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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소득대체율 낮추면…가장 큰 피해자는 ‘2030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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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국민연금 개혁 대응 전국 대학 총학생회’ 학생들이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연금 개혁안에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연합뉴스


소득대체율(받는 돈)을 43%로 올린 국민연금 개혁안을 두고 ‘어떻게든 소득대체율을 기존 40% 이하로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정치권에서 청년 세대를 위한 것처럼 부각되고 있다. 실상 해당 방식대로 변경하면 가장 큰 피해자가 되는 것은 ‘2030세대’다.

정치인들은 ‘착취’, ‘약탈’과 같은 자극적인 문구를 앞세우고 있지만 여야 원내지도부가 보험료율(내는 돈)과 소득대체율을 두고 협상하는 과정에선 나오지 않았던 목소리다. 이러한 상황은 연금 개혁안에 대한 현실적 보완책을 가린다. 공적·사적 연금 수령자가 내는 소득세인 ‘연금소득세’를 기금 고갈을 막기 위한 재원으로 투입하자는 논의가 대표적이다.

2030세대, 실질 소득대체율 43% 달성도 가능


‘소득대체율 43%’는 문서에나 존재하는 수치다. 소득대체율을 책정할 때 적용한 전제 때문이다. 여·야가 합의한 소득대체율 43%는 국민연금 평균 소득자를 309만원으로 가정하고, 해당 인물이 40년 동안 보험료를 납부했을 때 받을 수 있는 돈이다. 어떤 세대든 최소 40년 동안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으면 가입 당시 명시된 소득대체율이 얼마든 그에 미치지 못하는 보장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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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은 1988년 도입됐다. 올해로 37년째다. 한국의 법정 정년은 60세로 스무 살 때부터 일을 해야 40년이 채워진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민연금 가입자의 평균 가입 기간은 20년 정도에 그친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의 세대별 실익을 비교하기 위해선 실질 소득대체율이 얼마인지를 따져봐야 한다. 명목 소득대체율 43%를 40년으로 나누면 가입 기간 1년마다 쌓이는 실질 소득대체율은 1.075% 포인트다. 여기에 평균 가입 기간 20년을 곱해보면, 연금개혁으로 인한 한국의 실질 소득대체율은 21.5%가 된다.

제5차 국민연금 재정 추계에 따르면 2030세대가 은퇴하는 2060~2070년의 국민연금 평균 가입 기간은 27년 정도다. 앞으로 2030세대가 받게 될 국민연금의 실질 소득대체율은 29%를 넘기게 된다. 특히 2030세대 중 일부는 내년에 국민연금에 처음 가입해 실질 소득대체율도 43%를 달성할 수도 있다. 정년이 연장되고, 국민연금 가입 기간을 늘려주는 크레디트 제도가 활성화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연금 고갈의 원흉으로 지목된 ‘제도 도입 초기 가입자’의 소득대체율은 어느 정도일까. 1988년 제도 도입 초기 명목 소득대체율은 40년 가입 기준, 70%였다. 똑같은 방식으로 계산하면 이들이 가입 기간 1년마다 쌓는 실질 소득대체율은 1.75% 포인트다. 해당 인물이 11년 가입했다고 가정하면 실질 소득대체율은 19.25%가 된다. 1999년부터는 명목 소득대체율 60%가 적용됐다. 이들의 평균 가입 기간을 현재 기준인 20년까지 가정해 계산하면 총 실질 소득대체율은 32.75%가 된다.

이번 개혁으로 소득대체율을 43%로 올리면, 2030은 초기 가입자보다 4%포인트 정도 낮은 소득대체율 수준에 있게 되지만 소득대체율을 40%에서 43%으로 올렸기 때문에 이 수치도 개선된 결과다. 즉 정치권 주장대로 이를 43% 이하로 낮추면 더 불리한 환경으로 돌아가자는 말이 된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대표는 “소득대체율을 더 낮추면 가장 큰 피해를 받는 것은 젊은 세대”라며 “정치권에서 불필요하게 세대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금소득세 개편 방안 등
“정치권은 실질적 대책 논의해야”


한편 연금 가입 상한 연령 59세를 넘긴 60대는 소득대체율이 얼마로 바뀌든 소급 적용받지 않는다. 실제로 정치인들 중 60세 이상 기존 수령자의 연금액을 깎자고 말하는 이는 없다. 이준한 인천대 정외과 교수는 “2030세대를 위하는 척 말하지만 자세히 보면 60대 이상 실질 연금 수령자에게 불이익이 갈 만한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작 실질적인 대책은 묻히고 있다.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소득대체율은 유지하면서, 기금 소진 문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법안을 지난달 26일 발의했다. 노후세대가 납부하는 연금소득세 총액을 국민연금에 지원토록 의무화한 것이다.

현행법상 일정 규모 이상의 연금을 받는 경우 소득세를 내게 된다. 이는 대부분 60대 이상의 노인 세대가 납부하고 있다. 이 ‘연금소득세’의 2026년 기준 예상 세수는 7845억원으로 매해 늘어나 2030년에 이르면 1조1000억원 규모가 될 전망이다. 현재 연금소득세가 매년 쓰고 없애는 일반회계 예산으로 사용되는데 이를 국민연금에 적립하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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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국회예산정책처가 비용 추계를 해 본 결과, 추가재정 소요는 전혀 발생하지 않는 대신 2026년부터 2030년까지 5년간 4조 8457억원이 국민연금 기금 수입 증가액으로 잡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의원은 “부모가 자식을 위해 저축을 하듯, 노인 세대가 내는 돈으로 청년 세대의 재정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주자는 취지로 발의했다”며 “세대 간 형평성도 높이고, 연금 기금의 소진 시점도 늦출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실질적 대책을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남찬섭 동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소득대체율이 올랐고, 앞으로 연금 수급자가 늘어날 전망인 만큼 연금소득세는 더 늘어날 것”이라며 “세금 사용의 목적만 바꿔서 효과를 내는 것인 만큼 충분히 논의해 볼 만하다. 연금소득세 논의가 실질적 대책을 논의하는 마중물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찬호 기자 flyclos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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