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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급 화려한 세리머니, 롯데 팬들도 같이 포효했다… 혼이 실린 150㎞, 전사의 심장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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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단지 시즌 세 번째 경기였을 뿐이었다. 이전에도 그런 1점 리드 상황에서 여러 차례 성공을 거둔 선수이기도 했다. 그런 것을 생각하면 유독 액션이 컸다. 평소보다 더 흥분된 상태에서 마운드에 오른 것 같기도 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롯데와 두산의 트레이드를 통해 롯데 유니폼을 입은 우완 셋업맨 정철원(26·롯데)의 25일이 그랬다. 지난 주말 LG와 개막 시리즈에 팀이 연이어 대패를 하는 바람에 등판 타이밍을 잡지 못한 정철원은 이날 2-1로 앞선 8회 마운드에 올랐다. 팀의 1점 리드, 그리고 팀의 시즌 첫 승을 지켜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안고 등판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왜 롯데가 값비싼 대가를 줘가면서까지 정철원을 영입했는지 잘 드러났다.

상대 타순이 만만치 않았다. 첫 타자는 이날 롯데 선발 터커 데이비슨을 상대로 홈런을 쳤던 하재훈이었다. 그러나 정철원은 하재훈을 3루수 땅볼로 잡아내고 한숨을 돌렸다. 긴장이 풀어지는 순간이었다. 그러자 더 거침없이 상대 타자들을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콘택트 능력이 있는 까다로운 좌타자들을 모두 헛스윙 삼진 처리했다. 시원시원한 피칭이었다.

최지훈을 상대로 초구에 시속 150㎞의 강속구로 스트라이크를 잡더니, 공 하나 빼는 것 없이 곧바로 승부에 들어가 3구 삼진을 잡아냈다. 이어 정준재 또한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포효했다. 마치 포스트시즌에서나 나올 법한 세리머니였지만, 정철원이 이날 롯데 데뷔전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했고 또 얼마나 신경이 곤두선 상태에서 던졌는지가 잘 드러났다. 정철원만 포효한 게 아니었다. 시원한 승부에 롯데 팬들도 환호성을 내질렀다.

사실 일반적인 상황에서 트레이드가 될 만한 자원은 아니었다. 2022년 1군 무대에 데뷔해 자리를 잡은 정철원은 신인상을 수상할 정도로 빼어난 성적을 거뒀다. 2023년에도 67경기에 나가 7승6패13세이브11홀드 평균자책점 3.96을 기록했다. 팀의 마무리 보직까지 맡았다. 그러나 지난해 36경기에서 평균자책점 6.40으로 부진하며 쭉 미끄러졌다.

2022년과 2023년 많은 이닝을 던져 힘이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았고, 결국 외야 보강이 급했던 두산은 정철원을 내주는 대신 김민석과 추재현을 영입했다. 정철원으로서는 자존심이 상할 수도 있는 대목이었다. 하지만 자신이 가장 좋았을 때의 감독(김태형 감독)을 만나 의기투합했다. 마무리 김원중 앞에 서는 팀의 셋업맨으로 낙점됐고, 첫 경기부터 인상적인 투구로 합격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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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경기 결과를 떠나 정철원의 구위가 돌아왔음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더 의미가 깊은 경기였다. 정철원은 지난해 구속과 구위 모두에서 한창 좋을 때보다 못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KBO리그 9개 구단에 트래킹 데이터를 제공하는 ‘트랙맨’의 집계에 따르면, 정철원의 2022년 포심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시속 150.1㎞에 이르렀다. 하지만 2023년은 148.5㎞로 다소 떨어졌고, 지난해에는 147.4㎞까지 하락했다. 구위에 신경을 쓰다 보니 아무래도 힘이 들어갈 수밖에 없었는데 이는 밸런스와 제구력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올해는 첫 판부터 데이터가 좋았다. 패스트볼 평균 구속도 지난해를 상회했고, 여기에 수직무브먼트가 더 좋아져 압도적인 수치를 찍었으며 익스텐션도 더 길어졌다. 공을 힘 있게 앞까지 끌고 나와 상대를 압도했다. 여기에 슬라이더와 포크볼을 섞으면서 패스트볼의 위력이 더 강화됐다. 자신감도 엿보였다. 첫 단추를 잘 낀 상황이니 앞으로 더 좋은 투구도 기대할 수 있다.

롯데는 현재 불펜진이 다소 어지러운 상태다. 마무리 김원중, 셋업맨인 정철원을 제외하면 사실 확실한 보직이 없다. 구승민 김상수라는 베테랑 투수들은 아직 구위가 다 올라오지 않았다. 잠실에서 열린 LG와 개막 시리즈에서도 잘 드러났고, 김태형 롯데 감독도 이를 인정했다. 구위가 다 올라오기 전까지는 아무래도 급한 상황에서 쓰기가 머뭇거려질 수밖에 없다. 구속 자체는 젊은 투수들이 더 잘 나오고 있으나 경험이 많은 것은 아니다.

결국 팀의 승리를 지켜야 하는 선수가 정철원이 될 가능성이 높고, 특히 시즌 초반에는 여러 상황에서 다양하게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정철원이 이를 이겨내느냐에 따라 롯데의 시즌 초반 성적이 상당 부분 좌우될 확률도 있다. 두산이 김민석 추재현의 가능성을 보고 환호할 때, 상대적으로 숨을 죽였던 롯데도 이제 어깨를 펼 수 있을지 주목된다. 25일과 같은 모습이라면 적어도 트레이드가 실패로 평가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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