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뉴스

[단독] 강동구 싱크홀, 4년 전 환경평가 당시 '지반침하' 우려

0
댓글0

심의위원 4명, 지하수 유출과 지반침하 우려 표명
관리 소홀 지적에…서울시 "계측 결과 이상 없었다"


더팩트

두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서울 강동구 대형 '땅 꺼짐(싱크홀)' 사고 원인 중 하나로 지하철 9호선 연장 공사가 지목되는 가운데 사업 시행 전 환경영향평가 당시 '싱크홀 우려' 의견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25일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의 지난 2021년 6월 '도시철도 9호선 4단계 환경영향평가'에 따르면 환경영향평가협의회 위원 9명 중 4명이 지하수 유출과 지반침하 등 우려를 표했다. 사진은 강동구 대명초등학교 인근 사거리 모습.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설상미·이윤경 기자] 두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서울 강동구 대형 '땅 꺼짐(싱크홀)' 사고 원인 중 하나로 지하철 9호선 연장 공사가 지목되는 가운데 사업 시행 전 환경영향평가 당시 '싱크홀 우려' 의견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는 공사 중 계측 결과 이상이 없었다는 입장이지만 전문가들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인다.

25일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의 지난 2021년 6월 '도시철도 9호선 4단계 환경영향평가'에 따르면 환경영향평가협의회 위원 9명 중 4명이 지하수 유출과 지반침하 등 우려를 표했다. A 위원은 "사업노선 2공구는 현재 운영 중인 지하철 5호선(고덕역)과 서울-세종 고속도로 공사구간이 인접돼 있어 공사 난이도가 높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지반침하 등 발생여부에 대한 안정성 평가를 실시하고 평가결과에 따른 적정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B 위원은 "계획노선의 지하통과구간을 대상으로 공사 및 운영 시 지하수 유출에 따른 지하수위 저하와 지반침하 등 환경적 영향 등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C 위원도 "고속도로 병행시공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D 위원 역시 "지하터널 굴착에 따른 지하수 영향, 터널 폐수, 토사유출, 오수, 비점오염물질 등으로 인한 주변 지역에 미치는 영향 예측 및 저감방안을 검토하고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하철 9호선 연장 공사는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 주관으로 지난 2023년 시행됐다. 서울 강동구 중앙보훈병원부터 고덕강일 1지구 일원까지 연결된다. 1개의 환승 정거장을 포함, 총 4개 정거장이 세워지며 2028년 완공 예정이다. 총 길이는 4.124㎞로, 1공구는 1.348㎞, 2공구는 1.290㎞, 3공구는 1.486㎞로 나뉜다. 사고가 난 1공구는 종점부인 중앙보훈병원부터 동남로까지다.

더팩트

두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서울 강동구 대형 '땅 꺼짐(싱크홀)' 사고 원인 중 하나로 지하철 9호선 연장 공사가 지목되는 가운데 사업 시행 전 환경영향평가 당시 '싱크홀 우려' 의견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25일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의 지난 2021년 6월 '도시철도 9호선 4단계 환경영향평가'에 따르면 환경영향평가협의회 위원 9명 중 4명이 지하수 유출과 지반침하 등 우려를 표했다. 사진은 강동구 대명초등학교 인근 사거리 모습. /이새롬 기자


싱크홀 우려는 이듬해에도 계속됐다. 2022년 환경영향평가에서는 "본 사업노선 전 구간은 지하로 계획돼 있어 본선, 환기구 및 정거장 개착공사, 터널 굴착 등 지하개발에 따라 사업노선 구간 및 주변에 위치하는 주거시설, 병원, 학교 등 인접 구조물에 지반침하와 같은 안정성이 우려된다"고 했다. 이어 "서울-세종 고속도로 공사현장이 근접돼 있어 흙막이 가시설과 터널 사이 필라부에 응력집중 발생에 따라 토압증가가 예상되며, 지하수 유입 및 주변 건물의 균열 및 단차 등의 발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도 했다.

서울시는 이와 같은 환경영향평가를 두고 통상적인 평가일 뿐이며, 공사 중 계측 결과 이상이 없었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어느 환경영향평가를 봐도 지하수위에 대한 얘기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사하는 과정에서 지하수가 그렇게 많이 나오지도 않았고, 강관다단 그라우팅 공법으로 지반 보강을 했다"며 "터널 안팎에 설치된 계측기로도 이상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관리 부실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박창근 관동대 토목학과 교수는 "싱크홀 사고가 났는데 계측기에 이상이 없었다는 건 계측 장비가 잘못됐다는 말"이라며 "계측에 문제가 없는데 사고가 발생했다면 공무원들이 관리를 잘못했다는 사실을 스스로 증명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환경영향평가로 지하수위 변동 등을 제대로 분석했으면 싱크홀 발생 가능성을 얼마든지 인지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수곤 전 서울시립대 교수도 "강관다단 공법으로 제대로 지반 보강을 안 한 것이고, 공법이 지질에 맞게끔 제대로 적용이 안 됐기 때문에 사고가 났다고 볼 수 있다"라며 "계측기가 이상이 없었다면 설치 위치가 잘못됐다든지 뭔가 잘못된 것"이라고 했다. 조원철 연세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9호선과 세종-서울 고속도로 병행시공을 두고 "(고속도로 공사로) 터널이 생기면 물길이 터널에 막혀 돌아간다. 그러면 물이 빨라지고 모여져 많아지게 되면서 힘은 더 세진다"며 "초속 1m를 가던 물이 2m가 되면 힘은 4배가 된다. 속도의 제곱은 그렇게 늘어난다. 그게 물리 법칙"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이날 싱크홀 원인 중 하나로 지하철 9호선 연장 공사를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공사 중단을 결정했다. 시 관계자는 '지하철 공사와 연관성이 있냐'는 질문에 "100% 배제하진 않고, 어느 정도는 고려하고 있다"며 "사고 발생했던 시점을 기준으로 현장에서는 터널 내 굴착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번 사고가 지난 2014년 8월5일 발생한 석촌지하차도 싱크홀 사고와 유사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시 싱크홀 원인 역시 지하철 9호선 터널 공사로 밝혀졌다.

앞서 전날 오후 6시29분께 서울 강동구 명일동 대명초등학교 인근 사거리에서 4개 차로에 걸친 대형 싱크홀이 발생했다. 이 사고로 오토바이 운전자 박모(34) 씨가 매몰됐다가 약 17시간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카니발 차량을 운전하던 허모(48) 씨는 부상을 입고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snow@tf.co.kr

bsom1@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더팩트 주요뉴스

해당 언론사로 연결

이 기사를 본 사람들이 선택한 뉴스

  • 서울경제"오션뷰라더니 장난해?"···호텔 예약했다 '황당 경험' 무슨 일
  • 매일경제한매연·연제협·음레협·음콘협 “안무가 권리 규정, 선동 아닌 협의가 먼저” [전문]
  • TV조선조여오는 '무더기 제적' 압박…커지는 복귀 여론
  • 한국일보내일 전국에 비 오지만, 강풍·건조특보에 '산불 위험' 계속
  • 조선일보“지켜야 하는데…” 참회의 눈물 쏟은 고운사 스님에 쏟아진 위로

쇼핑 핫아이템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