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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장들 "더 해줄 게 없어"…'안전장치' 잃은 의대생들, 복귀로 이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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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24일 서울의 한 의과대학이 보이고 있다. 대부분 의대에서 학생 복귀 기한을 오는 28일로 잡고있는 가운데 학생들이 얼마나 복귀하느냐에 따라 의대 교육 정상화 여부가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각 대학들은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학사유연화 등 특례는 없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복귀를 방해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엄정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2025.03.24. 20hwan@newsis.com /사진=이영환


전국 의대 40곳의 등록 데드라인이 이번 주에 몰린 가운데, 대학과 의대 학장단이 '복귀하지 않을 경우 제적 처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미 데드라인을 넘긴 대학에선 돌아오지 않은 의대 휴학생들에게 제적 예정 통보서를 연달아 발송한 상황. 지난해 학생들을 끝까지 지켜주겠다던 의대 학장들마저 '돌아오지 않으면 보호해줄 수 없다'는 입장까지 내놓으면서 '안전장치'가 사라진 의대생들이 복귀에 나설지 주목된다.

25일 대학가에 따르면 전국 의대 대부분은 이번 주 학생 등록을 마감한다. 고려대와 연세대, 경북 의대는 지난 21일 등록을 이미 마쳤다. 고려대와 연세대는 미등록 의대생들에게 제적 예정 통보를 했는데, 전체 인원의 30~40%로 파악된다. 아직 돌아오지 않은 의대생 사이에선 학교로 돌아가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말까지 복귀하지 않으면 제적·유급이 불가피해, 학생들이 피해를 보는 게 확실해져서다.

의대 교수들 사이에선 돌아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전날(24일) 대한의사협회(의협) 의료정책연구원이 연 의료정책 포럼에서 강석훈 강원대 의대 교수는 "투쟁은 교수가 할 테니 학생들은 이제 돌아와 실리를 챙겨야 한다"면서 "어른들이 책임을 져야 하지, 왜 무고한 학생들이 피해를 봐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밝혔다.

지역의사회에서도 의대생 복귀를 촉구하고 있다. 의사집단 내에서도 '초강경파'로 꼽히는 이동욱 경기도의사회마저도 같은 날 SNS에 "아무도 위기에 처한 의대생을 도와줄 계획이 없다면 앞길이 창창한 의대생들은 그만하고 돌아가라고 하는 게 어른의 도리"라고 했다.

의협은 지난 20일 "의대생들을 보호하기 위해 가장 앞장서서 투쟁하겠다"며 "(학생들의 제적·유급이 현실화할 경우) 시위·집회·파업·태업 등 여러 가지 방법을 모두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의협 관계자는 "(의대생 복귀는) 누구의 말도 듣지 말고 개인이 판단해야 할 문제"라며 "이래라저래라 강요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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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24일 서울의 한 의과대학의 1학년 강의실이 보이고 있다. 대부분 의대에서 학생 복귀 기한을 오는 28일로 잡고있는 가운데 학생들이 얼마나 복귀하느냐에 따라 의대 교육 정상화 여부가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각 대학들은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학사유연화 등 특례는 없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복귀를 방해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엄정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2025.03.24. 20hwan@newsis.com /사진=이영환


하지만 제적 위기에 놓인 의대생들에 대한 의협이 대응 방식이 미온적이란 지적도 쏟아진다. 이동욱 경기도의사회장은 24일 의사 500여명 단체대화방에서 "의료계의 투쟁은 전공의가 버려진 이후, 자식 같은 의대생들에게 모든 걸 기대고 있다"면서 "최전선에서 의대생들이 의대증원뿐 아니라 어른들의 문제인 필수의료패키지까지 어깨에 짊어지고 외로운 투쟁을 하는데도 아무도 도와주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의협을 향해 "제적 위기 의대생을 외면하는 건 의료계 대표의 책임과 의무를 망각한 태도이고, 대표라면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끝내 '미복귀'를 선택하며 버티기 작전에 돌입한 의대생 사이에서도 "선배들이 아무것도 해주지 않는다"며 불만의 목소리가 쏟아진다. 연세대 원주의대 한 휴학 의대생 A씨는 24일 의대 학장들을 향해 "학장단이 학생들 편이라는 기대를 갖고 참여했던 학생들에게 남은 건 실망뿐"이라며 입장문을 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휴학계를 낸 것으로 추정되는 A씨는 "작년에 의과대학 학장들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제자들이 부당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했다"며 "교육부 방침으로부터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해 어떤 치열한 고민과 노력을 했는가"라고 되물었다.

박근태 대한개원의협의회장은 돌아오지 않은 의대생들에 대한 제적 처리가 현실화하면 "개원의뿐 아니라 교수님들하고 여러 직역이 함께 모여 어떻게 행동할지 정해야 한다"며 "어떤 방식의 투쟁을 할지는 회의를 통해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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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24일 서울의 한 의과대학 강의실 앞에 지난 2일부터 8일까지의 수업 계획표가 게시되어 있다. 대부분 의대에서 학생 복귀 기한을 오는 28일로 잡고있는 가운데 학생들이 얼마나 복귀하느냐에 따라 의대 교육 정상화 여부가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각 대학들은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학사유연화 등 특례는 없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복귀를 방해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엄정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2025.03.24. 20hwan@newsis.com /사진=이영환


이런 상황에서 더는 제자들을 보호해줄 수 없다는 의대 학장들의 외침은 곳곳에서 이어졌다. 25일 서울대 의대는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27일 오후 5시까지 복학 신청을 하도록 호소했다. 서울대 의대 학장단은 "27일 이후에는 모든 결정이 비가역적으로, 의대 학장단의 통제를 벗어나며 '학생 보호'라는 의대의 원칙, 의지와 전혀 다른 심각한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강원대 의대는 28일까지 등록과 복학 신청을 해야 한다. 류세민 강원대 의대·의전원장은 "학칙의 엄격한 적용이라는 상황하에 여러분에게 불가항력적인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시기"라며 "불합리하다고 하겠지만 현재로서는 어쩔 수 없다. 제가 더 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고 감히 말씀드린다"고 했다.

강덕희 이화여대 의과대학장도 "대학본부는 학칙대로 진행 및 전국 의대와 동일 입장 고수임을 강조한 상태"라며 "이 상황에서 우리가 학생들을 보호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은 학교로 복귀를 권유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화여대 의대는 21일 오후 제출된 휴학계를 반려했고 27일까지 등록하도록 했다.

한편 이미 등록을 마감한 경북대와 고려대, 연세대 등은 절반 정도가 돌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등록을 마감한 전남대는 휴학생 593명 중 30여명만 복학을 신청한 것으로 파악됐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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