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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마에 결국”…의성 산불에 '천년고찰 국가보물' 고운사 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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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불교 조계종 제16교구 본사
승려 5∼6명 등 20여명 긴급 대피
오후 4시 50분께 고운사 전소
이데일리

‘고운사 석조여래좌상’ 확인하는 최응천 국가유산청장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이민하 기자] 25일 오후 4시 50분쯤, 경북 의성군 단촌면 등운산 기슭에 자리한 천년 고찰 고운사가 산불로 전각 대부분이 전소되는 참사를 겪었다. 대한불교 조계종 제16교구 본사인 고운사는 신라 신문왕 원년인 681년에 해동 화엄종의 시조 의상대사가 창건한 사찰로, 오랜 세월 동안 경북 지역 불교문화의 중심지 역할을 해왔다. 이곳에는 수백 년간 지켜온 보물 제246호 석조여래좌상을 비롯해 가운루, 연수전 등 다양한 유형문화재가 다수 보존돼 있었다.

산불이 본격적으로 번지기 전인 이날 오전, 사찰 내 주요 유산들은 문화재청 산하 국가유산청 주도로 경북 지역의 문화재 보존시설 등 안전한 곳으로 긴급 이송됐다. 석조여래좌상은 화강석으로 만든 통일신라 불상으로, 불상과 함께 보관돼 있던 불화 역시 화마가 덮치기 전 이송돼 훼손을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조선시대 목조건축 양식의 정수를 보여주는 연수전은 빠른 불길을 피하지 못하고 결국 전소됐다. 연수전은 화려한 단청과 정교한 목재 구조로 보물 제2078호로 지정된 귀중한 건축물이었다.

고운사는 일제강점기 조선불교 31총 본산 가운데 하나로서의 위상을 지녔으며, 현재는 조계종 제16교구 본사로서 의성, 안동, 영주, 봉화, 영양 등 경북 내 60여 개의 말사(末寺)를 관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고운사 주지 도륜 스님은 “화마가 휩쓸고 간 뒤 남은 전각은 하나도 없다”며 황망한 심정을 전했다. 불길은 고운사 중심 전각들이 밀집된 지역부터 빠르게 번졌고, 특히 기와와 목재로 이루어진 전각들은 순식간에 불길에 휩싸였다.

산불 경보가 내려진 것은 이날 오후 3시 20분경으로, 곧바로 단촌면 일대에 대피 명령이 내려졌다. 고운사에 머물던 스님 5~6명을 포함한 관계자 약 20여 명은 오후 3시 50분부터 서둘러 사찰 외부로 대피했다. 산림 당국 관계자는 “전각에 불이 붙자마자 현장에 있던 진화 인력과 승려들이 모두 긴급히 철수했고, 공중진화대가 오후 4시 50분께 고운사가 전소된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시 바람이 강하게 불면서 불길이 순식간에 전각 지붕으로 옮겨붙었고, 진화 작업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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