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불교조계종 제16교구 본사이자 통일신라시대 의상대사가 창건했다고 전하는 유서 깊은 사찰인 의성 고운사가 산불에 완전히 소실됐다. 연합뉴스 |
대한불교 조계종 제16교구 본사 고운사가 산불에 완전히 소실됐다.
26일 소방 당국에 따르면 지난 21일 경북 의성군에서 시작된 산불이 강풍을 타고 안동·청송·영양·영덕 등 경북 북동부권 4개 시·군으로 번지면서 전국으로 피해가 확산했다.
국가유산청은 전날 경북 의성에서 보물 의성 고운사 연수전과 가운루가 모두 전소됐다고 밝혔다.
고운사에 소장 중이었던 보물 제246호 석조여래좌상 등 유형문화유산은 이날 오전 경북 각지로 옮겨진 것으로 알려졌다.
불탄 것으로 추정되는 전각 중 하나인 가운루는 1668년에 창건됐다. 계곡에 가로질러 설치된 독특한 사찰 누각으로서 조선 중·후기 양식이 잘 살아있다고 평가됐다. 조선 왕실 기념 건축물인 연수전은 단청과 벽화가 빼어났다.
25일 경북 의성 고운사 입구 인근에 세워진 최치원 문학관이 전소되고 있다. 연합뉴스 |
의성 산불이 안동으로 번지면서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풍천면 하회마을 등 이 일대의 문화유산에도 비상이 걸렸다.
전날 오후 한때 안동시 풍천면에 자리 잡은 하회마을과 직선거리로 10㎞까지 근접하면서 주민들에게 대피 문자가 발송됐다.
하회마을에는 소방차 10대, 소방대원 50여명이 대기하면서 산불 확산에 대비했다. 소방 당국은 산불 피해를 막기 위해 밤사이에 방사포 등 장비 8대와 인력 27명을 하회마을에 추가 배치했다.
하회마을에서 가까운 병산서원 주변에도 소방차 4대가 밤새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물을 뿌릴 준비를 했다.
병산서원은 2019년 세계유산위원회에서 한국의 9개 서원 중 하나에 포함돼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화마가 남부 지역을 나흘째 덮친 가운데 25일 경북 안동시 길안면 백자리에서 소방 관계자들이 대피 명령이 내려진 마을을 통제하고 있다. 뉴스1 |
곳곳에서 사망자도 속출했다.
26일 산림 당국과 경찰에 따르면 전날 오후부터 지금까지 발생한 사망자는 16명, 부상자는 10명으로 집계됐다.
청송군에서는 70·80대 노인 2명이 자택 등에서 숨진 채 발견됐고, 안동에서는 주택 마당에서 각각 50대와 70대 여성이 숨진 채로 발견됐다.
영양군 사망자 4명 가운데 50·60대 남녀 3명은 일가족으로 함께 차를 타고 대피하다가 전복 사고를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국은 나머지 사망자들은 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산불에서 뿜어져 나오는 연기를 미처 피하지 못해 질식하는 등 피해를 본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박윤희 기자 pyh@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