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산청 대형 산불 닷새째인 25일 오후 산청군 시천면 일대에서 민가 뒤로 불길이 치솟고 있다. 2025.3.25. 뉴스1 |
경북 의성에서 발생한 산불이 안동, 청송 등 경북 북부 일대로 확산하면서 인명피해도 가파르게 늘고 있다. 26일까지 경북 지역 4곳에서만 18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으며, 22일 경남 산청에서 사망한 진화대원 4명을 포함하면 최소 22명이 숨졌다. 아직 산불이 계속되고 있어 향후 인명 피해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26일 소방 당국 등에 따르면 현재까지 안동시 2명, 청송군 3명, 영양군 6명, 영덕군 7명 등 경북 지역 4곳에서만 18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앞서 산청군에서 사망한 4명을 포함하면 최소 22명의 시민이 이번 산불로 희생됐다. 이는 1997년(24명) 이후 18년 만에 최대 사망자 수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기준 부상자는 19명으로 집계됐다. 중상자는 경북 1명, 경남 5명 등 6명이며, 경북 6명, 경남 5명, 울산 2명 등 13명은 경상을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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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 피해도 심각한 상황이다. 산청과 의성에서는 주택, 공장, 창고, 사찰, 차량, 문화재 등 건물 209곳이 불에 탔다. 울주 온양·언양의 재산 피해 상황은 현재 조사 중이다.
경남 산청 대형 산불 닷새째인 25일 산청군 단성면 단성중학교에 마련된 이재민 대피소에서 이재민이 휴식을 취하기 위해 구호 쉘터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2025.3.25. 뉴스1 |
인근 주민 2만7079명은 임시대피소로 대피했다. 경남 산청·하동 1773명, 경북 의성‧안동 2만313명, 울산 울주 온양 365명, 울산 울주 언양 4628명 등이다. 이들 중 2만6006명이 아직 귀가하지 못하고 대피소에 머무르고 있다. 고창과 정읍에서도 35명이 산불을 피해 긴급히 대피했다.
중대본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 기준 중·대형 산불이 6개 지역에서 발생했다. 현재 충북 옥천과 경남 김해에서 발생한 산불은 진화를 완료했으며, 경남 산청‧하동, 경북 의성, 울산 울주에서 발생한 산불은 진행 중이다. 산불 영향 구역은 △경남 산청·하동 1685ha △경북 의성·안동 1만5158ha △울산 울주 555ha 등 1만398ha로 추정된다.
산불 진화율은 경남 산청‧하동 80%, 경북 의성 68%, 울산 울주 온양 92%, 울산 울주 언양 98%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중대본 모두발언을 통해 “울산과 경상도 지역에서 닷새째 지속되는 산불로 유례없는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며 “정부는 산불 위기단계를 전국 ‘심각’ 단계로 격상하고, ‘국가소방동원령’ 경찰의 ‘갑호비상’을 발령하는 등 전 국가적인 대응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긴박한 상황에서 추가적인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선제적 대피, 철저한 통제, 그리고 예찰 활동을 강화하는 것”이라며 “다소 불편하더라도 국민 여러분의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한 권한대행은 “산불이 확산됨에 따라 임시 대피소에서 생활하고 계신 이재민의 수도 늘어나고 있다”며 “정부는 이재민들께서 조속히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긴급구호를 비롯하여 행·재정적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다행히도 오늘 밤늦게부터 전국적으로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많은 양은 아닐지라도 이를 계기로 산불이 신속히 진화될 수 있도록 산림, 소방, 군, 경찰, 지자체 등 모든 기관이 협력하여 총력을 다해주시길 당부드린다”고 했다.
아울러 “무엇보다 산불 진화 및 대피 현장에서 추가적인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 확보에도 각별히 신경 써 달라”고 덧붙였다.
김혜린 기자 sinnala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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