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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0가구 아파트 100m 앞까지…울산 울주군 12년 만에 또 화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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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울주군 언양읍 직동리 신화마을 주민들이 산불을 허탈하게 바라보고 있다. 주성미 기자

울산 울주군 언양읍 직동리 신화마을 주민들이 산불을 허탈하게 바라보고 있다. 주성미 기자


“대피하라 캐서 다 나와서 앉았는데, 배 밭에 따당탕 따당탕 타매(타면서) 소리가 나는디, 나는 그 소리도 못 듣겠디다. 우야꼬, 내 집. 탔다, 탔어. 안 빈다.(안 보인다)”



25일 저녁 해가 넘어가는 야산 앞에서 울산 울주군 언양읍 직동리 신화마을 앞에서 이윤연(76)씨가 눈물을 훔치며 주저앉았다. 46년 동안 이 마을에 살면서 대형 산불을 딱 두번 겪었다고 했다. 이 마을은 2013년 언양 대형산불 때도 피해를 입어 그 아픔이 아직 아물지 않은 곳이다.



이씨는 “일단은 대피하라 해서 무조건 집에서 나와서 저만치 가있다가 집이 어떻게 됐는지 궁금해서 돌아왔는데 (통제한다고) 못 가게 한다”며 “저 멀리 내 집이 보이는데 불에 타서 다 쓰러졌는지 안 보인다”고 했다. 12년 전에 화마를 피해 간 기적이 이번에는 일어나지 않았다.



황자야(85)씨는 “12년 전 산불에 집이 홀라당 다 탔지. 이번에는 어떨랑가 몰라. 안 보이니 알 수가 있나. 집 옆 축사에 소 열댓마리도 있는데, 무사한가도 모르겠고…”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울산 울주군 언양읍 직동리 신화마을 주변으로 산불이 번지고 있다. 주성미 기자

울산 울주군 언양읍 직동리 신화마을 주변으로 산불이 번지고 있다. 주성미 기자


불은 이날 오전 11시54분께 울주군 언양읍 동부리 화장산 화장굴 뒤편에서 났다. 이 산 아래에는 1715가구의 아파트가 있다. 불은 한 때 아파트와 100m가량 앞까지 다가왔다. 이 아파트 주민들은 단지 소화전을 틀고 소방호스로 물을 뿌리면서 대응했다고 한다.



이 아파트 주민인 김태남(66)씨는 “외출했다가 산불 때문에 대피하라고 방송한다는 아내의 전화를 받고 얼른 데리고 나왔다”며 “전에도 큰 불을 겪었다가 어렵게 회복한 곳인데 다시 불에 타서 큰일이다”라고 말했다.



불씨는 순간 최대 초속 10m까지 부는 바람을 타고 왕복 4차선의 울밀로를 건너 반대편 야산, 신화마을 뒷산으로 번졌다.



울산 울주군 언양읍 화장산에서 난 불씨가 바람을 타고 왕복 4차선 도로를 건너 신화마을 뒷산으로 번졌다. 주성미 기자

울산 울주군 언양읍 화장산에서 난 불씨가 바람을 타고 왕복 4차선 도로를 건너 신화마을 뒷산으로 번졌다. 주성미 기자


지난 22일부터 시작된 울주군 온양읍 대운산 일대 산불도 아직 꺼지지 않았다. 산 정상까지 인력을 투입해 막바지 진화 작업을 벌이는 도중에 언양읍 화장산 산불이 나버렸다. 화장산 산불영향구역은 60㏊로, 대운산 470㏊의 8분의 1수준이지만, 언양시가지와 맞닿아 있어 민가 피해가 우려되는 곳이다. 그만큼 인명 피해와 시설물 피해가 날 수 있어 헬기와 인력을 언양 화장산 쪽으로 집중시켰다. 산림청 대형 헬기 3대와 중형 헬기 5대, 소방청 헬기 5대 등 모두 13대가 투입됐다. 울산시는 인근 기업체에 요청해 자체 소방차 3대까지 지원받았다.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었지만, 훌훌 날아다니는 불씨에 주민들의 터전까지 온전히 지키지는 못했다.



산림당국은 26일 새벽까지 언양읍 화장산 일대 야간 진화 총력전을 벌이기로 했다. 이곳의 상황을 마무리한 뒤 온양읍 대운산 진화에 집중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대운산 일대는 꺼졌던 불씨가 곳곳에서 되살아나며 사정이 나빠지고 있다.



주성미 기자 smoo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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