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기 개량’ 자존심 건 싸움
1조원 규모의 ‘블랙호크’ 헬기 개량 사업을 두고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대한항공이 맞붙는다. 두 회사는 각각 국내외 방산 기업과 팀을 꾸려 도전장을 내밀었다.
신재민 기자 |
블랙호크는 공중 전투에서부터 병력 수송 등 여러 작전에 투입되는 우리 군의 핵심 전력이다. 지난해 12·3 계엄사태 당시 육군 특수전사령부 소속 무장 병력이 이 헬기를 타고 국회 경내에 진입하기도 했다. 군에서는 미국 시콜스키로부터 이 헬기를 도입해 현재 총 144대를 운용하고 있다. 이 가운데 육군 특수작전에 쓰이는 일부 물량부터 먼저 개량에 들어간다.
KAI는 원제작사 시콜스키와의 협력을 내세우고 있다. KAI는 시콜스키를 비롯해 이스라엘 방산업체 엘빗, 한화시스템 등과 팀을 꾸려 입찰에 참여한다고 밝혔다. KAI 관계자는 “사업 수행 과정에서 기체 결함이 발견되는 등 돌발 변수가 생기면 원제작사와 함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국내 첫 국산 헬기 ‘수리온’을 제작한 경험도 강점이다. KAI는 2006년부터 국방과학연구소(ADD) 등과 국산 헬기 개발을 시작해 2010년 처음으로 국산 헬기를 생산했다. 헬기를 자체 개발하는 과정에서 기체가 설계에 따라 제작되었는지를 확인하는 감항인증 능력을 갖췄다.
대한항공은 블랙호크 헬기를 직접 생산한 경험을 강조한다. 대한항공은 시콜스키로부터 생산 기술을 이전받아 1990년부터 블랙호크를 제작해왔다. 현재까지 총 138대의 헬기를 면허생산해 군에 납품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블랙호크에 대한 전문성은 대한항공을 따라올 곳이 없다”라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미국의 항공우주기업 콜린스, LIG넥스원 등과 손을 잡았다. 대한항공이 체계 통합과 설계·시험·납품 등을 맡고, 콜린스와 LIG넥스원은 통신·항법 체계 개발과 조종석 개량 등을 담당한다. 기존의 블랙호크 생산 인프라를 활용해 성능 개량과 정비를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이번 경쟁을 통해 국내 방산 기업의 헬기 사업 역량이 더 강화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조만간 국산 헬기도 K방산 수출 행렬에 동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삼권 기자 oh.sam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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