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24일 밤 폴란드 상공에서 포착된 푸른색 소용돌이.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사진이다. Daniel Puchalski |
비행기나 위성의 궤적인가, 아니면 새로운 천체 현상인가, 그것도 아니면 유에프오(UFO)인가?
지난 24일 저녁 유럽 대부분의 지역 하늘에 푸른색의 나선형(소용돌이) 물체가 불쑥 나타났다 사라져 사람들의 궁금증을 한껏 자아냈다.
영국과 크로아티아, 폴란드, 헝가리 등에서 목격담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사진, 동영상과 함께 전해지면서 다양한 추측들이 쏟아졌다. 영국의 한 목격자는 소셜미디어 엑스에 “처음엔 너무 밝아서 구름 뒤에 있는 달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목격자는 “스타트렉의 웜홀을 보는 듯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 파란색 나선형 물체는 비행기도 위성도, 유에프오도 아닌 로켓이었다. 영국 기상청은 소셜미디어 엑스를 통해 “오늘 저녁 하늘에서 빛나는 소용돌이를 봤다는 신고가 많이 들어왔다”며 “이는 오늘 발사된 스페이스엑스의 팰컨9 로켓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우주매체 스페이스닷컴 등에 따르면 이 로켓은 이날 오후 1시48분(미 동부시각 기준) 미국 플로리다 케이프커내버럴우주군기지에서 발사된 스페이스엑스의 팰컨9이다. 이 로켓은 이날 미 국가정찰국(NRO)의 위성을 싣고 이륙했다.
유럽 하늘에 소용돌이 현상이 나타난 때는 발사 2시간여가 지난 오후 4시(그리니치표준시 오후 8시)쯤이었으며 약 3~4분간 지속되다 사라졌다.
영국 천문학자 앨런 트로가 웨일즈의 바나이 브러헤이니오그 국립공원에서 촬영한 흰색 소용돌이. Allan Trow |
로켓이 회전하면서 버린 연료가 햇빛에 반사
‘스페이스엑스 나선’이라고 불리는 이 현상은 팰컨9 로켓의 1단 추진체(부스터)에서 분리된 2단 로켓이 위성의 궤도 배치를 위한 상승 비행을 마친 뒤 일어난다. 위성을 전개하고 난 뒤 2단 로켓은 나선형으로 회전하면서 낙하하기 시작한다. 이때 로켓에 남은 연료를 버리는데, 연료가 배출되자마자 찬공기를 만나 즉시 얼어붙으면서 소용돌이 무늬가 만들어진다. 여기에 빛이 반사되면 푸른색 소용돌이가 나타나게 된다.
이 소용돌이는 부스터의 회전 속도, 발사 시간대, 태양에 대한 로켓의 방향 등 여러 변수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발사 때마다 볼 수 있는 건 아니며, 예측도 하기 어렵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2024년 3월에도 팰컨9 로켓이 발사된 이후 유럽에서 비슷한 현상이 목격됐다. 아직까지는 드물게 볼 수 있는 현상이지만 위성 발사가 계속해서 늘고 있는 추세여서 앞으로는 훨씬 더 흔히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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