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 로고. AP연합뉴스 |
일본 법원이 고액 헌금 수령 등으로 논란에 휘말린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옛 통일교·가정연합)에 대해 25일 해산 명령을 내렸다.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도쿄지방재판소(지방법원)는 문부과학성의 가정연합 해산 명령 청구를 받아들여 이같이 결정했다. 일본 종교법인법은 법령을 위반해 현저하게 공공복지를 해칠 것으로 분명히 인정되는 행위나 종교단체 목적에서 두드러지게 일탈한 행위가 있으면 법원이 해산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규정한다.
재판부는 헌금 피해를 본 사람이 최소 1500명이 넘고 피해액이 204억엔(약 1995억원)에 이른다는 점을 들어 “유례없이 막대한 피해가 났다”고 지적했다. 또 피해가 최근까지 이어진 데다, 가정연합이 근본적 대책을 마련하지 않아 해산 외에는 다른 유효한 대처 수단이 없다고 판단했다.
다나카 도미히로 가정연합 일본교회 회장은 “신교의 자유 침해이며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하며 즉시 항고하겠다고 밝혔다. 또 민법상 불법 행위를 근거로 해산 명령을 받은 첫 사례가 됐다는 점을 짚으며 “앞으로 일본 신교의 자유 등을 두고 종교계 전체에 큰 숙제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법령 위반을 이유로 해산명령이 확정된 종교법인은 1955년 3월 도쿄 지하철역 사린가스 테러 사건을 일으킨 옴진리교 등 2개 단체가 있으나, 이들 단체는 모두 교단 간부가 형사 사건에 연루됐다는 점에서 가정연합과 차이가 있었다.
다만 대법원에 해당하는 일본 최고재판소는 이달 초 가정연합이 종교법인법에 기초한 일본 정부의 조사 과정에서 일부 답변을 거부한 데 대해 과태료를 부과하면서 민법상 불법 행위도 해산명령 요건에 포함된다고 판단한 바 있다.
해산 명령이 확정되면 종교법인은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없다. 그러나 종교상 행위는 금지되지 않고 임의 종교단체로 존속할 수 있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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