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가 전날 교과서 검정 조사심의회 총회에서 합격을 확정한 2026년도 고교 사회과 교과서 중 일부는 영토 문제, 전후 보상 등에서 정부 견해와 다른 기술이 있다고 지적받았다.
특히 ‘교육도서’의 정치·경제 교과서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 관련 내용과 ‘연행’이라는 표현이 문제가 됐다.
이어 “1965년 일한기본조약에서 일본이 한국에 경제 원조를 하는 것으로 전시 중의 배상 문제가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해결됐다’고 일본 정부는 주장하고 있지만, 한국 법원은 2018년 개인 청구권은 소멸하지 않았다며 일본 기업에 대해 배상 명령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서술에 오류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검정 과정에서 한일 청구권 협정에 기초해 정치 문제가 해결됐음에도 미해결됐다는 식의 기술이 있다는 의견이 제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경제 교과서의 강제동원 관련 서술. 일본 정부는 검정에서 ‘연행’이라는 표현이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
이에 대해 아시아평화와역사교육연대, 아시아평화와역사연구소는 “일본 정부는 청구권 협정으로 모든 것이 해결됐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고, 교과서에도 그러한 견해를 강력하게 강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 단체는 “최근 한일 간 논란이 되는 강제동원 문제와 관련해 일본 정부의 일방적 논리만을 대변하라는 것이며 한국 대법원 판결 의미를 무시하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일본 정부는 한국에서 징용 피해자들에게 일본 기업이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올 때마다 유감을 표명하면서 “한일 청구권 협정에 명백히 위배된다”고 주장해 왔다.
아울러 한국이 이 문제의 해법으로 제시한 ‘제3자 변제’ 해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일관되게 강조하고 있다. 제3자 변제는 한국 정부 산하 재단이 민간에서 모은 재원으로 일본 피고 기업 대신 배상금을 지불하는 것이다.
교육도서의 정치·경제 교과서에서 또 다른 문제가 된 ‘연행’이라는 어구는 일본 정부가 2021년 각의(국무회의)에서 일제강점기 조선인 노동자 등에 관해 쓰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결정한 바 있다.
연행은 일본어 사전에서 ‘사람을 끌고 데려가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에서도 연행에는 ‘강제로 데리고 감’이라는 뜻이 있다.
일본 정부는 조선인 동원의 강제성을 부정하기 위해 연행 대신 ‘징용’이나 ‘동원’이라는 용어를 권장하고 있다.
일본은 전쟁 시기 식민지였던 한국과 대만에도 국가총동원법에 근거한 징용령을 내렸기에 이들 지역 주민은 연행 대상이 아니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징용’과 ‘동원’은 법에 사용된 용어인 만큼 합법적이라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이번 검정에서는 독도가 일본의 ‘고유 영토’라고 기술하지 않은 교과서도 지적 대상이 됐다. 학생들에게 독도가 예전부터 일본의 고유 영토라고 가르치도록 지시한 것이다. 아시아평화와역사교육연대 등은 전날 발표한 성명에서 “전쟁과 식민지 지배를 옹호하는 역사교육을 반대한다”며 “일본 정부가 식민지 지배에 대해 법적·도덕적 책임을 고민하는 내용의 서술을 틀렸다고 주장하면서 수정을 명령해 왜곡된 내용의 교과서가 만들어졌다”고 밝혔다.
이어 “일본 정부의 교과서 서술 개입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라며 “한일 공존의 미래를 주장하면서 교과서의 역사 왜곡을 계속하는 행위는 그나마 쌓이고 있던 신뢰를 무너뜨리는 행위”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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