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모습 (자료사진) ⓒ AFP=뉴스1 |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M7, 레버리지 ETF 등 일부 종목에 대한 과도한 편중을 줄이고 국내외 다른 종목에 투자로 위험을 분산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
미국 주식에 돈을 넣은 개인 투자자, 이른바 '서학 개미'들에게 한국은행 직원들이 손실 방어를 위한 조언을 내놨다.
한은 국제국 해외투자분석팀 소속 이재민 과장과 장예진 조사역은 26일 한은 공식 블로그에 '서학개미, 이제는 분산투자가 필요할 때' 제하의 글을 올렸다.
M7은 'Magnificent 7'의 약자로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아마존 △구글(알파벳) △메타 △테슬라 등 2023년 이후 S&P500 지수 상승을 주도한 7개의 첨단 기술 기업과 관련 주식 종목을 가리킨다.
'미국 쏠림' 현상은 통계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내 거주자 전체의 미국 주식 투자 잔액 비중은 2019년 말 47.0%에서 2023년 말 63.1%까지 늘었으나, 개인 투자자 포트폴리오 비중은 같은 기간 58.2%에서 88.5%까지 확대돼 전체 평균을 크게 앞질렀고 2023년 이후에도 심화해 지난 18일 기준 90.4%까지 높아졌다.
미국 내에서도 특정 종목 편중은 뚜렷했다. 한국예탁결제원 기준 투자 잔액 상위 50위 종목 잔액은 18일 기준 717억 달러로 나머지 종목 잔액과 7 대 3 비율을 나타냈다. 쉽게 말해 50개 종목에 70%를 몰아넣은 셈이다. 상위 50위 종목에서 미국 상장 비중은 2019년 말 57.0%였으나 현재는 96.5%에 달한다.
개인 투자자의 투자 상위 10위 종목을 보면, M7 종목 대다수와 나스닥100·S&P500 지수 등을 추종하는 일반·레버리지 ETF 등으로 구성됐다. 지난 18일 이들에 대한 개인 투자자의 투자 잔액은 454억 달러로 전체 투자액의 43.2%를 차지한다.
과도한 리스크 추구 성향도 보인다고 저자들은 우려했다. 특히 차입금을 끌어오는 레버리지 투자, 주가가 내려가면 오히려 수익을 내는 인버스 투자 등의 인기가 심상찮다. 레버리지 ETF와 인버스 ETF는 손익이 크게 출렁여 단기 수익을 얻고자 위험을 추구하는 투자자들이 주로 보유한다.
저자들은 "TQQQ 등 레버리지 ETF도 인버스 ETF와 함께 7개 종목이 상위 50위 종목에 포함됐다"며 "이들 종목에 대한 개인투자자의 지분율이 일부에서는 40%를 넘겼고, 테슬라·엔비디아 등 개별 종목의 수익률 추종 종목에도 투자하는 등 우리나라 투자자가 타국보다 과도한 리스크 추구 성향을 보이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평가했다.
이런 투자 행태는 주가를 끌어내리는 하방 리스크에 취약할 수 있다는 것이 저자들의 우려다. 실제로 2022년 미국이 금리를 가파르게 올렸을 당시 개인 투자자는 S&P500 지수보다 2배 큰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됐다.
코로나 확산 직후 미국 증시가 호황을 누렸을 때, 서학 개미 수익률은 24.1%로 S&P500 연간 수익률에는 다소 못 미쳤지만 전체 거주자 평균보다는 두 배 높았다.
그러나 이듬해인 2022년에는 미국의 통화정책 전환으로 S&P500 지수가 19.4% 하락했다. 이때 서학 개미들은 M7 종목 보유 비중을 정점까지 늘렸는데, 2021년과는 반대로 전체 거주자 평균은 물론 지수 하락 폭의 약 2배에 달하는 손실을 봤다.
최근 상황은 2022년과 비슷하다. S&P500 지수는 트럼프 2기 정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지난 2월 19일 사상 최고점을 찍은 뒤 되레 관세 정책 우려로 하락했는데, 설상가상으로 올해 상반기 실적에 대한 보수적인 인식은 확산 중이다.
그럼에도 개미들은 미국 주식 저가 매수를 이어갔다. 주가 하락 기간 개인 투자자는 45억 달러를 순투자했고 이 중 M7(8억 달러), 주요 레버리지 ETF(16억 달러) 등 미국 상장주를 40억 달러어치 사들였다. 현재 환율로 5조8600억 원 상당이다.
지금 같은 불확실성 국면에서 손실을 보면 자금을 오래 묵혀야 한다. 예를 들어 2022년과 비슷하게 연간 마이너스(-) 40% 평가 손실을 입은 뒤 개별 종목 대신 S&P500 추종 ETF에 투자하기로 하면 최소 8.6년을 보유해야 원금을 회복한다.
이에 저자들은 "트럼프 2기 정부 들어 정책 불확실성 등으로 미국 주식에 대한 변동성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면서 "안정적인 투자 이익을 얻기 위해 M7, 레버리지 ETF 등 미국 일부 종목에 대한 편중을 줄이고 국내외 다른 종목에 투자를 늘려 위험을 분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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