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의성산불이 강풍을 타고 영덕으로 확산된 26일 오전 영덕읍에 있는 자동차 정비소에서 수 십여대의 차량이 불에 타는 피해가 발생했다. 2025.3.26/뉴스1 ⓒ News1 최창호 기자 |
(서울=뉴스1) 이비슬 기자 = 전국 곳곳 대형 산불이 발생하면서 대규모 피해 확산 배경에도 관심이 모인다. 건조하고 바람이 많이 부는 3~4월 봄 날씨가 이번 화재 진압 난항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전국 각 지역에 화재 대응 장비와 인력이 분산된 것도 이번 화재를 키운 이유로 분석된다. 온라인에서는 비슷한 시기 동시다발적 불이 난 원인으로 방화를 의심하는 유언비어도 확산하고 있다.
26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21일부터 전국에서 발생한 중·대형 6개 산불로 인해 불에 탄 산불영향구역은 이날 오전 5시 기준 1만 7534㏊다.
이번 산불은 충북 옥천에서 약 40ha, 경남 김해에서 97ha를 태우고 완진됐다. 이 밖에 산불이 진행 중인 4곳의 오전 5시 기준 진화율은 경남 산청·하동(80%), 경북 의성·안동(68%), 울산 울주 온양(92%), 울산 울주 언양(98%)이다.
각 지역별 정확한 화재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실화에 의한 화재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2일 발생한 경북 의성군 산불도 묘지를 정리하던 성묘객 실수로 일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산림청에 따르면 지난 2015년부터 2024년 사이 최근 10년간 한 해 평균 546건의 산불이 발생했다. 이 가운데 46%(251건)가 건조하고 강한 바람이 부는 3월과 4월에 집중됐다. 원인별로는 입산자 실화가 171건(37%)으로 가장 많았고 쓰레기 소각 68건(15%), 논·밭두렁 소각 60건(13%) 순서로 많았다.
산림청과 별도로 출동 건수를 집계하는 소방청 통계에서도 실화가 산불의 가장 주된 원인으로 조사됐다. 소방청에 따르면 2022년부터 2024년 사이 최근 3년간 산불은 1596건 발생했고 이 가운데 부주의에 의한 화재는 1232건으로 전체의 77%를 차지했다.
일각에서는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대형 산불이 발생한 배경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립산림과학원 산불예측센터에 따르면 지난 22일 하루에만 전국에서 산불 31건이 발생했다.
이 때문에 온라인에서는 "정국이 혼란한 틈을 탄 간첩 소행" "호마의식" 등 유언비어가 확산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일 발생 건수로 비교할 때 이번 산불만이 이례적으로 많은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 설명이다.
이영주 경일대 소방방재학부 교수는 "인위적 원인이 아니라면 발생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고 판단하기 어렵다"며 "봄철은 산불이 가장 많이 집중되는 기간이고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는 가운데 야외 활동이 늘어나는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화재 피해 일부 지역에는 건조특보와 강풍특보가 동시에 발효된 상태다. 메마르고 바람이 많이 부는 날씨로 인해 이번 산불이 더 크게 확산한 것으로 보인다. 소방청 관계자는 "이번 대형 산불은 올해 유독 건조하고 강풍이 많이 분 날씨 영향이 크다"며 "하루에 20~30건의 산불이 발생하는 경우는 종종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이날 "추가적인 산불이 생기면 산불 진화를 위한 자원 등이 부족할 수 있다"며 "산불 주요 원인인 불법 소각 행위 단속을 강화하고 위반자는 관련 법령에 따라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관계 당국 내부에서는 추가로 대형 산불이 발생할 경우 대응력이 한계에 도달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 교수는 "여러 지역 화재를 동시에 진압해야 하는데 소방 인력이나 장비가 분산되다 보니 생각보다 빨리 진압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은 맞는다"며 "전국에 내리는 비가 건조한 날씨를 해결해 준다면 이번 주 내 진압은 기대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산불 예방을 위해 입산 시에는 성냥, 라이터와 같은 화기 물질을 지참하지 않고 야영과 취사는 허가된 구역에서만 해야 한다. 산과 인접한 곳에서는 논이나 밭두렁 태우기, 쓰레기 소각을 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무단 소각 행위만으로도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으며 산림으로부터 100m 이내에서의 소각 행위는 처벌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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