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그린팩토리에서 열린 2025년 정기 주주총회에서 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발표하고 있다. 왼쪽은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김민국 기자 |
“해외 투자를 주도했던 이해진 창업자 복귀에 부정적인 입장은 아니다. 그러나 최근 네이버가 글로벌 투자 성과를 거둔 게 없지 않나. ‘라인 사태’로 잡음이 컸던 데다 미국 증시에 네이버웹툰을 상장한 것도 주주들에게 만족할 만한 결과가 없었다.”
“주변에 네이버 인공지능(AI)을 쓰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오픈AI ‘챗GPT’만 국내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
26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그린팩토리에서 열린 네이버의 2025년 정기주주총회에선 주주들의 날선 질문이 이어졌다. 주주들은 네이버가 AI를 비롯해 뚜렷한 장기 성장 동력이 없다는 점과 해외 시장 진출에도 구체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날 주주총회에선 이해진 창업자의 사내이사 선임, 최수연 대표의 사내이사 재선임 건이 상정돼 통과됐다. 이 창업자는 1999년 창업 초기부터 검색 기술을 핵심 경쟁력으로 내세운 만큼, AI를 활용한 검색 등 주요 서비스 강화에 힘을 실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창업자가 네이버 이사회에 돌아오는 것은 8년 만이다. 이날 이 창업자는 글로벌투자책임자(GIO)직을 내려놓고 이사회 업무에만 전념하겠다고 밝혔다.
이 창업자와 최 대표 선임 안건에 대한 반대 의견은 나오지 않았으나, 일부 주주들은 경영진에 불만의 목소리를 냈다. 한 주주는 “이 창업자의 복귀가 세계 시장 공략을 위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사실 해외 사업이 네이버 수익의 극히 일부인 데다 성과도 없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이에 최 대표는 “네이버는 국내 시장을 사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국 인터넷 기업으로서 해외에 좋은 예시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본다”며 “라인 1억명 사용자 확보 등 다양한 해외 사업 토대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또다른 주주는 “네이버가 미래 성장 동력 마련을 이유로 포시마크(미국 중고거래 플랫폼)를 1조8000억원을 들여 인수했는데, 적자를 겨우 면할 정도의 결과만 내놨다”며 “테크 기업이 아니라 중고 거래 기업 같은 이미지가 씌워질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 이 밖에도 다양한 소비자 간 거래(C2C) 플랫폼을 인수했는데 성과가 안 보인다”라고 말했다. 최 대표는 “뼈 아픈 지적을 통감하고 있다”며 “인수한 플랫폼과 기존 사업 간 시너지를 일으킬 방안을 생각해 보겠다”라고 답했다.
이날 노혁준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김이배 덕성여대 회계학 교수의 사외이사,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 건도 통과됐다. 다만 한 주주는 “지난해 주총 당시 회계 분야 전문가를 뽑았는데, 왜 다시 회계학 교수를 선임하는 건가”라며 “경쟁력 강화를 위해선 AI 전문가가 적합하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이에 최 대표는 “중요도가 높은 재무제표에 대한 사안을 원활히 처리하기 위해 선임하게 됐다”며 “AI 트렌드에 관해 조언해 줄 수 있는 전문가 선임도 고민하겠다”라고 했다. 이사 보수 한도 승인의 건도 통과됐다. 전년과 동일한 80억원이다.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 겸 창업자가 26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그린팩토리에서 열린 2025년 정기 주주총회가 끝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민국 기자 |
네이버는 지난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연 매출 10조원을 달성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그러나 주가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지난 25일 기준으로 네이버의 주가는 20만7500원으로, 올해 1월 31일(21만6500원)보다 4.2% 하락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주가(18만8900원) 대비 9.8% 올랐지만, 지난달 7일 기록했던 전 고점(23만5500원)과 대비해서는 11.9% 하락했다. 특히 최수연 대표 취임 직후인 30만원대 주가에서 여전히 회복을 못하고 있다.
네이버는 오는 27일부터 네이버 웹이나 모바일에서 검색하면 검색 내용에 맞는 AI 검색 결과가 최상단 또는 중간에 나타나는 서비스를 출시한다. 네이버는 2023년부터 대화형 AI 검색 서비스 ‘큐’를 운영 중이었지만 베타 서비스 형태로 공개한 뒤, 신청을 한 일부 이용자에게만 한정적으로 제공해왔다.
지난해 네이버의 매출 성장을 견인한 커머스 거래액 성장률도 당분간 지지부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남효지 SK증권 연구원은 “앱에 대한 소비자 인지도 확대를 위해 적극적인 프로모션을 전개함에 따라 올 상반기는 마케팅비 부담이 있을 것”이라며 “지난해 낮은 거래액 성장률에 대한 우려로 주가 흐름이 저조한 모습을 보였다”라고 분석했다.
최 대표는 이날 주주들에게 “경영진이 기술 개발부터 서비스 개발까지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며 “좋은 서비스와 전략 발표를 진행하고 이용자들이 많이 이용해 주면 중장기적인 주가도 반응이 올 것이라 본다”고 밝혔다.
김민국 기자(mansa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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