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서해 '잠정조치수역'에 만든 해상 구조물. 각각 직경 70m, 높이 71m 이상의 철골 구조물이다. 여야는 중국 정부에 강한 유감을 표하며 "해양 주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중단하라"고 했다. /신화통신 |
민주당 박경미 대변인은 25일 “중국 정부의 서해 구조물 설치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중국 정부는 수교 33년 동안 한중 양국이 쌓아온 신뢰를 훼손할 수 있는 구조물 설치를 당장 중단하라”고 했다. 중국 측이 지난 2월 구조물 주변 해역을 점검하던 한국 해양조사선을 위협한 사실이 언론에 공개된 지 일주일 만에 당 차원의 논평이 나온 것이다. 박 대변인은 “지금까지 중국 정부의 책임 있는 조치가 수행될 것을 기대했지만, 중국 정부는 그러한 기대에 조금도 부응할 뜻이 없어 보인다”며 중국에 조사 협조를 촉구했다.
그래픽=양진경 |
김병주 민주당 최고위원도 이날 입장문을 내고 “해양 주권 위협 행위다. 중국이 주장하는 영해선(동경 124도선)을 관철하려는 의도로 읽힌다”고 했다. 중국은 군을 중심으로 서해 동경 124도 서쪽 지역에 대한 관할권을 주장해 왔다. 이 경우 서해 70%가 중국의 관할권에 들어간다. 김 최고위원은 “민주당은 이번 사안에 대해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국회 차원에서 시급히 진상을 파악하고, 필요하다면 현장 점검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이날 중국의 서해 구조물 설치에 대해 “서해 알박기”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주중 대사를 지낸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국회에서 열린 긴급 토론회에 참석해 “(해당 구조물은) 단순한 민간용이 아니라 석유 시추, 감시 활동이 가능한 반고정식 플랫폼 형태”라며 “이는 서해를 중국화하기 위해 해양 전략의 전초 기지로 삼겠다는 ‘서해 공정(工程)’의 일환”이라고 했다. 토론회를 주최한 나경원 의원은 국회 차원의 ‘서해 주권 수호 결의안’ 처리를 제안했고,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를 향해 “비례적 대응을 비롯해 모든 조처를 해달라”고 촉구했다.
논란이 되는 서해 구조물은 2001년 발효된 한중 어업 협정상 잠정조치수역에 들어서 있다. 각각 지름 70m, 높이 71m인 철골 구조물 2기와 인력 거주 시설 등이 설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는 중국 산둥 지역 민간 업체의 연어 양식 시설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한다. 다이빙 주한 중국 대사는 24일 남성욱 고려대 교수 등과 만난 자리에서 “구조물은 양식용”이라고 3차례 강조했다고 한다.
중국이 양식 시설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유사시 서해에서 한국과 주한 미군의 활동을 감시하는 군사 플랫폼으로 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정치권과 학계에서 나온다. 바닷속으로 수십 m 내려가는 구조물이 전파 탐지 장비를 이용해 한국 잠수함이나 선박 활동을 탐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구조물 주변은 중국 북해함대의 주요 이동 경로로 알려졌다. 중국은 2020년대 이후 서해에서 군사 훈련, 해양 조사 활동을 강화하고 있고, 활동 범위도 중국 근해에서 한반도 쪽으로 확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정부는 문재인 정부 때인 2020년 3월 중국이 서해상에 구조물을 설치하는 사실을 파악했다. 대선 직전인 2022년 3월엔 해상 시설에 중국인이 상주하는 것을 확인하고,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어 대응책을 논의했다. 하지만 정권 교체 등과 맞물리며 추가 대응이 이뤄지지 못했다고 한다. 외교적 해결이 지연되자 윤석열 정부는 2022년 12월 NSC를 개최해 범정부 대책을 논의했다. 정부 내에선 중국과 유사한 대형 구조물을 잠정조치수역에 설치하는 ‘비례 대응’ 방안을 검토했지만 경제성과 기술적 문제 때문에 실행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한중 잠정조치수역에 다수의 인공 시설을 짓는 것은 어업 활동이나 선박 통행에 영향을 줄 수 있어 한중 어업 협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두영 전 국제해양법재판소 사무차장은 “유엔해양법에 따라 구조물 주변에 안전지대를 반경 500m까지 만들 수 있고 중국이 여러 개의 구조물을 세우면 수십 ㎢의 안전지대가 발생해 우리나라 선박의 진입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고 했다.
[양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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