치지 않았다’ △‘경기지사가 되고 공직선거법으로 기소가 된 이후 김문기를 알게 됐다’ 등 3가지로 나눠 이 중 골프를 치지 않았다는 발언만 유죄로 판단한 바 있다.
2심은 1심과 마찬가지로 ‘김문기를 몰랐다’는 발언은 ‘행위’가 아닌 ‘인식’에 관한 주관적인 표현에 불과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이 대표가 김 전 처장과의 교유행위 전체를 부정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1심에서 유죄가 인정된 이른바 ‘골프 발언’에 대해 2심은 “골프를 치지 않았다고 거짓말한 것으로 볼 수 없고 허위성 인정도 어렵다”고 무죄로 판단했다. 특히 이 대표가 호주 출장 중 김 전 처장과 찍은 사진에 대해서도 “국민의힘 소속 의원에 의해 김문기와 골프 친 것이란 증거 또는 자료로 제시됐는데 해외 어디선가 10명 한꺼번에 사진을 찍은 것으로 이는 골프 함께 친 증거가 될 수 없고 원본 일부를 떼어 내 조작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1심에서 유죄로 판단된 백현동 부지의 용도변경과 관련해서도 2심은 국토부의 상당한 압력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므로 이 대표의 발언이 허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2심은 “성남시가 공공기관 용도 변경과 관련해 장기간 다각도로 압박을 받는 상황을 인정할 수 있고 (국정감사장에서 이 대표의 일부 발언이) 상당한 압박을 과장했다고 볼 수 있으나 허위로 보긴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공표 사실 전체를 볼 때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는 경우에는 다소 과장이 있거나 약간의 차이가 있더라도 허위로 볼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례”라고 강조했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
“대법원에서 다시 뒤집히기 어려울 듯”
이번 선고 결과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선거법 위반 사건 특수성을 고려하면 대법원에서 다시 유죄가 나오기는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허위사실 공표죄의 경우 ‘마음의 목소리(내심의 의사)’가 처벌의 핵심이나 재판부가 사전에 검찰에 공소장 변경을 요구한 점 등을 고려하면 이 대표 발언과 기소내용이 일치하지 않은 것이 결정적이었다는 분석이다. 지난 3년간 2심의 무죄 판결이 대법원에서 변경(파기환송)된 비율은 3.7%(3405명 중 127명)에 불과했다.
익명을 요구한 부장판사 출신 A변호사는 “검찰이 내심의 의사까지 판단해 각종 의혹을 바탕으로 이 대표의 발언에 대한 의미를 부여해서 기소한 것이 패착”이라며 “1심은 검찰 주장대로 여러 의혹이 제기된 상태에서 어떻게 모를 수 있는지 판단에 유죄를 선고했지만 항소심은 발언 자체와 발언이 나온 질문의 맥락 등을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것을 지적한 것으로 대법원에서 뒤집히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선거법 전문 B변호사는 “공소사실을 보면 김 전 처장 발언에 대해 ‘해외 골프’라는 단어가 없었지만 각종 의혹들이 불거진 당시 상황 등을 종합해 의미를 부여해 이 발언이 허위라고 기소한 것”이라며 “재판부는 검찰이 없었던 발언에 대해 의미를 부여한 다음 기소한 건 적절치 않았다고 지적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토부 협박 발언을 2심 재판부가 ‘의견’으로 본 부분에 대해서는 엇갈린 반응이 나왔다.
C변호사는 “협박이 의견이라는 것에 전적으로 동의할 수 없다. 협박은 실제 협박이 있었느냐 없었느냐는 사실의 영역”이라며 “만일 ‘국토부의 협박에 따라 용도변경을 했다’라는 말이 의견이라면 지금까지 있었던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등 각종 명예훼손 사건의 결과가 모두 부정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예를 들어 명예훼손 사건에서 내가 누군가에 협박을 받았다는 거짓을 이야기했다고 치자”며 “이 대표의 2심처럼 만일 이 협박이 의견에 불과하다면 앞으로 명예훼손 사건에서 협박은 더 이상 허위사실에 해당하지 않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