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는 ‘그룹 내 최고 수준’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회사가 제시한 최종안인 기본급 450%에 정액 1000만원 성과급 지급안도 거부했다. 일각에서는 노조의 이같은 요구가 2021년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음에도 2022년 임단협에서 다른 그룹사와 큰 차이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현대제철 제공 |
노조의 지속적인 파업으로 현대제철의 피해는 커질 전망이다. 현대제철은 지난달 노조 파업으로 냉연 부문에서 27만톤(t)의 생산 손실이 일어나 약 254억원의 손해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현대제철은 냉연 생산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으나, 재고로 공급 차질은 없는 상황이다.
앞서 현대제철은 상공정인 산세 압연 설비(PL/TCM·Pickling Line/Tandem Cold Mill)에 대한 노조의 파업으로 창사 이래 첫 직장폐쇄를 결정하기도 했다. 그러다 지난 11일 직장폐쇄를 16일 만에 해제하고 노조도 부분 파업을 철회하면서 임단협 타결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이견은 좁혀지지 않았고 노조는 PL/TCM과 하공정인 연속용융아연도금강판 생산 라인(CGL·Continuous Galvanizing Line)에서 번갈아가며 파업을 벌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반년 넘게 지속하는 현대제철 노사 갈등의 원인이 2022년 임단협에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대제철은 2021년에 전년 대비 28% 증가한 19조9915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2조2998억원으로 5421% 증가했다. 영업이익률은 12%에 달했다. 현대제철은 이를 토대로 2022년 임단협에서 기본급 300%에 정액 1330만원의 성과급 지급안에 합의했다.
현대차 노사는 2022년에 기본급 200% 성과급에 정액 550만원, 기본급 100% 격려금, 주식 20주 등에 합의했다. 당시 현대차 주식 20주는 약 380만원이었다. 당시 현대제철 임단협 합의안과 약 400만원 차이인데, 현대차는 2022년 특별격려금 명목으로 전 직원에 400만원을 지급했다. 당시 현대차 매출액은 전년 대비 10% 증가한 55조60051억원을 기록했으나, 영업이익은 6616억원으로 14% 줄었다. 영업이익률은 1.5%에 불과했다.
현대차가 특별격려금을 지급하자 현대제철 노조는 똑같은 특별격려금을 지급하라며 당진제철소 사장실 등 공장장실을 점거하고 부분 파업을 벌였다. 현대트랜시스 노조 역시 특별격려금 지급을 요구했다.
현대제철 노조원들의 모습. /현대제철 노조 인천지회 홈페이지 캡처 |
2023년 임단협에서는 현대제철이 정액 3000만원, 현대차가 기본급 400%에 정액 1050만원, 주식 15주 등에 각각 합의했다. 현대차그룹은 영업이익률로 성과를 평가하는데, 기준이 된 2022년 현대제철의 영업이익률은 6.2%, 현대차는 4.3%였다.
이후 철강 업계는 업황 부진에 빠졌고, 현대제철은 2023년에 전년 대비 9% 감소한 21조6094억원의 매출액과 56% 감소한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반면 현대차는 2023년에 전년 대비 19.5% 증가한 78조338억원의 매출액, 136% 증가한 6조671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현대제철과 현대차의 영업이익률은 각각 3.0%, 8.5%였다.
현대차는 2024년 임단협에서 기본급 500%에 정액 1800만원, 주식 25주의 성과급안에 합의했다. 현대제철이 제시한 안보다 최소 1470만원 많은 금액이다. 현대제철 노조는 사측 제안을 거부하고 그룹 내 최고 대우를 요구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실적이 좋았던 시기에는 현대차와 성과급이 비슷하고, 실적이 안 좋을 때 차이가 크니 불만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양범수 기자(tigerwater@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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