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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촌 2도’ 고민 수도권 은퇴자의 0순위 마을 [액티브 시니어가 살고 싶은 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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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충주 - 고속도와 중부내륙선 개통으로 부쩍 가까워진 공원도시

편집자주

한국일보와 포스텍 사회문화데이터사이언스 연구소(소장 배영ㆍ이하 ISDS)는 액티브 시니어(액시세대)가 은퇴 후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기에 적당한 지역이 어떤 곳인지, 액시세대를 불러들이기 위해 각 시·군은 어떤 노력을 하는지 파악하기 위해 지역을 찾아가 그곳에서 생활하는 은퇴자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또 양적 질적 조사 방법을 사용해 해당 지역의 장점과 약점을 분석해, 10회에 걸쳐 매달 네 번째 목요일에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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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0월에 생긴 충주호 종댕이길은 7.5km 코스로 약 3시간이면 걸을 수 있다. 충주호를 시원하게 내려다보며 동시에 자연 그대로의 숲을 즐기며 걷는 길이다. 종댕이길의 종댕이는 근처 상종·하종 마을의 옛이름에서 유래된 충청도 사투리다. 종댕이길이 둘러싸고 있는 심항산을 종댕이산이라고도 불렀다. 한국일보 DB


‘충주’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무엇일까. 이 숙제를 푸는 것이 충주의 최대 고민이다. 충주에서 은퇴 생활을 하는 액티브 시니어(액시세대)들과 얘기를 나누면서 떠오른 해답은 수도권 은퇴자들이 ‘5촌(村) 2도(都)’(일주일 중 5일은 촌에서 2일은 도시에서) 생활의 최적지로 성장할 잠재력이 큰 곳이라는 것이다.

충주는 1,800년 전 삼국시대 때 고구려 백제 신라가 한반도 지배 주도권을 잡기 위해 꼭 필요한 전략적 요충지였다. 조선시대까지는 한강 뱃길과 경기-충청-경상 지역으로 오가는 육로가 모이는 교통 요충지로 번영을 누리며 조선 후기 전국에서 인구가 4번째 많은 큰 고을이었다. 하지만 1905년 경부선 철도 개통으로 국토 남북 발전 축에서 비켜 나갔으며, 1908년에는 충북 도청마저 청주로 이전했다. 이후 20세기 내내 산업화와 고도성장의 혜택에서 다소 소외된 지역으로 머물렀다. 하지만 2016년 중부내륙고속도로 개통으로 수도권과 이동시간이 크게 단축되면서 대기업 공장들이 속속 입주하고, 관광객도 늘면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여기에 경기 이천시 부발에서 충주까지 있는 충부내륙선이 2021년 개통돼 충주에서 약 1시간 만에 판교까지 도착할 수 있게 됐다. 지난해 11월에는 경북 문경까지 확장돼 과거 영남과 경기를 잇는 교통 요충의 위상도 되찾고 있다.

충주는 유서 깊은 문화재와 함께 잘 보존된 산과 숲 호수 온천 등을 고루 갖추고 있어 도시 출신 은퇴자에게 매력적인 고장이다. 이곳에서 만난 한 은퇴자는 “주변에 수안보 문경새재 송계계곡 월악산 충주호 등 다양한 자연경관과 즐길 거리가 있어 지루할 틈이 없다”며 “요즘 시니어들에게 인기가 높은 파크골프 시설도 넉넉하게 갖추고 있다”고 자랑한다. 실제로 충주시가 시행한 사회조사 결과에서도 녹지 환경에 대한 주민들의 만족도가 높게 나왔다. 충주시도 수도권 액시세대의 유입을 늘리기 위해 여러 가지 정책을 펼치고 있다. 탄금대 일원에 국가정원 지정을 추진하는 등 충주가 공업도시 이미지를 벗고 정원 도시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노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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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 인구 추이


충주시는 인구 정체 속에서도 고령자의 경우 전출보다 전입이 많다. 좋은 여건과 함께 지자체와 주민들의 노력 덕분일 것이다. 하지만 전체 인구는 20만 대에서 계속 줄어들고 있다. 충주시 시장(市長)보다도 더 유명하다는 유튜버이자 충주시 공무원 김선태씨는 그의 유튜브 채널 ‘충TV’에서 ‘충주시 유튜브 구독자 100만 달성과 충주시 인구 50만 달성’ 중 어떤 것을 선택하겠냐는 질문에 ‘인구 50만’을 택했다. 현재 인구를 두 배 이상 늘리는 것이 그만큼 어려운 과제라는 것이 그 이유다.

유입인구 증가는 충주의 가장 중요한 과제이고, 이를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이 충주를 널리 알릴 수 있는 대표 이미지 구축이다. 충주에서 만난 은퇴자는 “하다못해 충주를 대표하는 음식도 뚜렷하게 없는 상황에서 수도권 친구들에게 왜 충주에서 살아야 하는지를 설득하기는 너무 어렵다”고 말한다.

충주는 액시세대가 정주하기 적합한 다양한 매력이 혼재된 고장이다. 대도시와 전원의 중간 정도의 규모이며, 유서 깊은 문화재와 현대적 느낌이 공존한다. 또 비료, 이차전지, 엘리베이터 같은 제조업 비중이 높은 공업도시이면서도 탄금호 중앙탑공원 종댕이길 같은 아름다운 자연 풍광도 풍부하다. 무엇보다 조용하고 편안하다. 완전한 귀농·귀촌을 주저하는 수도권 거주 은퇴자가 ‘5촌2도’ 생활하기에 이보다 더 좋은 곳을 찾을 수 있을까. 보다 많은 액시세대가 충주를 정주할 마을로 선택하려면 이렇게 혼재된 매력을 제대로 꿰어 분명한 이미지로 널리 알리려는 고민이 필요하다.

공원 여가시설 풍부하지만 의료 부족


포스텍 사회문화데이터사이언스연구소(ISDS)가 개발한 ‘액티브 시니어 지표’를 통해 충주가 액시세대의 정주 여건을 얼마나 잘 갖추고 있는지 객관적으로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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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 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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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프라 요소


먼저 액시세대의 사회활동 편의성을 평가할 수 있는 문화·여가 분야에서 문화기반시설이나 체육 사회 복지시설이 인구당 시설 수에서 전국 평균에 비해 두 배가량 우수했다. 하지만 충주 유일의 대형 문화 시설인 충주문화회관이 노후한 상태라 문화 공연 시설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많았다. 고령 인구를 대상으로 하는 시설은 인구 1만 명당 이용 가능한 시설 수를 비교했는데, 구체적으로 노인 여가복지시설, 평생교육기관, 취업지원 교육기관 등이다. 이 경우에도 충주는 3.2로 전국 평균(2.2)보다 우수했다. 하지만 액시세대를 대상으로 한 문화프로그램 운영은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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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 문화/여가 녹지환경 인프라 현황


녹지 환경은 전국 평균을 크게 앞지르고 있다. 충주시의 경관녹지, 연결녹지, 도시공원 수를 기반으로 인구당 녹지 네트워크 점수를 도출한 결과, 충주시의 녹지 환경 인프라 점수는 전국 평균보다 1.7배나 높았다. 이 중 가장 돋보이는 곳은 탄금대 인근 ‘중앙탑 사적공원’이다. 탄금대는 원래 사유지였으나 시가 2023년 무상 임대 계약을 맺어 시민들에게 개방했다.

액시세대의 생활 편의성 평가를 위해 주거 및 모빌리티 상황을 살펴보자. 우선 주거 서비스 측면에서 귀농인 정착을 위해 농업 창업 자금, 주택 구입·신축·증·개축 자금을 지원하고 있으며, 영농 창업을 위한 장비 자재 시설 마련 자금도 지원한다. 또 신규 농업인을 위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해 농촌 정착을 희망하는 액시세대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대중교통 상황을 살펴보면, 버스 정류장과 노선 대비 버스 차량수가 적어 배차 간격이 전국 평균보다 열악할 것으로 측정된다. 농촌 주민은 “지금은 그래도 30분에 한 대 정도는 다니는 노선이 많아졌는데, 예전에는 3, 4시간에 한 대꼴이었다”고 말한다. 차를 소유하지 않으면 사실상 이동이 어려운 상황이다. 충주시는 주민이 전화를 하면 찾아오는 ‘콜버스’를 오전에는 노선형으로, 오후에는 예약제로 운행하며 불편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충주에서 가장 부족한 부분은 의료다. 의사, 의료 인력, 병상 수가 모두 전국 평균보다 적다. 주요 의료기관은 2차 병원인 충주의료원과 건국대 충주병원이 있는데, 건국대 충주병원은 지난해 의정 갈등의 여파로 응급실이 제한적으로 운영되는 사태를 겪기도 했다.

조사를 진행한 포스텍 배영 교수는 “충주가 가진 큰 장점 중 하나는 교류의 요충지라는 점이다. 고속도로와 중부내륙선의 개통으로 교통 환경이 좋아진 만큼 사람 간 교류도 더욱 활발해질 것을 기대한다. 이를 위해서는 주민 인터뷰에서도 지적된 바와 같이 외지인에 대한 배타적 태도의 완화가 필요하다. 갑자기 달라지기는 어렵겠지만, 그런 상황에 대한 인식에서부터 변화는 시작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자료 정리: 신정윤(포스텍 소셜데이터사이언스전공 석사과정) 송지은(포스텍 소셜데이터사이언스전공 석사과정)
액티브 시니어란
1980년대 미국 심리학자 버니스 뉴가튼은 ‘50~75세로 경력과 경제력 및 왕성한 소비력을 갖춘 세대’를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라고 정의하면서 ‘어제의 노인과 다른 오늘의 노인’이라고 범주화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액티브 시니어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은퇴 생활에 접어들게 된다. 대체로 1964~74년생으로 분류할 수 있는 이들을 ‘2차 베이비 붐 세대’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1955~63년생인 ‘1차 베이비 붐 세대’와 비교하면 고도성장기에 성장한 덕에 고학력과 노후 준비가 잘된 이들의 비중이 높다. 액티브 시니어의 표준화된 한국어 번역이 아직 없어, 기획에서는 ‘액티브 시니어’로 쓰되 ‘액시세대’로 줄여 부른다.

정영오 논설위원 young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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