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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유의 사태’ 거듭했던 이재명의 사법 리스크 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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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지난 2023년 9월26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당시 법원은 이 대표의 영장을 기각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다시 한번 사법 시험대에 오른다. 2022년 대선 이후 정권의 먼지털기식 수사와 연이은 재판으로 ‘사법 리스크’의 형틀에 묶인 지 정확히 3년 만이다. 서울고등지방법원은 이날 오후 2시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대해 항소심 선고를 내린다. 이미 당선무효형(징역 1년·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1심 판결을 유지할지, 무죄 또는 당선무효의 기준점인 벌금 100만원 이하를 선고받을지가 관건이다.



어떤 선고가 나오더라도 조기 대선 앞 ‘부동의 1위’인 이 대표의 정치적 위상은 크게 흔들리지 않을 거라는 게 정가의 중론이다. 그러나 항소심에서도 당선무효형을 받을 경우 대선 기간 내내, 또는 대선에서 당선되더라도 두고두고 시빗거리가 될 공산이 크다. 불소추특권을 가진 현직 대통령의 재판을 임기 중에도 이어갈 수 있는지 해석이 분분한 탓이다. 반대로 무죄를 선고받을 경우, 이 대표는 지난 3년의 ‘수난’을 단박에 보상받고 ‘대세론’에 날개를 달 것으로 전망된다.



‘대장동·백현동 개발특혜 의혹’이라는 거대한 개발비리의 밑그림 위에서 시작한 수사에서 본류는 잊힌 지 오래다. 검찰이 가족과 참모들을 탈탈 털어 8개 사건·12개 혐의로 5개 재판을 받게 되는 동안 이 대표는 여러 차례 기사회생의 역사를 썼다. 대선 이후 3년, ‘사법 리스크’라는 말로 간단히 표현돼온 그의 부침을 돌아봤다.





측근들의 잇따른 구속, 은둔하는 당대표





한겨레

2022년 10월 검찰이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압수수색을 마치고 철수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이 대표의 최측근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정진상 정무조정실장이 구속된 2022년 11월의 어느 저녁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기자 몇과 이 대표를 만났다. 그해 8월 당대표에 당선됐는데도 그는 언론과의 접촉면을 최소화하고 은둔하다시피 해온 터였다.



식사 자리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기자들을 만나는 게 좋겠다’는 이야기가 오갈 때 이 대표가 말했다. “기자간담회 하면 어떤 질문들 나올지 뻔하지 않나?” 그의 푸념은 일리가 있었다. 당사와 국회의 대표 사무실이 압수수색당하고, 가장 가까운 참모들이 구속되는 동안 이 대표와 기자들의 질의응답 풍경은 대체로 서울 서초동 검찰청이나 법원 앞의 ‘피의자 포토라인’을 방불케 했다. 그와 측근들의 혐의점을 두고 입장을 요구하는 질문들이 이어졌다. 그날의 식사 자리에서도 오간 이야기의 절반은 검찰 수사에 대한 것이었다.



“끝까지 털 거라곤 생각했지만, 없는 말을 지어내고 말을 바꿔가면서 털 줄은 몰랐다.” 이 대표의 변호인은 물론 변호사의 의뢰인들까지 별건으로 조사를 받고, 아들은 물론 아들의 친구들까지 눈물을 흘리며 호소해온다고 했다. 그는 “돈이 마귀다”라는 말을 자주 한다. 정치인이나 공직자가 돈 문제에 연루돼 패가망신하는 과정을 누구보다 잘 안다는 뜻이다.



그날 저녁 기자들을 포함한 참석자들은 각자 밥값을 계산했다. 이 대표가 누군가에게 밥을 사기만 해도, 어떤 화살이 되어 날아들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그 뒤로도 이 대표와 기자들의 밥자리에선 계산대 앞에 줄을 서 각자의 밥값을 계산하는 게 관례로 굳어졌다.





방탄정당 논란과 체포동의안 가결





한겨레

이재명 대표의 2차 체포동의안이 상정된 2023년 9월 본회의장. 안건 설명을 위해 당시 법무부장관이던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대기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2022년 연말을 기해 검찰이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이란 전망이 짙어졌다. 제1야당 대표에 대한 인신구속이 필요한지, 구속할 만큼 혐의점이 뚜렷한 사안인지는 중요하지 않게 됐다. 총선을 1년 앞두고 ‘방탄정당’이라는 여론의 부담을 해소하려는 당내 비주류들과 이 대표의 물밑 기싸움이 본격화됐다. 2023년 한해 내내 민주당은 이 대표 체포동의안에 어찌 대응할 것인지를 두고 내홍을 겪어야 했다.



검찰의 1차 구속영장 청구가 임박한 2023년초엔 거의 매일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그해 2월 1차 체포동의안은 가까스로 부결됐지만 총선 앞 2차 체포동의안 처리는 고차방정식이었다. 비명계나 친명계나 최선의 해법을 찾으려고 머리를 싸맸다. 부결시킬 경우 ‘불체포 특권에 기댄 방탄’이라는 비판과 함께 중도층 여론이 돌아설 수 있고, 가결의 경우 지지층이 들고일어나 자칫 당 전체가 포연에 휩싸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2차 영장 청구가 임박한 그해 8월31일 이 대표는 “무능 폭력 윤석열 정권을 향한 국민 항쟁의 맨 앞에 서겠다”며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일방독주해온 정권을 향한 대여투쟁이라지만 단식이라는 최후의 수단을 쓰기엔 ‘국정쇄신’이라는 요구는 모호했다. 여러 참모가 반대 의견을 냈지만 이 대표는 단식 텐트를 쳤다. 체포동의안에 대한 나름의 승부수였다. 당대표가 목숨을 걸고 대정부투쟁을 하는 마당에 비주류가 체포동의안에 찬성표를 던진다면, 지지층이 용인하지 않을 것이란 계산도 이 대표 속내엔 담긴 듯했다.



그해 9월18일 검찰은 두번째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19일간의 단식으로 건강이 악화된 이 대표가 병원에 응급 이송된 직후였다. 그리고 사흘 뒤 국회 본회의에서 찬성 149표, 반대 136표, 기권 6표, 무효 4표로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가결됐다. 9월26일 이 대표는 지팡이를 짚고 영장실질심사 재판정에 섰다. 법원은 영장을 기각했다. 이 대표는 벼랑 끝에서 생환했다. 승부수가 통한 것이다. 돌아온 그는 2024년 총선에서 대승을 거뒀다.





충격의 당선무효형





“징역형은 상상도 못했다. 그러나 일종의 천재지변 같은 거라고 받아들이고 있다. 어차피 넘어야 할 산이다. 산이 거기 있는데 왜 거기 있느냐고 물을 일이 아니다. 그게 내 마음이 덜 다치는 길이기도 하다.”



지난해 11월15일 공직선거법 사건 1심에서 당선무효형을 받은 이 대표를 사석에서 만났을 때 그는 생각보다 담담한 표정이었다. 성남시장 시절부터 정치적 격랑을 수없이 겪은 탓인지, 일종의 숙명론자가 돼 있는 듯했다. 일어날 일은 일어나고, 역사는 결국 제 위치를 찾는다는 믿음이 생긴 것처럼 보였다. “역사와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는 어느 원로의 말이 위로가 된다고 했다. 그를 만나 대화한 지 열흘 남짓 지난 12월3일, 윤석열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2025년 3월26일, 이 대표는 다시 시험대에 선다. 이번에도 눈앞에 놓인 산을 넘어설 수 있을까.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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