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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신광영]“소름 돋는…” 그날 밤 용산 합참서 무슨 일이

동아일보 신광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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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4일 새벽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의결 직후 윤석열 대통령이 찾은 곳은 용산 합동참모본부 지하에 있는 결심지원실이다. 그곳에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 등 군 간부들이 있었다.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 시 대통령은 지체 없이 해제한다’는 계엄법에 따른다면 윤 대통령은 그 자리에서 계엄 해제와 함께 군 철수를 지시했어야 했다. 하지만 당시 윤 대통령 발언을 접한 방첩사령부 간부가 공수처에 한 진술은 그와 거리가 멀다. “정말 무서울 정도로 소름 돋는 일이 있었다”고 했다.

▷그의 진술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김 전 장관에게 “국회의원부터 잡으라고 했는데”라며 소리를 질렀다. “인원이 너무 부족했다”는 김 전 장관의 말에는 “그건 핑계다. 국회에서 의결했어도 새벽에 비상계엄을 재선포하면 된다”며 호통을 쳤다고 한다. 그는 당시 상황을 지켜본 방첩사 요원이 단체대화방에 이 내용을 공유해줘 알게 됐다고 했다. 그 자리에 있었던 다른 합참 간부도 윤 대통령이 “그러게, 잡으라고 했잖아요” “다시 걸면 된다”고 말하는 것을 직접 들었다고 공수처에 진술했다.

▷윤 대통령의 결심지원실 발언은 그가 계엄 당시 군경 지휘관들에게 의원들을 끌어내란 지시를 왜 그리 반복했는지 짐작하게 해준다. 윤 대통령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에게 “의결정족수가 채워지지 않은 것 같다. 문을 부수고 들어가 인원을 끄집어내라”고 했다. 조지호 경찰청장에겐 6차례나 국회의원 체포를 닦달했는데 이 중 2번은 국회의 계엄해제안이 통과된 이후였다고 한다.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에게도 “해제됐다 하더라도 내가 2번, 3번 계엄령 선포하면 되니까 계속 진행하라”고 했다. 의원들을 끌어내고 국회를 장악하기만 하면 어떻게든 계엄을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면 이런 지시가 나왔을까.

▷윤 대통령은 결심지원실에 와서 몇 분 뒤 김 전 장관과 박 전 사령관만 남겨 얘기를 나눴다. 세 사람이 어떤 대화를 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김 전 장관은 이 회의 직후 곽 전 사령관에게 중앙선관위에 병력을 투입할 수 있는지 문의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계엄 설계에 관여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과도 통화하며 대응 방안을 상의했다. 이때까지도 계엄을 포기한 게 아니었다는 의심을 살 만한 대목이다.

▷윤 대통령이 계엄 해제를 발표한 건 국회가 계엄 해제를 의결한 지 3시간 반이 지나서였다. 합참 결심지원실에서 벌어진 상황에 비춰 보면 “국회를 무력화할 의사가 없는 2시간짜리 경고성 계엄”이라는 윤 대통령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 3시간 반 동안의 행적을 철저히 규명해야 하는 이유다. 윤 대통령이 그날 밤 합참에서 ‘의원부터 잡아놓고, 다시 계엄을 선포하면 된다’고 말한 게 사실이라면 정말 “소름 돋는 일”이다.

신광영 논설위원 n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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