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4월 5일은 식목일로, 국민들이 나무를 심으며 산림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뜻깊은 날이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기후변화를 이유로 식목일을 앞당겨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해마다 계속되는 이러한 주장이 학자로서 불편하지만, 애써 그 불편함을 표현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나 산림정책에 큰 변화가 따를 중요한 문제가 해마다 이맘때쯤 단골 뉴스 콘텐츠가 되는 듯한 불편한 마음에 의견을 적어본다. 식목일 날짜 변경 의견에도 불구하고, 식목일을 현행대로 유지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근거는 넘쳐난다.
광복절과 함께 올해로 80회를 맞는 식목일은 역사성과 상징성이 크다. 광복 직후인 1946년 처음 시행된 식목일은 1949년 법정 공휴일로 지정된 이후, 79년간 유지되며 국민에게 친숙한 기념일이 됐다. 단순한 나무 심기의 의미를 넘어 자연 보호와 지속 가능한 산림 관리를 강조하는 날로 자리잡았다.
우리나라의 3월은 여전히 기온 변동성이 커서 식물이 얼어 죽을 위험이 크다. 최근 23년간의 기온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살펴보면, 3월 하순에도 전국 70% 이상 지역에서는 여전히 식물의 동해(凍害) 위험이 존재한다. 올해에만 해도 3월 18일 전국적으로 강추위와 눈이 왔다. 반면 4월 초순이 되면 토양온도가 나무의 뿌리 활착에 적절한 수준으로 올라가 안정적인 조림이 가능하다.
실제 나무를 심는 시기를 살펴봐도 4월 5일 이후 나무를 심는 비율이 그 이전에 비해 훨씬 높다. 산림청이 분석한 2010년~2023년 조림 데이터를 보면 4월 5일 이전에 심은 면적은 30.4%에 불과하지만, 이후에 심은 면적이 69.6%에 달한다. 이는 기후대별로 조림 적기가 다르며, 현재 식목일이 우리나라 대부분 지역에서 적절한 시기임을 의미한다.
해외 사례를 보더라도 미국(4월 마지막 금요일)이나 독일(4월 25일) 등 대부분의 임업 선진국이 식목일을 실제 조림 시기보다는 나무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기념일로 운영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의 국토 면적은 우리나라의 약 98배에 달하고, 기후대도 남서부 애리조나·뉴멕시코주(州) 사막 지역의 건조기후부터 서부 해안의 지중해성 기후, 캔자스주 같은 중서부의 스텝기후, 미시간주 등 북동부 냉대 습윤기후까지 다양해 각각 2~10월로 나무를 심는 시기가 서로 다르다. 하지만 전국적인 식목일인 ‘아버 데이(Arbor Day)’는 4월 마지막 금요일로 지정돼 나무 심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국민적 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상징적인 기념일로 운영되고 있다. 실제 나무 심기는 각 지역의 기후와 토양 조건에 맞게 진행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우리나라의 식목일도 미국의 식목일과 같이 상징적인 기념일이다. 미국의 사례만 봐도 굳이 식목일을 앞당길 이유가 없다는 것을 우리는 알 수 있다. 이 같은 이유로 여러 차례 식목일 변경 필요성에 대해 논의했음에도 불구하고, 현행 날짜를 유지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식목일 날짜를 변경할 경우 식목일의 역사성과 국민적 친숙함을 훼손할 뿐만 아니라, 조림 적기와도 부합하지 않게 된다. 따라서 현행 4월 5일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오히려 지역별로 나무 심는 시기와 조림에 적합한 수종 선정의 중요성을 알리는 캠페인을 강화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인 방안이다.
또 정부와 산림청은 식목일을 단순한 나무 심기 행사가 아닌, 국민적 참여와 산림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방향으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식목 주간을 설정해 지역별로 기후와 토양 조건에 맞는 나무 심기를 장려하고, 청소년과 기업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확대해야 한다.
더 나아가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산림 관리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 단순히 날짜 변경을 논의하는 것이 아니라, 온난화에 적응할 수 있는 수종을 연구하고 보급하고 아울러 도시 내 녹지 공간을 확충하는 것 등이 더 시급한 과제다.
결론적으로 식목일 날짜 변경보다는 역사성과 상징적 의미를 더욱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다. 나무 심기를 통해 국민의 나무 사랑 정신을 북돋우고, 산지 자원화를 위한 산림정책을 적극 실행해 보다 지속가능한 자연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